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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버스타고 함양속으로~완전 작전 실패다

by 달그리메 2012. 10. 30.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 일곱번째 이야기

완전 작전실패다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지난 여름은 몹시도 무더웠습니다. 뭐든 처음 시작이 그렇듯이 조금은 결연한 마음으로 무더위속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마을을 찾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이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선선한 가을도 잠시 어느새 찬바람이 두터운 옷깃을 세우게 만듭니다. 계절이 소리없이 오고가는 동안에도 틈틈이 함양을 찾았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낯설기만 했던 함양이 이제는 이웃처럼 고향처럼 정겹고 가까워졌습니다.

 

 

여름 가을 내내 쫓아다니며 부지런히 그려놓았던 밑그림에 본격적인 색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니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함양군청 관계자들, 휴천 면장님, 지리산고속 사장님, 산두 임호마을 이장님, 마을 스케치를 하면서 만났던 함양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은 단연 "버스타고 함양속으로"의 주인공인 임호 산두 마을 어르신들입니다.

 

처음 상견례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마을회관과 정자나무 아래서 이루어졌습니다.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사업 설명회를 하기 위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마을 어르신들을 만났습니다. 보수적인 함양 골짜기라 배타적일거라 지레짐작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어르신들의 눈빛은 따뜻했고 무심히 건내는 말 한마디라도 인정스러웠습니다.

 

 

 

그 후로 두번째 만남은 면사무소 2층 강당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사업 설명회 한 번 만으로는 "버스타고 함양속으로"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이번 사업에 대한  마을 어르신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번째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푸른 통영 21' 윤미숙 사무국장를 초청해 연대도 마을만들기 성공 사례를 마을 어르신들께 풀어놓았습니다. 반응은 열광적이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내내 어르신들은 재미와 호기심을 아낌없이 드러냈습니다. 우와 대단하다~ 저렇게 되면 좋겠네~ 그런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오고 갔습니다. 윤미숙 사무국장의 재치있는 강의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방방 뛰웠습니다. 그럼에도 뒷자리에서 꾸벅꾸벅 조는 분이 있기는 했지만서도요.^^

 

그날 조그만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첫 날 사업설명회 자료로 사용했던 현수막으로 시장 가방을 20개를 만들어 참석한 분들에게 나누어드렸습니다. 요즘에야 물건이 흔하고 흔한 세상이지만 재활용을 한다는 의미도 있고 돈을 주고 산 것과는 달리 나름 뜻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마련을 했는데 가지고 가신 분들은 잘 사용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세번째 만남은 좀 더 드라마틱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출발하기 하루 전 날 어시장에 들러 장을 봤습니다. 홍합과 전구지를 사고 풋고추와 앙파도 함께 샀습니다. 전을 부쳐서 마을 어르신들과 막걸리를 한 잔 할 계획이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큼 허심탄회한 게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게 그래서 가장 친밀한 사회적인 행위라고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아침 일찍 멸치와 다시마를 우려낸 물을 통에 담고 전날 봐 둔 전거리를 후라이팬과 가스와 함께 챙겨서 함양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함양에 도착해서는 아주 맛이 좋은 이순신 막걸리도 넉넉하게 샀습니다.

 

산두 마을 앞에 있는 넓은 마당은 언제 보아도 넉넉하고 아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들머리에 시냇물이 흐르고 한 쪽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정자가 있고 또 한 쪽으로는 아주 오래된 왕버들 그늘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곳을 산두 광장이라 했다가 더 어울리는 큰마당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산두 큰마당에 도착을 해서 준비해간 짐을 풀었습니다. 한 쪽 구석에서 부지런히 전을 부치는 동안 마을 어르신들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그게 완전 작전 미스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한창 가을걷이에 바쁜 어르신들이 엉덩이를 붙일 겨를조차 없는 9월하고도 중순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장님과 지나가는 어르신 몇 분에게 전과 막걸리를 권하기는 했는데 당초 계획하고는 달라져 좀 머쓱한 상황이 되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우리끼리 막걸리와 전을 축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동안 머리를 싸매고 세웠던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아야 했습니다.

 

가을걷이가 어느 정도 끝나는 동안에는 마을 어르신들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우리가 해야 할 일 먼저 해놓고 어르신들이 좀 한가해지면 집중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는 쪽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마을만들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마을 주민들입니다. 마을만들기는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데 써야 합니다. 그래야 손님들이 찾아왔을 때 필요한 잠자리와 음식과 마을 인심을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는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마을 사람들이 가을걷이를 하는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다음 이야기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좀 더 속도를 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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