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 스님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얼마 전부터 삽질을 시작한 이제는 영영 사라져 갈 경천대의 아름다운 모습을 마지막으로 마음 속에, 사진 속에 담아두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그랬습니다. 금요일은 수목원에서 전시회를 할 예정이었는데 미련없이 사진전을 접고 상주로 떠났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강이 어디있겠냐마는 경천대는 낙동강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곳입니다. 가끔 찾을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몸과 마음이 절로 흥겨웠던 곳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줄 줄 알았던 경천대 모래톱이 어느날 이리도 허무하게 사라져갈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그냥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강에 대해서 관심이 많거나 사랑이 크거나 그러질 못했습니다. 강이 있으니 그저 흘러가는구나~ 그렇게 여기며 살았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낙사모 회원이 되어 사진전을 하고 강을 찾아다니면서 강이 왜 그대로 흘러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강을 잘 알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거나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몰라서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을 미워하거나 사랑하는 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입니다. 굽이 굽이 흐르는 강물을 따라 만들어진 물길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강을 정비하고 나면 자연이 만들어낸 이 부드럽고 고운 선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대신에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각지고 딱딱한 물길이 새로 만들어지겠지요.
자연은 인간의 것 만이 아닙니다. 세상에 공존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의 것입니다. 강을 정비하고 나면 이들은 보금자리를 잃게 됩니다. 다들 어디로 사라져 갈까요? 인간의 이기심이 다른 생명체들에게 너무 큰 죄를 짓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강을 정비하느라 강 바닥을 7미터나 파 낼 거라고 합니다. 폭도 넓히고 반듯반듯하게 정리정돈을 하겠지요. 그렇게 해서 강을 깨끗하게 살리겠다고 합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 눈에는 지금의 강물이 깨끗하지 못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강을 정리정돈하고 나면 튜울립 꽃봉오리 같은 고운 모래톱도 사라질 것이고, 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아름다운 물길도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두 발을 담그고 서서 바람에 일렁이는 잔물결의 애잔함을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도 사라질 것입니다.
수십 년을 강가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닳고 닳은 검정 고무신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이제 이런 이야기도 모두 함께 사라집니다.
신을 벗고 강물에 걸어 들어갔습니다. 모래가 따뜻하게 발을 감싸 안았습니다. 자연은 그렇게 인간을 품어안는데 인간은 이제 그들을 버립니다.
인간은 잔혹하게 자연의 심장에 붉은 깃발을 꽂았습니다. 그러면서 변명을 합니다.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노라고~
드디어 삽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죽어있는 나뭇가지가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은 그저 말없이 바라볼뿐입니다. 지못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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