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자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서울대 합격 축하 현수막은 인권침해?> 라는 기사를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평소 지나다니면서 여기저기 걸려있는 그런 류의 현수막을 보고 드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명문대 입학을 축하하는 현수막은 이름이 걸리지 않은 아이들에게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며 광주교육청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었다고 합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인권위에서도 이렇다 저렇다 딱히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인 모양입니다 제목 위에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독자들에게 물었기에 그것이 과연 인권침해인지 아닌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글쎄 그런 것도 같고 또 아닌 것도 같고 좀 아리송하기는 합니다.
해마다 졸업 입학 시즌이 되면 학원에서는 물론 학교에도 명문대 입학생 이름을 쫘악 내다 겁니다. 신문에 기사화된 것처럼 초등학교도 동문회에서 명문대 입학을 한 졸업생 명단을 교문 앞에다 내다 붙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무슨 무슨 특목고를 입학한 것도 자랑스럽게 현수막을 걸기도 합니다. 특목고 합격- 명문대 입학- 좋은 직장 취직- 성공 대충 이런 그림들이 머리속에서 그려지기에 나름 그럴만한 까닭을 짐작은 할 수 있겠습니다.
명문대 입학 축하 현수막을 두고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설왕설래를 합니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준다. 공교육 기관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꼴이다,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공교육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보기 안 좋다. 그러자 현수막을 내건 동문회 측에서는 무슨 소리냐 동문회 결속력을 다지고 후배들 기도 살리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냐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데 무슨 문제가 되냐 그럽니다.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이유는 학원이야 뭐 자기들 장사를 해먹기 위해서 광고를 하는 일이라고 하지만 학교에다 그런 현수막을 내다 거는 건 잘못된 게 아니냐고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아가 인권침해라는 해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명문대 입학 축하 현수막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 만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그보다 조금만 깊이 짚어보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할 거리가 참 많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찬성을 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무슨 개뿔같은 소리냐고 막 공격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곳곳에 내걸린 명문대 입학 축하 현수막을 두고 한마디로 말을 하자면 '참 쪽팔리는 일이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명문대 입학 축하 현수막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 중에 하나가 과연 우리나라가 민주 공화국이 맞기는 맞나? 싶은 겁니다. 헌법 제1조 1항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말을 좀 풀어서 해석을 하자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그런 뜻으로 나름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람 위에도 사람이 있고 사람 밑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사회든 완전한 평등은 존재하지 않지만 대한민국만큼 학벌에 의해서 차별대우를 받고 학벌로 서열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하겠습니다.
학벌은 곧 돈과 명예 권력으로 이어집니다. 행복의 조건이나 가치관 조차도 돈이나 명예 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그런 것에 휘둘리다보니 대한민국에서 학벌이 가지는 힘은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 이상으로 큽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별로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평등한 사회와는 거리가 먼 학벌로 삶의 질이 구분이 되는 신계급주의 사회라는 뜻이 명문대 입학 축하 현수막 속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또한 명문대 입학을 축하하는 동문들이 내건 현수막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독한 배타성을 엿보게 됩니다. 말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 운운하지만 손바닥만한 나라에서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임을 만들어 이합집산을 합니다.
패거리 문화가 만들어내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크게 보면 오랫동안 뿌리 깊었던 지역감정이 그렇고,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지방간의 격차도 사실은 그런 것으로부터 기인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명문대 입학 축하 현수막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폐쇄성과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관의 편협함을 그대로 느끼게 합니다.
부모들이 원하는 자식의 직업을 꼽으라고 하면 열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교사, 방송인, 공무원, 대기업 사원 그러고나니 열개 중에도 손가락이 남아 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하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2만가지가 훨씬 넘는 직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원하는 자식의 직업이 열손가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공부 말고는 다른 것에 대한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서 몸부림 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입니다. 명문대 입학 축하 현수막은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쪽을 파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조차 모른다는 사실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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