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표현대로 그동안 정치 운이 없었던 창원 갑 문성현 후보는 일생에서 가장 좋은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일명 닥치고 연대를 통해 1:1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게 됐고, 거기에 더해 영남에서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민주통합당이 누리는 것만큼이나 창원에서 통합진보당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보자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블로거 간담회에서는 김갑수 후보의 선전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노련한 문성현 후보의 일방적인 게임이 아닐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포스에서나 논리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면모를 발휘한 김갑수 후보는 블로거 간담회 격을 한층 높이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김갑수 후보에 비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기대치 때문이었는지 문성현 후보에게서는 그닥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문성현 후보에게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밥먹여주는 진보> 출판기념회 시기를 같이해서 블로거들과 함께 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문성현 후보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제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운동판에서 서울 대학 간판이 그리 중요하나?" (http://dalgrime.tistory.com/entry/운동판에서-서울대학-간판이-그리-중요하나)
블로거 간담회 모습입니다
비록 사회가 그렇게 만든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노동 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의 큰 걸림돌인 학벌주의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문성현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었습니다. 그 글은 경남 도민일보 갱블을 통해서도 수백 명이 읽었고 다음 베스트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블로거 간담회에서 블로거 한 분이 문성현 후보에게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블로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학벌에 대한 왜곡된 표현을 해서 그 자리에 있었던 블로거가 글을 올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이야기는 사적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인데 블로거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달라"> 그런 내용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러자 문성현 후보는 두 가지 답을 했습니다. 우선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선거 운동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글이 인터넷 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좀 의아했습니다. 자신이 몰랐다면 함께 선거 운동을 하는 측근들을 통해서 들었을 법한데 말입니다.
만약 그 글을 읽었다면 그런 질문을 받고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해명을 할 기회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해명은 커녕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전혀 엉뚱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만약 했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자신이 옮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학벌에 관한 이야기는 분명히 문성현 후보 입으로 이야기를 했을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틀리지 않습니다. 저 혼자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블로거들이 다 함께 들었습니다. 만약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하고 다니는 많은 이야기 중에서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뜻이 됩니다.
한편으로 스스로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무의식적인 발언이었다면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운동을 해온 문성현 후보가 사실은 골수 학벌주의 내지는 엘리트주의임을 드러내거나 인정하는 것으로 그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한다면 지나친 비약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문성현 후보의 그런 학벌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은 그 날 담회 자리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가족 관계에 관해서 답을 하는 과정에서 딸이 하나 있는데 요즘 열심히 공부를 해서 스카이 대학을 가는 것이 목표라고 그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그조차 아무 생각없이 했을 줄 압니다. 부모로서 열심히 공부해서 스카이 대학 가겠다는 자식이 기분 좋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구요. 그렇지만 굳이 그 자리에서 스카이 대학이라는 표현은 안해도 좋을 뻔했습니다. 그런 글이 인터넷에서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조금은 신중하게 대답을 했었겠지요.
문성현 후보가 줄기차게 내세우는 게 일자리 늘려 잘 살게 해주겠다 입니다. 그가 펴낸 <밥먹여 주는 진보>라는 책을 보면 비정규직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의 절실함을 진정으로 아는 후보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유권자들의 수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조건 잘 살게 해주겠다 그런 거 별로 믿지 않습니다. 경제를 살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이명박의 이야기에 된통 당한 경험에 사무쳐 있는 국민들입니다. 후보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대통령도 못한 일을 국회의원이 다 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후보들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문제 해결에 대한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만큼 실행 능력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경력이나 노련함도 좋지만 정치도 진정성으로 승부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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