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야기

공짜 영화 관람권 들고 영화관에 가봤더니~

by 달그리메 2011. 4. 11.

얼마 전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영화 관람권이 한 묶음 꽂혀 있었습니다. 한 장을 쓱 빼서 보니 무료 관람권이었습니다.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합성동 CGV에서 돈도 안 받고 보여준다고 그럽니다. 요즘 영화 관람료가 8천원씩이나 하는데 무슨 일이람? 

예전에 읽은 동화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신이 인간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말 중에 가장 훌륭한 말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온갖 좋은 말을 다 가져갔는데, 그 중에서 1등으로 뽑힌 것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뭐 웃자고 한 이야기입니다만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주는 게 세상 사는 이치가 아닐까 그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8천원의 대가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공짜표를 살펴보니 뒷
면에 이런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음주자 입장 불가, 매회 선착순 입장 마감, 입장 시간이 지나면 입장 불가, 28세 이상 65세 이하만 입장 가능, 어린 자녀 동반 입장 불가.

 

 

무료 관람권 뒤에 이런 게 적혀 있었습니다.


'울지마 톤즈'가 무척 감동적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보지 못했던지라 영화를 보고 싶기도 했고, 공짜 영화를 보여주는 꿍꿍이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겸사겸사 영화관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침 10시 30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서둘러 합성동으로 갔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극장 앞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역시 공짜의 힘이란...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8천원의 대가는 우리 농산물 홍보 강의를 들어주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농산물 홍보 강의가 최종 목표는 아니고 나아가 인삼 제품을 팔기 위해서 영화를 보여 주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약장사였지요. '약장사' 이러면 사람들이 썩 미더워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약장사들이 시골장을 돌면서 서커스도 하고 마술, 차력 이런 것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약을 팔았습니다.

약장사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말을 아주 유창하게 마치 사기꾼처럼 잘했습니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두고 약장사 같다는 표현을 하는데 별로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니지요. 약장사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팔고 다니는 약이 어디에 딱히 좋다가 아니라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듣고 있으면 다 거짓말이지 싶으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약장사들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특히 약장사들이 거론하는 부위로 고생을 하고 있으면 걸려들 확률이 높아집니다. 아마도 몸이 아프면 귀도 여려지고 마음도 약해지는 탓이겠지만요.

몇십년 전 대학교 다닐 때 일인데 아직도 약장사하면 떠오릅니다. 당시 원인 불명의 복통에 오랫동안 시달리고 있었는데 하루는 창원에 있는 상남장에서 약을 팔고 있는 약장사의 무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만성 복통에 특효약이라는 말이 가슴에 팍 꽂히더라구요. 궁핍한 한 달치 용돈을 탈탈 털어서 약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배만 안 아프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요. 그 약을 먹고 복통이 나았다면야 랄라룰루~였겠지만 사들고 온 약은 얼마 지나지 않으니 곰팡이가 슬어서 먹지 못하고 버려야 했습니다.

약값으로 날린 적지 않은 돈이 얼마나 아깝던지 두고 두고 속이 쓰렸습니다. 그 약 때문에 오히려 속병 하나를 더 얻게 될 지경이었으니까요.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생각해보니 만성 복통에만 특효가 있는 게 아니라 관절염, 중풍, 기침 등등 오만데에 다 좋다고 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도 그 순간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왜 귀에 들리지 않았던지요. 

 

결론은 건강식품 판매를 위한 공짜 관람이이었습니다.


홍삼 직거래 판매 직원이라고 하는 사람이 홍삼의 효능에 대해서 강의를 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약(지금은 건강식품이 맞겠지만)을 파는 사람들은 말을 참 잘 하는 것 같습니다. 홍삼의 효능에 관한 유창한 강의가 거의 30분가량 이어졌습니다.

그 중에는 약(건강식품)장사라는 편견을 버리고 들으면 유익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인삼을 고르는 방법이나 복용 방법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 몇 가지 옮겨 적어봅니다.

아시다시피 인삼은 우리나라 인삼이 세계적으로 알아줍니다. 우리나라 식약청에 등록된 건강식품의 종류가 천가지 정도 있는데, 그 중에서 건강식품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 유일하게 인정을 하고 수입을 해가는 것이 인삼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농산물도 그렇지만 인삼 역시 수입산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수입 인삼 때문에 우리나라 인삼 생산자는 물론이고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답니다. 수입 인삼의 가격은 국산보다 5~6 배가 싼데 모르고 사면 질도 돈도 다 손해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보자면 색깔이나 모양으로 수입산을 구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다고 그럽니다. 수입산은 흙을 묻혀 들여올 수가 없는데 깨끗하게 씻은 수입 인삼도 황토물에 담가 염색을 하면 국산과 거의 비슷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잔뿌리를 만져 봤을 때 톡톡 부러지는 것이 국산 인삼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수입산 인삼은 잔뿌리가 약간 물렁해서 잘 부러지지 않는 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몸통에 방울이 있는 울퉁불퉁한 것 말고 매끈한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통통하니 살이 찐 것이 좋은데, 인삼은 4년이 지나야 살이 오르기 때문이라네요. 적어도 4년은 지나야 약효가 있으니 6년근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복용 방법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도 유익하게 들었습니다. 흔히들 열이 높으신 분들은 인삼을 먹으면 안된다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인삼에 대한 잘못된 상식 중에 하나로, 뇌두 부분만 절단을 하고 먹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백숙이나 삼계탕에 들어 있는 인삼은 먹으면 좋을까요? 나쁠까요? 라는 질문에 먹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만,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삼은 흡수력이 아주 뛰어나 삼계탕이나 백숙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이나 중금속을 몽땅 빨아들이기 때문에 절대 먹으면 안된다고 하네요. 아줌마들은 아이들이나 남편 준다고 자기는 안먹었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좀 더 오래 살려고 인삼은 제가 싹 다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을 곱게 쓰야 할 것 같습니다.^^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습니다. 수삼은 믹서에 갈지 말고 그냥 생으로 씹어 먹어야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에 달여 마셔도 좋다고 했습니다. 대추를 깔고 수증기로 쪄서 먹으면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은 난생 처음 들어본 상식이었습니다.

홍삼은 설탕에 절여 먹거나 삶아서 물로 마시면 효능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홍삼 속에 든 사포닌이 100도에서 파괴되기 때문이랍니다. 홍삼을 질겅질겅 씹어 먹으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되겠거니 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별 효과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30분 동안의 강의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이야기여서 별로 지루하거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후로 30분 동안은 인삼이 좋다는 홍보 영상물을 보여주고 원하는 사람에게 홍삼 진액을 팔았습니다. 강매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안방에서 손쉽게 접하는 홈쇼핑도 마진이 40%나 된다고 하네요. 유명 메이커를 달면 광고비나 중간 마진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은 높을 수밖에 없지요. 제품의 질에 대한 공신력만 있다면 문화 사업을 겸하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말하자면 새로운 마케팅의 형식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동적인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공짜 영화를 보는 대신 1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정확하게 계산을 해보면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하는 광고 시간 20분 정도를 빼면 40분 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삼에 대한 유익한 강의를 들었다고 생각하면 20분 정도만 할애하고 공짜 영화를 본 셈입니다.

'울지마 톤즈'는 이태석 신부의 아름답고 슬픈 삶을 담은 그야말로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보면서 두 눈이 팅팅 부을 만큼 울었습니다. 그날 1시간을 투자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라면 다음에도 시간이 되면 공짜 영화를 봐도 상관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약장사도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사람들이 홍삼 제품을 많이 샀냐구요? 제가 보기에는 몇몇이 사는 것 같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사는 척하는 바람잡이들이 많다고 그러네요.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요. 옛날만큼 어리숙한 사람들이 아무래도 적은 모양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