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래, 문화적 갈증에 목마른 사람들을 적셔주다

5월 5일 어린이날 창동 문화 소극장 가배에서 있었던 배달래 바디페인팅을 보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블로거 분들께서 일제히 블로깅을 하셨습니다. 공연이나 행사에 참석했던 블로거들이 이번 경우처럼 한결같이 긍정적인 목소리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경우는 드물지 싶습니다.

간담회를 하거나 공연을 보고 난 후 블로거들의 소감글이 칭찬 일색인 것이 썩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이번만은 좀 예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디페인팅에 대한 인상이 그만큼 강렬했다는 증거겠지요.

그 자리에 참석했던 관객들의 반응과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글을 바탕으로 보자면 그날의 공연은 한마디로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그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세상 모든 일에 좀 무덤덤한 편입니다. 크게 감동하거나 크게 실망하거나 그런 일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흥이라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 제가 보기에도 바디페인팅 퍼포먼스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분위기를 압도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바디페인팅은 두 가지로 구분을 한다고 그러더군요. 하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거나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의 몸에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넣는 방법이 있구요. 다른 한 가지가 이번에 난생 처음 구경을 하게 된 음악과 미술과 무용이 합해진 일종의 전위예술 형태가 있다고 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 차곡차곡 채운답니다. 가득차면 관객들과 함께 어우려져 다 비워내는 작업을 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멋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예술에 대해서 전문적인 식견은 없습니다만, 예술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감동'이 아닐까 그리 생각합니다. 아무리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 놓아도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이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진정한 예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품을 통해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영혼이 정화되는 과정이 작가와 관객들 사이에서 교감될 수 있을 때 예술로 완성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아가 그러한 공감대가 일부 한정된 사람들끼리 주고 받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이루어진다면 예술이 지니고 있는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이자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배달래의 바디페인팅은 예술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가치관으로 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면서 작가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예술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작가와 모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와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 열정을 느끼고 즐기면서 관객들은 환호했습니다. 안으로부터 꽉꽉 채워져 있는 뭔가를 작가가 밖으로 뿜어낼 때마다 보는 관객들도 덩달아 후련해했습니다.

저는 그날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보면서 작품으로서의 훌륭함을 떠나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바디페인팅이라는 분야가 새롭고 신선했기에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을수 있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문화와 예술에 목말라하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았다고 할까요.

많이 누리면 누림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풍요나 행복을 갈구하면서도 정작 반대편에 있는 불행이나 빈곤을 통해서 행복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만약 지역에서 문화적인 혜택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누리고 산다면 어쩌면 그날의 공연에 관객들은 그처럼 열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로거들과 관객들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자역에서 이런 누림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특히 문화 예술 분야는 서울 중심 편향이 심합니다. 어쩌다 유명 가수들이 지방을 돌며 돈벌이 투어 콘서트를 할라치면 지방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것도 문화적인 소외와 목마름에서 오는 작용은 아닌가 싶으니까요.

이번 바디페인팅 퍼포먼스를 보면서 작품에 대한 인상도 깊었지만 그 못지않게 배달래라는 작가에 대해 무척 호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김재한 감독의 조용한 남자 영화 시사회 때 배달래 작가를 처음 봤는데 그때 제가 느낀 이미지는 공연을 보고 난 후와는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깡마른 모습에서 왠지 까칠하고 까탈스러운 예술가적인 티가 줄줄 흐르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 티를 낸다는 건 어쩐지 아마추어 같고 뭐 그런 게 있지 않나요~ 하하^^ 물론 아무 근거없는 선입견이었지만요.

그런데 이번에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펼쳐놓는 이야기 들으면서 진솔하고 소탈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림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이웃집 아줌마 같은 일상적인 모습과 예술가로의 열정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조화와 균형에서 나오는 힘과 아름다움을 새삼 확인하게 되면서 바디페이팅 아티스트 배달래가 좋아졌습니다. 그녀의 힘이 그로부터 나옴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예술가로서 지역에 대한 애정과 책임의식이었습니다. 마산 출신으로 지역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았습니다. 너도 나도 '인서울'을 꿈꾸는 세태에서 보자면 고향에다 자신의 능력을 환원하고 싶어하는 예술가의 아름다운 고집이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더없이 고마웠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울이나 외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뿌리인 고향에 대해서는 지식도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잠시 머물다 떠날 곳이라고만 여기는 거지요.

서울이나 외국 물을 먹고 살아야 성공을 했다고 믿는 풍토가 점점 더 지역의 힘을 잃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는 배달래와 같은 예술인들이 지역에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누릴 수 있기 위해서라도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배달래 작가를 더 많이 응원해야 겠습니다. 

동영상을 열심히 찍었는데 블로그에 올리려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날려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구경하지 못한 분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대신에 기회가 된다면 배달래 바디페인팅 퍼포먼스를 놓치지말고 관람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