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잘 산다는 기준은 개인이나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기 마련입니다. 정치는 개인이나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삶의 형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대중의 모습이 정치의 모습이고 정치의 수준이 대중의 수준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잘 살기 위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행복하다는 생각이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산다는 정의를 그렇게 해놓고 다들 몸부림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잘사는 것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은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우리가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거제 간담회 모습
자치단체장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거나 역사나 자연의 소중함이나 정신적인 가치를 지키겠다는 공약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오로지 더 많이 만들고 더 높이 세우고 뜯어고치고 메우고 그렇게 해서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고 그럽니다.
그런 것을 두고 사람들은 비난과 비판을 하지만 결국 그조차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보면 후보들만 탓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후보라고 해서 모두들 일반적인 생각에 편승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거제에서 있었던 블로거 간담회에서 우와~ 이런 생각을 하는 후보도 있었네 할 정도로 아주 훌륭한 이를 만났는데 그가 바로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입니다.
"거창하고 화려한 구호보다는 국민들과 함께 하는 작은 실천의 장에 서겠습니다." 김한주 후보의 출마의 변입이다. 저는 이 말이 그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너무 거창하고 화려해서 비현실적이고 식상한 공약보다 소박하고 작아서 오히려 더 진실함이 느껴졌습니다.
김한주 후보 모습
공약의 변에서 느꼈던 소박함과 진실함은 이어지는 질문과 답변에서 그대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거제는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개발 바람이 거센 곳입니다. 그런 거제가 관광 도시로서 좀 더 발전을 할 수 있는 안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는 김한주 후보의 답변의 첫마디가 이랬습니다." 철학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발전 안을 물었는데 무슨 뜬금없는 철학이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잘 사는 것에 대해서 어떤 철학을 가지느냐는 것은 잘 사는 일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평소에 늘 그런 생각을 하는 저는 김한주 후보가 철학이라는 단어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완전 띠~~웅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이 만들고 세우는 것이 재대로 된 경쟁력의 구조가 아니다. 관광을 이야기하더라도 특구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 올레길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관광이라는 것에 철학을 결부시키자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관광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디를 가도 비슷비슷한 모습과 경험으로는 사람들은 더 이상 신선함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무조건 많이 만들고 세우고 다듬는 것이 경쟁력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생각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 테마를 만들어라. 마인드를 바꾸어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오는 사람들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이 매립을 해서 산업을 만든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끊임없이 개발에만 매이지 말고 테마를 정해서 어떤 색깔을 만들어 낼 것인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에 함양에 갈 일이 있었는데 마을 전체가 온통 케이블카 유치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마치 케이블카 하나에 그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듯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그게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지 그 또한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철학의 부재에서 오는 기현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생각이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은 김한주 후보가 내세운 반핵 공약을 통해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핵개발은 발전과 서로 같은 뜻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개발을 통해서 지역 경제를 살려주겠다는 대부분의 후보들의 공약과는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전과 개발만이 잘 먹고 잘 사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생각은 이렇게 이어졌습니다.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핵은 없어져야 한다. 핵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생존의 문제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관광에 대한 답변과 더불어 이런 공약을 내 세울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잘 사는 것에 대한 나름의 가치관이 만들어 있다는 뜻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행복을 꿈꾸면서도 그 방향 설정이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들 너무 큰 것을 목표로 삼아 복잡하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덜 가지고, 조금만 천천히 가고, 사람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의 소중함에 대한 성찰을 조금만 더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단순해지고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김한주 후보 같은 생각을 가진 후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정치도 가볍게 하고 우리네 삶도 덩달아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한주 후보 덕분에 잠시나마 즐거운 상상과 기대에 젖을 수 있었던 블로거 간담회였습니다. 그것이 다만과 상상과 기대과 아니라 현실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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