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졸업식장에 갔습니다. 세월이 변한만큼 졸업식 모습도 참 많이 달라졌더라구요. 예전에는 소팔고 논팔아 자식 대학 하나 마치면 보람이고 그런만큼 졸업식은 온 집안의 큰 행사였습니다.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할아버니 할머니 고모 이모 삼촌들이 총 출동을 해서 돌아가면서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도 많고, 혼자와서 친구들과 어울려 기념 사진 찍고 그냥 돌아가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도 가족들 대표로 혼자 갔습니다. 사가지고 간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캠퍼스를 배경으로 마지막 추억을 사진에 담아 주는 것으로 졸업식 행사를 대신했습니다.

 


졸업식이라고 할 것도 없는 행사를 마치고 가족들이 아무도 오지 않은 딸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서 고기 뷔페에 갔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갔습니다.

딸 친구 중에 한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부터 엄마한테 매달 30만원씩 생활비를 내기로 했다고요. 돈을 버니까 당연히 생활비를 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엄마가 그랬답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좀 버벅거렸습니다. 참 좋은 생각인데~라든가 아니면 좀 그렇긴하다~ 이 두가지 대답 중에 어떤 쪽도 흔쾌히 말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제가 버벅거렸던 이유가 나름 있습니다. 요즘은 자식 하나 대학까지 졸업시켜서 자기 밥벌이라도 시키려면 들어가는 돈이며 공이 장난이 아닙니다.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드는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지만 대학을 보내고 난 후에도 부모 등골 휘게 만드는 일은 끝도 없이 계속 됩니다. 통계를 보니 대학 졸업 시킬때 까지 드는 돈이 보통 2~3억씩은 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야말로 억~억소리 납니다.

돈도 돈이지만 4년만에 수월하게 졸업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해외 연수니 교환 학생이니, 거기에다 휴학을 해서 인턴 생활까지 이런 저런 스펙을 쌓은 다음에야 겨우 졸업을 합니다.
그렇게 돈과 시간과 열정을 투자해 놓고도 정작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졸업을 시켜놓아도 취업이 쉽지가 않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실업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졸업생의 절반이 더 됩니다. 그러고보면 사람 하나 자기 손으로 밥벌이 시키는 일이 참으로 힘든 세상입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온갖 지원을 한다고 해도 자식 낳아 기르는 것을 너도 나도 다들 꺼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 아이는 다행히도 지역에 있는 보건계열을 갔습니다. 그나마 보건계열을 나오면 취업이 좀 수월합니다. 학교 다니는 도중에 해외연수니 교환학생이니 그런 과정도 없습니다. 거기에다 집에서 다니다 보니 하숙비 걱정도 없었습니다.


그런 딸이 저는 고맙기만 했습니다. 취직해서 돈벌어 알아서 결혼이라도 해주면 그야말로 감자 덕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딸아이 친구 엄마는 딸한테 생활비로 한달에 30만원을 내 놓으라고 그런답니다.

먹이고 입히고 대학까지 공부시켜서 독립을 하면 먹고 사는 일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 역시 그렇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막상 딸아이한테 취직을 했으니 다달이 생활비를 내놔라 그 소리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효도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듯이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 호강 시켜드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돈 벌어서 자기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부모 호강까지 시켜주자면 참 골병이 들겠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부모님 걱정 시켜드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잘 사는 것"이 효도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제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언감생심 호강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 앞가림이나 잘 해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자식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이런 마음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자식 낳아 기르는 것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딸아이의 친구 엄마는 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자식 낳아서 키우기가 좀 수월할 수 있겠지요. 

만약 취업을 한 자식에게 생활비를 받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을 하겠습니까? 저는 좀 생뚱맞긴 하지만 이렇게 대답을 하고 싶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자식 키우는 일이 이렇게도 힘이 드는 대한민국에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구요. 이래저래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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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리스탈~ 2011.02.19 2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각에는 딸한데 30만원씩 받아 적금부어 결혼할때 주려고 그러신거 같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돈을 버는 거지만
    이래저래 생활하다보면 월급 다 쓰면 나중에 남는거 없을수도 있거든요.

    • 달그리메 2011.02.20 17: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솔직히 딸이 받은 월급을 두고
      내가 적금을 넣어주겠다 그 소리도 잘 못하겠습니다.
      내가 번 돈도 아닌데 관여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2. 실비단안개 2011.02.20 0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축하축하...

    저는 알바때는 받아 챙겻지만
    월급은 아이 용돈 제외 모두 적금넣어 줫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휴대폰요금이라도 지 보고 내라고 할 걸 싶네요.

  3. 동피랑 2011.02.20 0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달그리메님 대학 졸업하는 딸 아이 있었어요?
    딸이 공부마치고 취업까지 해서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게 된 점을 축하 드립니다. 요즘은 자녀가 성인이 되어 신체, 심리, 정서적으로 독립되었음에도 경제적인 독립이 안 되어 반쪽 성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리스탈님 말씀이 거진 맞을겁니다만 야박하다 생각지 마시고 자녀의 경제적인 독립심을 길러 주기 위해 생활비 받는게 맞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할 때까지 뒷바라지하고 사회에 나올때 빚을 지고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게 제 목표(ㅎㅎ)그 다음 공부를 더 한다든지 취업,주거 결혼은 자신의 능력으로 하기를 바라는데 딸은 이미 자신의 전세 보증금 일부를 갚았고, 학비 대출금도 자신의 힘으로 갚겠다고 합니다.(님 말마따나 유럽 연수까지 갔다와서 이제 졸업학년입니다만)

    우리같은 샌드위치 세대는 노부모 양육과 자녀성장의 짐을 함께 부담해야 하는데 자녀들은 부모 부양을 당연하다고 생각지 않는 세대입니다.(개인 가정별 차이는 있겠지만)그리고 이미 서구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생활하고 있으면서 실제 경제적 독립부분 만큼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를 마쳐도 취업이 어려운 국가적인 문제, 부모가 공부시켜. 결혼시켜, 죽으면서까지 자식들에게 재산을 대물림 하려는 잘못된 사고방식, 거기다 대학까지 마치고도 어렵거나 힘든일은 하지 않으려 하면서 부모의 경제력에 편승 해 안주하려는 일부 젊은이들 모두 문제이지요.

    하지만 대학생(스무살 성인)이 되면 부모와 떨어져 자립해 사는 서구 젊은이들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인듯해요. 어떤 경우 공부하랴 할비벌랴(심지어 결혼으로 자녀 양육까지 하는 경우도 있음)보기 안쓰러워 설혹 부모가 도와 주고 싶어 할지라도 자존심 상하게 생각하는 자림심이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살게하는 원동력이기에 말입니다. 우리의 경우 여성에게도 해당되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모든 경제적인 부분을 남편에게 혹은 부모에게 의존 해 있으면서 남여 동등이다 성인이기에 독립하겠다 하기 어려운 것이죠...

    • 달그리메 2011.02.20 1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굉~장히 쿨한 사람이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다른 사람한테 요구하는 것이 저한테는 가장 어렵습니다.
      자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기는 주는데 차마 달라는 소리가 입에서 안떨어져서리~쩝쩝!!

  4. 이윤기 2011.02.20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근 받아야지요?

    저는 아들 녀석들에게 나중에 돈 벌면...매달 할부로 갚아야 한다고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는 대학 보낼 때 서약서를 받았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며느리 생기면 딴 소리 할지도 모른다고요. 요즘 그 서약서 덕분에...따뜻하게 보낸다고 하더군요.

    • 달그리메 2011.02.20 17: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서약서씩이나~^^ 정말 부럽습니다.
      서약서 덕분에 따뜻하게 사는 선배분 존경합니다.
      말은 쉬워도 그게 참 어렵거든요...

    • 송은지 2016.05.03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 극혐이다 . 낳은건 부모 자신이면서 자식이 낳아달라고한것도아닌데 젊은애들이 더먹고살기 힘든 이세상이서 할부니뭐니 갚으라는소리먼저 하는부모님이라니 진심 나같으면 연끊고 성인되자마자 배신하고 알아서 돈벌어서살듯. 완전이기적인 부모님;

  5. 워싱턴미수니 2011.03.28 2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말만 쉽지 우리 정서상 현실상 어렵지요. 저는 생활비보다는 방세 정도로 한 백불정도 받아볼까 미리 계획하고 있는데요.^^큰 애 말로는 한주에 오백불씩 준댔는데..ㅋㅋㅋ전 그걸 믿지는 않지만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자식한테 맘주면 안되는데...근데...대학 졸업한딸이 있으세요? 전 아직 큰애가 중딩이라 이제 시작인데..좋으시겠어요.

    • 달그리메 2011.04.02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블로그에서 글로만 소통을 하다보니 신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이 글 올려놓고 벌써 대학 졸업한 딸이 있냐는 질문을 무척 많이 받았답니다~^^

      제 생각인데 생활비 안주어도 좋으니 그냥 자기들이나 열심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요즘은 자식들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