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인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우연히 4대강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던 처음에 비하면 4대강 이야기도 이제는 좀 뜸해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찬성이든 반대든 그러려니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자리에 있었던 한 분이 저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 물음을 한 사람은 제가 낙사모(낙동강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회원으로 낙동강 사진전을 하고 다닌 사실을 전혀 모르는 분이었지요. 하기야 제가 그런 일을 하고 다녔다는 것을 가족들도 잘 모르긴 합니다만요.^^
"뭐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지 않나요? 차를 타고 지나다 온통 뒤집어 엎어놓은 강을 보니까 마음이 좀 그렇던데요."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고 그래서 대충 그렇게 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작정을 한듯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4대강 사업 홍보를 하는 곳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설명하는 이런 저런 사업 내용이나 그림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고 그러더라구요.
"청계천 공사할 때 환경단체 사람들이 환경 파괴 운운하면서 얼마나 반대를 했냐 그런데 멋있게 성공하지 않았냐"며 마치 MB 대변인처럼 떠들었습니다.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한쪽 귀로 흘려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청계천 공사의 외형적인 성공이 MB가 4대강 사업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는 소리를 종종 하곤 합니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의 예를 들어가며 4대강 사업의 성공을 확신하기도 합니다.
4대강 사업이 정리가 되면 반대를 하던 사람들도 다 좋아하게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염려하는 환경 대재앙 같은 것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인데 환경단체에서 너무 호들갑을 떤다는 비판도 그 분은 빼먹지 않고 했습니다.
솔직히 뻔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엄청 지겨웠지만 눈이 마주치면 적당하게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자기의 말에 동의를 한다고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든지 말든지요.^^
저는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곳에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 다녀온 사람들 치고 4대강 사업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긴가민가 했던 사람들도 홍보장에 다녀오면 찬성쪽으로 생각이 확 바뀌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가서 보고 들으면 제 생각도 확 바뀌려나요.
4대강 사업의 화려한 청사진 중에 함안보 부근 모습입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4대강 사업을 하면 환경 대재앙이 온다 뭐 그런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4대강뿐만이 아니라 온 나라를 다 파뒤집어 엎어도 환경 대재앙 같은 것은 쉽게 오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자연이 가지고 있는 자정의 힘이 인간의 능력 위에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4대강 문제를 환경 파괴나 환경 대재앙 하고는 좀 다른 방향에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일본의 강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편한 것, 좀 더 좋은 것, 좀 더 즐거운 것 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며 그것은 또 어떤 모습으로 인간에게 되돌아올까? 하는 거지요.
태풍과 마찬가지로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자리는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새살이 돋아 날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지금 우리가 두려워하고 있는 건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자연 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놓은 2차적인 재앙 앞에서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을 일본의 지진을 통해 생생하게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좀 더 좋은 것, 좀 더 편한 것, 더 즐거운 것을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원자력이 없는 세상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원자력으로 얻게 되는 달콤함에 인간들은 이미 길들여졌고 거기에 너무 깊이 빠져있습니다.
원자력이 없던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거나 되돌릴 수 없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는 거지요. 길은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를 가능한 늦추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불편하게 살아야 하고, 조금 덜 즐거워야 하고, 그리고 덜 누려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삶의 방식이긴 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인데~ 청소기 사용을 줄이는 대신 걸레로 훔치고, 세탁기 대신 손 빨래를 하고, 여름에 땀을 조금 더 흘리고, 겨울에 조금만 덜 따뜻하게 지내고, 모든 사람들이 이 정도의 불편함만이라도 감내한다면 지구와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핵발전소 따위를 더 이상 짓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낙동강의 모습입니다. |
그런 맥락에서 이야기 하자면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집니다. 계획대로라면 머지 않아 완공이 된 4대강 주변에 번듯하게 만들어 놓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공놀이를 하고 배를 타면서 즐겁게 여가를 보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강변에 공원이 없다고 해서 강에서 보트를 타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그렇게 삭막하고 불편할까요? 생태학습관을 만들지 않으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할 수 없는 걸까요?
수많은 생명체들을 쫓아내고 농지를 없애고 그 자리에다 인간이 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논리와 명분을 들이댄다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 이야기일까요? 게다가 그런 시설물들은 전기 같은 에너지가 없으면 가동이 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대신 사람이 일부러 흐르게 하거나 흐르지 않게 하는 것들입니다. 에너지를 먹는 하마 같은 것들이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에 즐비하게 자리잡는 셈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는 원자력 발전 같은 위험이 늘 따르게 마련이지요.
물질이 풍부하고 환경이 좋다고해서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더 좋은 더 새로운 것을 탐하게 될 것입니다. 그 욕망의 끝에는 인간이 꿈꾸는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어쩌면 파멸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다들 성공했다고 입을 모으는 청계천은 에너지가 없으면 물은 흐르지 않고 온통 썩어 문드러질 것입니다. 청계천은 스스로 정화의 능력을 가진 자연천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인공천일 따름이라는 거지요. 인공호흡기를 떼내는 그 순간 죽음의 천이 됩니다.
그런 청계천을 두고 사람들은 성공을 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합니다. 그 같은 인공천을 많이 만들수록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공천을 유지하기 위해서 원자력 발전소 같은 재앙의 뿌리를 더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조금 더 편하게, 즐겁게, 그리고 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큰 위험을 담보로 하는 게임인지에 대한 성찰이 절실한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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