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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79

울지마 톤즈, 카이스트 학생의 죽음을 떠올리다 바야흐로 봄입니다. 꽃은 지천으로 흐드러져 피고 지고, 사람들의 마음도 덩달아 달뜨는 계절입니다. 가수 안치환은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노래했지만, 무심코 흥얼거리면서도 인간이 꽃보다 아름다운지 어떤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사람이 사람에게로 가서 아름다운 꽃이 된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울지마 톤즈' 는 마흔여덟 해를 불꽃 같이 살다 처연하게 떨어진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아프리카 남수단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척박한 땅입니다. 그곳에서 태어난 죄로 남수단 사람들은 굶주림과 질병을 껴안은 채 천형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전도유망했던 의사 이태석 신부와 지구 한쪽 끝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톤즈 사람들과의 인연.. 2023. 4. 2.
곽재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떠올리다 의령은 인구가 3만이 채 안 되는 작은 곳이다. 그런데 의령은 그냥 유명한 인물이 아니라 아주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호암 이병철, 벽산 안희제, 망우당 곽재우는 의령이 배출한 3대 인물인데 경남이 배출한 인물이라고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면면이 아주 짱짱하다. 그 중에서도 오늘 가장 중심에 놓고 이야기 할 인물은 망우당 곽재우다. 곽재우는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킨 장군으로 홍의 장군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태어난 곳이 의령이고 마지막 죽은 곳도 의령이다. 마지막 여생을 보낸 망우정이 지금은 창녕으로 되어있지만 창녕이나 의령의 경계가 그 당시에는 지금과는 좀 달랐다고 하니 의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전쟁이 끝난 후 망우당 곽재우는 선조로부터 2등 공신으로 책봉를.. 2023. 3. 25.
창동 오동동, 재래시장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마산 창동 오동동 부림시장 일대가 몰라보게 바뀌었다. 창동 오동동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난 건 다 창동 오동동 살리기 사업 덕분이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마산은 쇠락해가는 도심 상권을 살리는 것과 새로운 야구장을 건립하는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구 원도심 재개발도 더 할 수 있겠다. ... 이렇게 말하면 그런 것은 꼭 통합이 되지 않아도 가능한 사업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수출자유지역의 쇠락, 한일합섬의 이전 등 마산 재정에 기여했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사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창동 오동동 일대 살리기 사업은 겉으로 드러난 변화.. 2023. 3. 24.
노인들이 문재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금 나는 늙지도 젊지도 않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늙어갈 것이다. 물리적으로 나이들어가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섭리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최근 나이들어가는 것에 약간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나이 들어가면서 인간은 연륜이 깊어지고 그래서 지혜로워진다고 우리는 도덕시간에 배운 듯하다. 하지만 근래 만난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서 적어도 객관적이거나 지혜롭거나 합리적이거나 하는 것과 나이 들어가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무수히 확인을 하게 된다. 얼마 전 60대 초반부터 80이 넘은 어르신들과 나들이를 갈 기회가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는 6시간 남짓 말할 수 없는 불편함을 견뎌야 했다. 차 안에서 오고가는 대화들 때문이다. 대.. 2018. 3. 22.
태극기집회,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궁금하다 지난 토요일 하루 동안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 두 곳을 다녀왔다. 촛불집회는 주말마다 참여하지만 태극기집회는 텔레비전 화면으로만 봤지 실제로 현장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집회 장소 주변에는 나처럼 현장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해서 구경을 하듯이 모여든 사람들도 드물지 않았다. 처음 생각으로는 그 속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생생하게 경험해 볼 참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기선 제압을 당해버렸다. 장소가 협소하다보니 발디딜 틈이 없었고, 참여한 사람들의 결기에 찬 표정이며 흔들어대는 태극기의 물결에 기가 질려버렸다, 유연하게 즐기는 촛불집회의 분위기를 상상하고 나온 것이 실수였다. 무리에서 빠져나와 비교적 현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커피집을 찾아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마침 태극기를 손에 쥔 일행들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2017. 2. 22.
삼성불매운동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삼성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해서는 새삼스럽게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여러 곳에서 구구절절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을 통해 보게 된 삼성의 실체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럼에도 삼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삼성이 가진 무소불위의 힘 앞에서 사람들은 이제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최근 경남도민일보에 실리고 있는 삼성불매운동 광고에 대한 의견을 보더라도 삼성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의 반응은 "그래도 되나? 와 당연히 그래야지!" 로 엇갈린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많을까? "나는 박근혜라면 이가 갈린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용을 구속하지 않은 것은 참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 광고를 보고 우려를 하는 한 지인이 각설하고 던진 이야기다. 그.. 2017. 1. 30.
KBS에 이런 여기자도 있더라 2016년 마지막 날, 창원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탄핵이 결정되기 이 전에 비하면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불씨를 끄트리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마 그 곳에 함께 한 사람들의 심정이 다 그러하지 않았을까! 촛불집회를 마치고 함께 했던 몇몇 사람들과 송념회 겸 뒷풀이 자리를 만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즈음에 마침 켜놓은 텔레비전에서 집회 장면이 나왔다. 창원 KBS 9시 뉴스였다. 사람들은 나누던 이야기를 중단하고 그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냐하면 방금 전까지 있었던 자리였음으로. 최저 임금 1만원을 기원하는 퍼포먼스 장면이 나오고 이어서 자연스럽게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크로즈업 되었다... 2017. 1. 2.
삼풍백화점, 세월호, 메르스 그리고 나 며칠 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삼풍백화점 사고 20주년을 맞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주제로 사건을 재조명하는 방송을 했는데 참 관심있게 봤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방송을 시청했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 그 때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새삼 진저리를 쳤을 겁니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건국 이래 전무후무한 대참사로 기록될 끔찍한 사고였습니다. 오래된 빈민촌 낡은 건물도 아니고 도심 한 가운데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던 백화점 건물이 그것도 세운지 4년 밖에 안 된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시간은 단 8초였다고 합니다. 부실 공사와 불법 증축으로 얼룩졌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번듯한 모습 이면에 숨겨진 부와 권력에 허덕거리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와 권.. 2015. 6. 24.
삼성 테크윈, 삼성을 떠나니 삼성이 보이더라 삼성테크윈 사람들과 블로거 간담회를 하고 한참 시간이 흘렀습니다. 문득 문득 그들이 하고 싶어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한 번쯤 글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버린 것 같습니다. 삼성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반응을 합니다. 좀 과격한 사람들은 돈을 미끼로 사람들의 고혈을 빼 먹는 악덕 기업이라며 맹 비난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브랜드라고 믿는 거지요. 저는 줏대가 없기는 하지만 그 중간 정도 쯤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삼성테크윈은 국내외 직원을 다 포함하면 6,700명 정도 규모의 상당히 큰 공장입니다. 2사업장, 3사업장이 있는데 블로거 간담회를 했던 사람들은 군용 전투기, 헬기 등 모든 항공기 안에 들어가는 .. 2015. 6. 18.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도 운명이다 어둠이 가시고 또 다시 새 날이 밝았습니다. 눈이 뜨이자 말자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텔레비전을 켜는 일입니다. 어제 하루 일어난 일들을 무심하게 쳐다보는 습관이 최근 몇 일 사이에는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밤새 상황이 얼마나 진전이 되었나 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세월호가 물 속에 가라앉은지 어느새 9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실종자 수는 여전히 140명을 넘습니다. 그 9일 동안의 시간이 90년만큼이나 길었을 가족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면 텔레비전 화면을 들여다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일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절로 고개를 돌려질 때가 많습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저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선 하나는 그동안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참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 2014. 4. 24.
독일 맥주를 마시며 막걸리를 생각하다 술은 잘 마시면 약이고 잘못마시면 독이 됩니다. 잘 마신다는 것은 적당하게 마신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좋은 술을 마시면이라면 뜻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사실은 그 말도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술도 많이 마시면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잘 빚은 술을 적당하게 마시면 그보다 좋은 약이 없다고 하지만 좋은 술일수록 술술 잘 넘어가기 때문에 결국은 술이 몸으로 들어가 약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술 맛을 모르면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고, 무슨 맛으로 술을 마시는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맞다 틀리다 정답은 없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술이 없는 세상은 지금보다는 훨씬 재미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술 때문에 웃고, 술 때문에 울고, 괴로워서 한 .. 2013. 10. 19.
마산 분리? 나는 창원 시민이고 싶다 26일자 경남도민일보 1면에 이런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마산 주민 1000명 분리투쟁 빗속 결의" 그리고 글 옆에는 빗속에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 지금 내리는 비는 마산 시민의 피눈물" "죽을 수는 있어도 마산을 포기 할 수는 없다" 이런 자극적인 멘트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기사와 장면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마산이라는 도시가 이렇게 되찾을 게 많았던 곳이었던가? 새삼 더 잃을 게 있었던 곳이었던가? 그러면서 과연 빗속에 모여든 1000명이라는 숫자는 마산 사람들의 의견을 얼마만큼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에 생각이 미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만든 사회적 기업인 해딴에에서 일을 하면서 저는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 2013.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