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름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슬금 슬금 오르기 시작한 기름값이 리터당1900원대에 육박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이미 2천원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민들이 자가용 굴리면서 팔자 좋게 여행다니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출퇴근하면서 타고 다니는 자가용도 애물단지라는 푸념들이 많습니다.
석유가 없으면 의식주 해결이 불가능할 만큼 생활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먹고, 마시고, 입고, 다니는 어느 것 하나도 석유로부터 자유로운 것들이 없습니다. 그만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족함은 석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석유는 유한한 에너지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방울도 나지 않습니다. 만약 유류파동이 일어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 중에 우리나라가 들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문득 이런 두려움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않는 우리나라가 언제까지나 이렇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거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어떻게 되겠지 그냥 그렇게 넘겨버립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겠지요. 제가 뭐 그런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하게 분석하고 그러지는 못합니다. 그냥 다니면서 느낀점을 예를 들어가면서 주절 주절 적어 보겠습니다.
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우리나라 길 정말 잘 나 있구나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습니다. 사통팔달 뚫리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강이 있으면 다리를 놓고 꾸불꾸불 한 길은 다림질을 해서 쭉쭉 폅니다. 이게 정말 국도가 맞나 싶을만큼 고속도로 같은 국도도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길들이 대부분 자가용 중심으로 나 있습니다.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 같은 길입니다. 자가용이 없으면 평생 한번도 다녀보지 못할 길도 많습니다.
.
80번 버스가 생기기 전까지만해도 학생들이 학교를 가기위해서 둘러서 다니거나 개인 통학버스를 이용했습니다 |
저는 자가용이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그럼에도 자가용이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거제도가 친정이기 때문에 거제도 갈 일이 종종 있는데 거제도 갈 때 그런 생각이 가장 많이 듭니다.
살고 있는 내서에서 거제도까지 자가용으로 1시간 반이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 길이 3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3시간이면 내서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까지 가고도 남는 시간입니다.
신마산에 있는 남부터미널까지 시내버스로 거의 30~40분이 듭니다. 남부 터미널에서 고현까지 도착하는데 2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왕복 시간을 계산해보면 거제도에 한번 다녀오려면 총 6시간 정도 차를 타야 합니다.
대중교통이 자가용처럼 편리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니 대한민국에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려면 자가용이 없으면 안됩니다. 좁은 땅에서 한 집에 두세대씩 가지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마산에서 거제까지 가는데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까닭이 있습니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 경유를 하기 때문이지요. 남부 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진동에서 손님을 태우고 배둔과 고성터미널을 들립니다. 뿐만 아니라 통영에 들러서는 다른 손님을 싣기 위해서 20분 정도를 쉽니다. 노선 하나로 승객들을 이삭줍기하듯이 운행을 하고 있다보니 시간이 그렇게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내서에서 진동가는 80번 시내버스가 생겨서 신마산까지 나가지 않고 진동에서 차를 타게 되니까 30분 이상 절약이 되더군요. 시내버스 노선 하나가 늘면서 시간이 그렇게 단축이 되었습니다.
좀 더 곰곰히 짚어보니 버스 노선만 다양화시키면 거제도 가는 길을 얼마든지 단축시킬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동에서 배둔과 고성 가는 환승버스를 만들면 일부러 배둔이나 고성에 들리지 않아도 됩니다. 통영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속도로로 올려 통영에 경유하지 않고 직통운행을 하면 자가용으로 가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운행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손님을 배려하지 않고 순전히 업자들 입장에서 운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길을 개인의 영리를 위해서 그렇게 사용하고 있음에도 정부에서는 무심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면 자가용은 자연히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자가용이 줄어들면 기름 소비량도 줄어들고 교통체증도 줄어들고 주차문제도 해결이 됩니다. 그럼에도 만들어진 길을 공공화 할 생각은 하지않고 도로공사는 개인적인 길을 만들어내는데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길에 통행 차량이 거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산 거제간의 대중교통 운행 상황은 하나의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한 것입니다. 인근 일본만 해도 대중교통망을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시켜놓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수월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자가용이 없으면 다니기가 힘든 길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싶습니다. 다 기업들 차 팔기 좋도록 만드는 게 아니냐고들 하더군요. 그 속에도 또 이런 저런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가 있겠지만요.
지금은 효용면에서도 떨어지는 길을 계속 만들어낼 게 아니라 있는 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는 대한민국의 길은 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이런 길이 늘어나면 날수록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 미화원 아줌마의 간절한 호소문 (20) | 2011.02.07 |
---|---|
환경단체에 정치인이 모이는 까닭은 (10) | 2011.01.31 |
지율 스님, 실비단안개님 그리고 낙사모 (9) | 2011.01.01 |
해표 보성 녹차유는 완전 사기더라 (14) | 2010.12.29 |
마지막 발악이지만 그래도 반대합니다 (8) | 2010.12.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