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잦습니다. 서민들은 추워도 더워도 날씨가 궂어도 먹고 살 일부터 걱정입니다. 세상 한살이에 있어 뭐라뭐라해도 먹고 사는 일이 우선입니다. 나라 걱정도 환경 문제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 그 다음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 어디를 가도 지난 가을만큼 4대강 사업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적어졌습니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야기를 해 본들 어쩔 수 없다는 체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안동에 가서 보고 싶었던 것은 사실 하회마을이 아니었습니다. 하회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낙동강이 궁금했습니다.

 

                              낙동강을 끼고 있는 하회마을 모습입니다.


지난해 가을 경천대까지 삽질에 무너지고 난 이 후,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하회마을 낙동강은 무사할까 늘 그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하회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낙동강 쪽을 먼저 바라봤습니다.
다행하게도 아직은 그대로였습니다. 손을 타지 않은 모습을 보니 참 반가웠습니다.

예전에는 늘 그곳에 있겠거니 싶었기에 하회마을을 찾았을 때 이렇게 반가운 마음으로 낙동강을 바라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곁에 있을 때는 알지 못하다가 떠나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조금은 통속적이긴 하지만 통속적이기에 가장 진리이기도 한 그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낙동강 모래톱을 나루삼아 배가 오고가고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건성건성 돌아보고 서둘러 강가로 갔습니다. 낙동강물은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모래톱을 따라 변함없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소나무도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결같지 못한 건 사람입니다.

멀리 강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나룻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하회마을 건너편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4천원을 주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넜습니다.

배는 직선으로 건너지 않고 물길을 따라 흘러갔다가 자연스럽게 곡선을 타면서 반대편에 이르렀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파르지도 깊지도 않았지만 한없이 잔잔한 물길 안에서 만들어지는 힘은 눈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작은 나룻배가 물결의 흐름을 타고 강을 건너는 것을 보면서 자연은 눈이나 짐작으로 가늠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힘을 지녔구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자연을 인위적으로 거스른다는 것은 엄청 힘이 드는 일입니다.

하회마을 반대편에는 임진왜란사를 기록한 징비록을 썼던 서애 유성룡과 그의 형이 머물렀다는 정자가 있었습니다. 그런 역사적인 유적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 눈이 머물렀던 건 아득하게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이었습니다.

하회마을과 낙동강이 어우려져 한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이곳은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건 간절한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우려는 그리 오래지 않아 현실이 되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하회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래에서 이렇게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하회마을까지 연결된다는 뜻이겠지요. 그야말로 온 강이 몰살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찬성을 하는 입장에서는 보면 몰살이라는 말이 가당찮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낙동강과 하회마을이 그림처럼 어우려져 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꼭 가봐야 할 8곳을 관광명소로 지정했습니다. 그중에 한 곳이 안동 하회마을입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하회마을이 가치가 있는 건 옛 모습 그대로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곁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낙동강이 있기에 더욱 빛이 납니다.

 

하회마을 곁에서 흐르고 있는 낙동강이 댐처럼 변하면 하회마을이 과연 지금만큼 아름다울까요? 아마도 외국사람들이 와서 보면 조소를 금치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지요. 힘있는 윗분들은 안동 하회마을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기를 바라면서 그런 생각은 하고 있는지 어떤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사람과 자연은 더불어 있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자연은 우선 손에 쥘 수 있는, 눈에 보이는 경제 논리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자연을 인간 중심으로 이용할 때 이미 자연이 아니라 인공이 됩니다.

다시 하회마을을 찾을 때는 낙동강과 하회마을과 사람들이 함께 어우려진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하회마을 풍경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고 돌아오면서 아직 손대지 않은 안동 하회마을은 제발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습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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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래버핏 2011.02.18 17: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