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18 우해이어보, 김려는 멋진 사람이었다 우해이어보를 썼던 담정 김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줄곧 든 두 가지 생각이 있다. 한 가지는 타고나는 천성과 처해지는 환경 중에 어느 쪽이 사람의 인품을 결정하는데 더 많은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세상이 어느 정도는 공평하다는 것이다. ..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마련이다. 바다 근처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거친 파도에 익숙하고, 산골에서 태어난 사람은 흙과 나무와 친해진다. 그렇다고 같은 조건이 주어진다고 해서 성향이 다 비슷해지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를 두고 어느 쪽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은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김려하면 사람들은 우해이어보를 떠올린다. 우해이어보는 김려가 진해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중에 낚시로 소일을 하면서 진동 바다에서 나는 특이한.. 2023. 3. 25. 버스 안에서 야동보는 점잖은 할아버지 며칠 전 밀양에서 마산으로 오는 시외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정확하게 3월 2일 수요일 4시 출발 버스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평일 오후 버스 안은 한산했습니다. 운전기사님 뒷좌석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네 다섯 분 정도 앉았고 그 뒤로 제가 앉고 제 옆에는 저하고 비슷한 또래의 아줌마가 앉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떨어진 뒷좌석에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았습니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시작됩니다. 앞자리에 앉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틈바구니를 비집고 묘한 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처음에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신경을 모아 들어보니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낑낑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뭐라 설.. 2016. 3. 4. 부를 누릴 것인가, 이름을 남길 것인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만약 살아서 부와 권세를 누릴래? 죽어서 이름을 남길래? 선택을 하라하면 사람들은 어느 편에 더 많은 표를 덜질까? 나는 일단 살아서 부와 권세를 누리는 삶이 더 좋다는 쪽이다. 후세에 이름을 남길만큼 열심히 살 힘이 없기에~ 그럴만한 재능 또한 없기에~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기에~ 비록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진다해도 지금, 오늘, 현재, 현세에서 누리고 싶다. 고운 최치원은 죽어서 후세에 길이길이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그런 최치원은 요즘으로 치자면 한류 스타였다. 지금은 인터넷이나 매스컴의 발달로 일반인조차 얼굴이 널리 알려지는 게 어렵지 않지만 그 시절에 신라뿐만 아니라 당에 까지 이름을 날렸으니 한류 스타의 원조라.. 2015. 11. 14. 갯벌은 어머니의 놀이터였다 갯벌하면 사람들은 순천을 떠올린다. 끝없이 펼쳐진 순천만 갈대밭은 순천만 정원과 더불어 순천을 먹여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순천만 정원은 과도하게 찾아드는 관광객으로부터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완충 지대다. 순천만 정원을 돌아보면 갯벌을 지키기 위한 순천 사람들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된다. 태안을 중심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서해안을 빼고 갯벌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순천만처럼 눈으로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광활하게 펼져지는 규모 앞에서 압도 당하고 만다. 그런데 경남 사천 갯벌이 유명하다는 것은 정작 경남 사람들도 잘 모른다. 종포와 대포를 이어주는 해안길은 산책로로 다듬어져 아름아름 찾는 이들이 많다. 날씨와 물 때가 맞아떨어지는 해거름이면 .. 2015. 10. 23. 차의 향기는 사라져가고~ 따뜻한 차 한 잔을 옆에 두고 컴퓨터를 켠다. 향기는 꽃잎 한 장 만 큼의 두께로 코 끝에 와 닿는다. 옅은 듯 무심해서 얼핏 스치면 그냥 모를 수도 있을 만큼의 향이 기분좋게 퍼진다. 그래서 좋다. 너무 깊으면 부담스럽고 너무 얕으면 서운하다. 사람의 마음도 차 향을 닮았다. 너무 깊으면 상처를 받고 너무 얕으면 아쉬워한다. 한 모금을 들이켜 입 안 가득 머금어본다. 따끈함이 온 몸을 기분좋게 이완시켜준다. 그렇다고 오감을 자극하는 특별한 무엇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단백한 것이 다소 밍밍한 그런 맛이다. 마지막까지 삼키고 나니 기분좋은 여운이 남는다. 긴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곁에서 머무를 수 있었던 까닭이 이것 때문이었을까... 차의 묘미는 그 맛이 한결 같지 않은 데 있다. 들인 공에 따라서.. 2015. 10. 15. 해품달, 선생님 합방이 뭐에요? 요즘 대세는 확실히 입니다. 퓨전 로맨틱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가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40%를 넘나들 정도라니 어디를 가도 화제거리가 될 만 합니다. 저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때문에 정말 난감한 일이 있었습니다. 새학기에 6학년이 되는 여학생들끼리 을 두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예전에는 중고등학생 정도가 되어야 사춘기니 뭐니 했지만 지금은 5~6학년만 되어도 사춘기가 다 지나갔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여학생들이 임금 역을 맡은 김수현 이야기를 하는데, 거의 입에 거품을 무는 수준이었습니다. "왕이 나같이 생기기가 그리 쉬운 줄 아느냐 그 대사치는 장면에서 죽는 줄 알았다. 자뻑을 해도 어쩜 그리 멋있냐?" ".. 2012. 2. 21.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가을 늦더위에 발목이 잡혀 서성거리고 있던 겨울이 성큼 다가오겠지요. 2011년 11월 18일, 그리고 연분홍빛 진달래꽃 한송이... 왠지 그닥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뜬금없이 무슨 진달래꽃이냐구요? 인터넷에서 퍼온 이미지 사진도 아니구요, 지난 봄에 찍어 두었던 사진도 아닙니다. 어제 친구랑 창녕 관룡사에서 용선대에 오르는 길가에 오롯이 피어 있었습니다. 햇살 가득한 봄 날 무리지어 조잘거리듯이 피어있는 진달래를 보면~ 마음이 절로 화사해집니다. 겨울 문턱에서 저 홀로 피어있는 진달래꽃을 바라보는 마음도 그랬을까요? 가까이 다가가서 연분홍 꽃잎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음 한 구석으로 애잔함이 생겨났습니다. 왠지.. 2011. 11. 18. 도심 한 복판에서 330원 가치를 깨닫다 길을 가다 10원짜리 동전을 보게 되면 요즘은 줍는 사람이 아마 드물 겁니다. 50원짜리는 물론이고 100원짜리도 마찬가집니다. 500원짜리 정도는 되어야 허리를 숙여 줍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정도겠지요. 그런데 500원도 채 못되는 330원 때문에 거리에서 낭패를 본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살다보면 가끔은 머피의 법칙처럼 이어지는 일들이 계속 비비 꼬이기도 하고 그럴 때가 있는데 그제 저녁이 그런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월요일 저녁, 경남발전연구원에서 환경 다큐멘터리 '콩고'를 상영한 후 담당 PD와 간담회 시간도 함께 마련한다길래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조금 늦게 출발을 하기도 했지만 일이 그렇게 꼬일 줄은 몰랐습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엄청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 2011. 5. 3. 김주완 주례 데뷔~남존여비를 강조하다 참 오랫만에 결혼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일요일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보니 친척들 결혼식에 가본지도 까마득합니다. 낙사모를 인연으로 신랑되는 분을 알아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경블공 회장님이신 김주완 국장님의 첫 주례 입문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시간을 냈습니다 적당하게 미소를 머금고 주례를 서고 있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요즘은 주례의 조건이나 주례사도 아주 프리합니다. 나이나 성별 구분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주례사도 근엄하고 무겁기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내용도 많고, 어떤 경우는 아예 주례없이 두사람이 적어온 글을 낭독하는 것으로 주례사를 대신하는 것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주례를 아무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 결혼을 해야 하구요. 둘째, 이혼.. 2011. 2. 21. 여자한테 참 좋기는 한데 말 하기가~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있듯이 저에게도 참 고마운 분이 있습니다. 얼마 후면 그 분 생일이 다가옵니다. 무슨 선물을 할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현금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이 상품권이라고 하더라구요. 문화상품권 같은 것도 무난하구요. 사실은 저도 현찰이 가장 좋긴 합니다.^^ 고민 끝에 결정을 했습니다. 손수 목도리를 짜서 선물을 하기로~뭐니 뭐니 해도 선물은 정성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현찰이 좋다고 우기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서도요. 동네 뜨개질집에 실을 사러 갔습니다. 이리저리 골라봐도 색깔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왕 하는 거 삐까번쩍 한번 멋있게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부림시장에 있는 큰 뜨개질집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실이 많았습니다. .. 2011. 1. 12. 장승포~부산 뱃길의 추억 그리고 거가대교 거가대교가 개통을 하고 첫 주말을 맞아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저는 주말을 피해 저번주 평일에 다녀왔는데 그날도 사람과 차량의 물결이 줄을 이었지만 그래도 다닐만 했습니다. 장승포에서 나고 자라면서 부산 뱃길에 대한 추억이 많아서 그런지 하루라도 빨리 새로 생긴 거가대교를 달려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12월 말까지 1만원이 넘는 통행료가 공짜라니~웬 떡인가 싶은 거지요. 아마도 그 공짜 때문에 지금 이렇게 길이 막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래서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장승포항에서 출발한 배가 등대를 빠져나가 부산으로 갔습니다.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섬입니다. 하지만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거제도 사람들을 종종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순박한 섬사람 취급을.. 2010. 12. 21. 단풍 구경요? 우리 동네로 오셔요 아침에 집을 나서보니 온 동네가 눈이 부셨습니다. 이곳에 이사를 와서 살게 된지가 14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올 가을처럼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다음에 사진을 찍어야지 했는데 그러다 시기를 놓치게 될지도 모를 것 같아 서둘러 몇 장을 찍어봤습니다. 집을 나서면 바로 코 앞에 있는 길 입니다. 봄이면 연초록의 이 나무 길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습니다. 여름이면 풍성하게 그늘을 주더니 가을까지 이쁜 짓을 다합니다. 요즘은 아파트도 메이커 시대입니다. 무슨 무슨 아파트해서 명품 아파트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평수가 작은 서민 아파트입니다. 부자들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을 그런 소박한 아파트 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면 나무와 .. 2010. 11. 7.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