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를 보면 낯익은 장소가 많이 보이더라구요. 얼마 전에 끝난 '무신'은 근처에 있는 창원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 찍은 장면이 자주 등장을 하던데 그곳에서 지금은 '신의'를 촬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창원 해양드라마세트장과 더불어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도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제가 아주 재밌게 본 드라마가 '빛과 그림자'인데 '빛과 그림자'의 주 촬영 무대가 합천영상테마파크였습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70년대 80년대 서울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이화장, 경성역, 한국은행 등 굵직한 건물들도 있지만 뒷골목의 풍경도 리얼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팸투어 일정으로 가긴 했는데 솔직히 몇 번 가다보니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어 아예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추적 추적 비는 내리고 해설사의 설명은 좀 어리버리한 느낌이고 혼자 따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건물은 건성건성 보면서 건물 벽에 붙어있는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보니 아주 재미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삼아 한 컷을 휴대폰에 담았는데 나중에는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이것 저것 담아봤습니다.
"자신의 사치가 국토통일의 방해" 라니~무슨 그런 개뿔뜯어먹는 소리를~ 혼자서 중얼중얼거리며 피식 웃었습니다. 아래에 보면 보건사회부라고 적혀 있습니다. 국방부도 아니고 보건사회부에서 무슨 통일 운운 하는지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안보를 미끼로 국민들한테 골고루 사기를 쳤던 것 같습니다.
안보를 미끼로 한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근면을 미끼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학교 앞 버스 정거장에 "빠른걸음 가난없고 느린걸음 부자없다"라는 표어가 새겨져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어떻게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식의 강박 속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독려했던 주체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고 말입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학교 다니면서 통일과 근면에 대한 표어 포스터 숙제를 지겹도록 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미풍 광고지입니다. 코미디언 구봉서씨의 모습이 아주 젊고 핸섬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미풍은 미원한테 쨉이 안됐거든요. '미원 때문에 망해먹었는데~~'그런 생각도 났습니다.
'조금만 치세요' 글을 보고 혼자 깔깔깔 웃었습니다. 미풍이 몸에 안좋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지금도 시골 어른들은 미원을 넣지 않으면 음식에 가미가 없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식당 음식들은 조미료를 넣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국민들 입맛을 그때 식품업을 하는 기업들이 완전 망쳐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은 술집 앞에 붙어있는 안내판이거든요. 미성년자 출입금지는 당근 맞는 말인데 장발자도 출입금지라니~~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쩝쩝!! 국민들을 완전 쥐잡듯이 잡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 중에 '장발자'도 들어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이게 뭐지? 싶었는데 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술집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보면 하나같이 의상비가 별로 들지 않은 듯한 옷을 걸치고 있는 여자들 모습입니다.
여자의 표정을 보면 약간 술에 취한듯한 몽롱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광고 모델들보다 훨씬 선정적인 것 같습니다. 예술적인 냄새까지 나고 말입니다.~^^ 앞으로는 텔레비전은 물론 공공장소에서는 술 광고를 할 수 없도록 새로 법을 만든다고 하니 이런 장면들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이게 뭘까요? 여성 속옷을 파는 간판입니다. "아름다운 비너스~~" 그런 광고를 텔레비젼을 통해서 종종 봤을텐데요. 비너스가 아니라 삐너스라고 해서 뭔지 한참 헷갈렸네요. 아무튼 재밌습니다.
담배도 낱개로 팔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술도 낱잔으로 팔았었지요~ 너덜너덜한 종이에서 낱담배를 사서 웅크리고 피웠을 사내의 오종종한 뒷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위에 있는 '까치담배 있습니다' 하고 분위기가 어떤가요? 술이나 담배는 다 같이 기호식품이지만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누리는 방법은 천양지 차이인 것 같습니다. 아주 귀족티가 줄줄 흐르는 담배가게 간판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해로운 건 똑 같겠지요.
요즘은 먹을 거리가 많아서 참새 따위는 처다도 안 보지만 예전에는 참새구이가 술꾼들에게는 아주 좋은 안주였던 시절이 있었지요. 포장마차에서 구워서 파는 참새와 이렇게 근사하게 간판을 걸어놓고 팔았던 참새는 격이 달랐던 모양입니다.
이게 뭘까요? 저는 처음에 미장원 간판인 줄 알았습니다. 미장원이다 생각하고 보니 어째 분위기가 요사시 한 것 같고 한참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블로거 한 분이 하와이-바 술집 이름라고 그럽니다. 푸하하~~미장원 원장님이 아니라 마담 얼굴이었습니다~^^
"끽다점"~다방입니다. 요즘식으로 하자면 카페베네, 엔젤리너스, 뭐 그런 정도 될까요? 커피를 끽다라고 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오듸라~오듸라~ 오듸라~ 완전 중독성이 강합니다. 설마 이게 뭔지 아직도 모르시는 분은 없겠지요.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아무 것도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돌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영상 속에서 사람들을 눈속임하기 위해 어설프게 만든 건물들이 무슨 매력이 있을까 생각만 했지 그 속에 이렇게 보석같은 재미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팸투어를 다녀오면서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찾으시면 이런 재미가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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