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가 끝나고 학원이나 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유명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명단이 적힌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됩니다. 마산에서는 그래도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낸다는 사립 고등학교의 명문대 진학률을 보면 대단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농어촌 특별전형을 통해서 명문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만약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는 제도가 없다면 지금보다 마산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좋은 교육 환경에 놓인 서울 학생들을 이긴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농어촌 특별전형은 그런 면에서 지방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별이나 계층, 지역의 갈등과 차별을 없애고 기회 균등의 면에서 사회의 약자에 대한 배려는 민주주의 사회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노인, 여성, 지방, 다문화 가정 등 배려를 받아야 할 사회의 약자 중에서 여성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어디를 가도 여성파워가 대단합니다. 전문직 종사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크게 늘었고,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안팎으로 여성의 힘이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정치권만큼은 여성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전쟁이나 전투에 비유를 하기도 하는데 성향적으로 여성과는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비례대표나 전략공천이나 이런 것을 제외하고 그냥 투표를 통해서 여성이 남성 후보를 이기고 당선하기는 정말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여성조차도 여자 정치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자고로 정치는 남자가 해야한다는 보수적인 고정관념이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여성 국회의원의 수가 의석의 절반을 차지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정치가 권력지향적이지 않고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정치판에서 여전히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여성들의 정치 진출을 위한 '여성할당제'는 무척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적극 찬성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마산'회원' 야권 후보 블로거 간담회를 하면서 '여성할당제'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마산 '회원'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남성 후보 1명과 여성 후보 2명이 경선에 나섰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단일 후보가 된다면 새누리당 안홍준 후보와 붙게 되어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에서는 이번에 당 규정으로 정해져 있는 '여성할당제'에 따라 박선희 후보를 내세웠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박선희 후보에 대해서 불만이나 감정 같은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을 밝혀두고, 마산 '회원'의 유권자로서 객관적인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새누리당 후보와 1:1 대결을 하기 위해 야권단일화를 하는 것입니다. 통합진보당 박선희 후보는 진보신당 송정문 후보에게 선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선 단일화로 뽑힌 후보와 민주통합당 하귀남 후보와 결선 투표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선 단일화 제안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솔직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가정을 해봤습니다. 송정문 후보와 선 단일화에서 박선희 후보가 뽑히고, 다시 하귀남 후보와 경선에서 최종 당선이 되다면 어떨까 하는 거지요. 과연 박선희 후보가 마산 '회원' 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안홍준 후보와 대결 상대가 될 수 있을까요?

지역구에서는 그래도 하귀남 후보나 송정문 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박선희 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전무할 정도로 낮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박선희가 누구지? 다들 그런 분위기입니다. 선거라는 것이 내세운 공약의 내용을 따지고 경력이나 인물 됨됨이만을 가지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면 한 눈에도 졸속 공천이라 게 보입니다.

야권단일화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만큼 절박한 지금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에서는 그만큼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선에서 이겨 안홍준 후보와 싸울만한 사람이어야 맞다는 거지요. 

세 후보가 모여서 야권단일화를 하겠다고는 하는데 뭔지 모르게 힘이 약해보인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던 것도 생각을 해보면 통합진보당 후보의 힘이 쎄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했습니다. 세 명 후보 중에 누가 나서든 안홍준 후보와 맞짱을 뜰 수 있어야 야권단일화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야 대의를 위해 각 당의 정책과 입장을 다 접어두고 나선 다른 당과 후보들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없이 흔쾌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을 한 바탕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가장 약한 후보를 내세워놓고 소수정당의 존립을 위해 진보신당이 요구하는 1석조차 응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 단일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을 선택해서 그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만 당의 입장에만 충실하게 매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야권단일화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절박한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단일화 과정에서 당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큰 뜻은 모아놓고 마지막까지 당리당략에 주판알을 튕겨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 단일화가 된다면 되고 나서도 문제는 언제든지 생길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여성들의 정치 진출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도 '여성할당제'는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마산 '회원' 통합진보당의 졸속 공천을 보면서 '여성할당제'가 가진 한계를 새삼 느껴야했습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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