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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해운대 난개발~ 네티즌의 힘이 절실합니다

by 달그리메 2011. 4. 18.

예전에는 부자들의 기준이 양이었습니다. 소유한 땅이 몇 평인가에 따라 천석군도 되고 만석군도 되고 그랬습니다. 문전옥답이라는 말은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절이 변하면서 부자의 기준이 양에서 질로 바뀌었습니다. 얼마나 전망 좋은 자리에 위치한 땅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재산 가치가 달라지니까요.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방향에 좋은 전망을 끼고 있으면 아파트 시세가 달라집니다. 그런 아파트를 두고 사람들은 명품 아파트라 그럽니다. 건설업자들은 희한하게 그런 곳을 찾아내서 건물을 짓고 높은 값에 분양을 하고 그럽니다.

 

경치 좋기로 유명한 부산 달맞이길 입니다.
그런데 조만간 이곳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거라 하네요.


그런 시류에 맞추어 풍경 좋은 해변을 따라 고층 아파트나 건물들이 우후준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해변을 따라 지어진 아파트 중에 가장 값이 비싼 곳이 아마도 부산에 있는 해운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세히는 몰라도 평당 가격이 상당히 고가일 거라 짐작이 됩니다.

해운대로 말하자면 부산의 명소를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유명한 휴양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수백만의 피서객이 몰려듭니다. 여름뿐만이 아니라 철 지난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며 추억의 발자욱 하나 마음에 새겨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이 보석같은 해운대를 그냥 이대로 썩힐 수는 없지 않느냐며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해운대가 관광특구의 건축법 규제가 풀리면서 난개발로 엉망진창이 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관광특구 개발 사업으로 새로 지어올릴 건물 높이가 자그만치 108층이라고 합니다. 그런 거대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해운대의 풍경을 한번 상상을 해보시지요. 무슨 SF 영화에 나오는 괴물 도시 같지 않을까요.

 

 

하늘 정원이 열릴 거라 하네요.
하늘 정원이라는 말은 주로 공원묘지 같은 데 많이 쓰이는 이름인디
이러다가는 다들 하늘나라로 간다는 말인지~~쩝쩝!!


새로 지은 건물에다 수영장을 만들어 사계절 해운대 바닷물로 수영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답니다. 3D 영화관도 만들고 그런답니다. 말하자면 여름 한 철 관광지가 아니라 사시사철 사람들이 끓는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합니다.그렇게 해놓으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고 부산시에서 보자면 세수 확보로는 그만한 효자 노릇하는 게 없다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그렇습니다. 결국 그런 시설들을 누리는 것은 돈 있는 사람들입니다.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가서 시원한 바다 바람 마시며 해변가를 거닐던 사람들은 졸지에 찌질이가 돼버릴 겁니다.

고층 건물의 절반은 평수 넓은 아파트라고 합니다. 오륙도, 동백섬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가 어디 한두 푼 할까요? 족히 수십억 정도는 되겠지요. 이제는 바다도 돈 많은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더러운 세상입니다. 그로 인해 생기는 환경오염이나 교통문제 등 온갖 불편은 그것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껴안게 될 것입니다.

 

고층 건물이 들어설 부지입니다.

 

자고로 개발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나라 개발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누누이 봐 왔듯이 개발의 피해자는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입니다.

해운대 관광 리조트 사업은 그야말로 온갖 특혜가 판을 치는 특혜 개발 행정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공 개발을 가장한 특혜 행정으로 시민들의 권리와 이익은 안중에도 없이 민간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실정입니다.

거가대교 건설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크게 드러났지만 민자유치사업은 민간사업자들에게 땅 짚고 헤엄치며 돈을 벌게 해주는 꼴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해운대가 부산시의 것이라는 우스운 생각입니다. 블로거들과 시민단체 사람들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구의원들이 함께 모여서 해운대를 돌아봤습니다. 그날 외국인의 모습이 아주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해운대를 찾아오면 높은 빌딩에 감명을 받을까요. 수영장에 감동할까요. 입체 영화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감탄해 마지 않는 것은 아름다운 해운대 바닷가의 풍취이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갈 것 입니다. 훌륭한 국가적인 관광 자원을 개발이라는 논리로 잃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여간 갑갑한 노릇이 아닙니다.

 

해운대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해운대 주민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시골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 하나만 들어와도 결사반대~라는 붉은 글씨를 결연하게 쓴 현수막이 온 동네에 도배를 하듯이 내걸리는데 당장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일조권 조망권이 사라질 것임에도 이러쿵 저러쿵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속내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구의원과 시민단체 대표분들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개발을 막을 방안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할만큼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시민단체와 뜻을 같이 하는 구의원 그리고 블로거들이 모여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네티즌이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요. 사람 목숨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고 그럽니다. 마지막 발악이지만 네티즌의 힘에 호소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아름다운 해운대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네티즌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아래 글은 시사 블로거 거다란님이 블로그에 올린 '해운대 108층 건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글에 '남 잘되는 꼴은 시러' 님이 단 댓글을 옮겨 온 것입니다. 한 번 읽어보시지요.

 

 

바다를 집어 삼킬 것 같은 건물들입니다.
108층 건물을 한창 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있는 자들을 시기 질투하는 것은 절대 자기 발전에 도움되질 않지요.
하향평준화 시켜서 다같이 죽자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생각해야지요.
해운대 108층짜리 아파트 짓는 게 위화감 조성한다구요?
아닙니다.. 그런 집이 더 많이 지어져야 합니다. 한단계씩 올라가는 거지요..
30평대 살던 부산 사람이 40평대 아파트로 40평대 아파트 살던사람이 50평대로
50평대 아파트 살던 사람이 108층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60층짜리 타워펠리스 지을 때 진보언론에서 엄청 까댓죠..
그런 아파트 서울에 500동만 지었으면 지금 18평짜리 작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30평짜리 번듯한 집으로 다 업그레이 됐을 겁니다..
한 나라 한 사회는 다같이 업그레이드 되고 다같이 다운그레이드 되는 거지요..
배아프고 자기 인생이 한심해보여도
돈 많은 사람들이 새로 지은 더 좋은 집으로 들어가야
그 사람들이 살던 그나마 크고 환경좋은 집은 자기 것이 되는 거를 왜 모를까요??

 

 

해운대를 에워싸고 있는 건물들입니다.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입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많습니다. 사람들마다 생각은 제각각 다르고 프리합니다.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이 댓글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터져나온 말이 있습니다 우째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였습니다.

건물을 점점 높게 점점 넓게 지을수록 사람들의 삶의 질도 그만큼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이론은 가히 독보적이고도 놀라운 경지의 발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네티즌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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