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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버스타고 함양속으로~빗속에서 마을 설명회를 하다

by 달그리메 2012. 9. 10.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다섯번째 이야기

빗속에서 마을 설명회를 하다

 

함양에서 돌아오자마자 마을 설명회 준비를 어떻게 할지를 두고 구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을 "눈높이를 맞추자"에 두었습니다. 눈높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사용되다 보니 마치 식상한 광고 문구처럼 들리기도 하겠지만 소통을 하는데 이만한 것도 없다는 것이 제 평소 생각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많으신 마을 사람들을 모셔놓고 컴퓨터를 켜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처음부터 뺐습니다. 시대의 분위기에 맞추거나 한 발 앞서 나가는 신선한 발상도 좋지만,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면 그만큼 여유가 생기고 시야가 넓어지는 이로운 점이 있기도 합니다.

 

이번처럼 마을 어르신을 모셔놓고 설명회를 하기에는 시대에 맞추거나 한 발 앞서는 것보다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이 수월하고 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컨셉을 바탕으로 해서 마을 주민들에게 나누어 줄 설명회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버스타고 함양속으로"에 대해서 무엇을 궁금해할까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궁금하고 다 알아듣기가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묻고 답하는 식이었습니다. 질문1)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가 뭐시고?  답) 버스타고 함양속으로는~~~입니다. 질문2) 버스타고 함양속으로는 어디서 하는기고? 답) 버스타고 함양속으로는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풀어서 28개의 문답을 만들었습니다. 글자 수는 줄이고 크기는 최대한 키웠습니다. 말투도 받아들이기 쉽게 지역말을 썼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설명회 자료를 차트로 만들었습니다. 애초에는 종이로 만들려고 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일이 그만 커져버렸습니다. 표지를 포함해서 31장을 현수막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료와 차트를 준비하는데 거의 40만원 가량 거금이 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의견 차이가 있기도 헀습니다. 방법이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느냐 한참 지나간 옛날 방식으로 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고, 앞으로 들어갈 비용도 많은데 이런 식으로 돈을 많이 쓰는 건 잘못된 것 같다는 의견이 서로 오고가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의견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그러들지 않을 것 같던 폭염의 기세도 입추가 지나자 아침 저녁 기운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마을 답사를 할 때는 폭염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비가 또 사람 속을 쎢였습니다. 산두 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 밑에서 임호 산두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설명회를 할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계속되는 비가 그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비는 참 양심도 없었습니다. 몇 날 몇 일을 지치지도 않고 내렸습니다. 설명회 당일 아침까지 오고 오후에는 내리지 않을 거라던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침부터 줄기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어쩄든 동네 어르신들에게 드릴 과자며 자료를 주섬주섬 챙겨서 함양으로 향했습니다.

 

 

면사무소에 들러 면장님께 인사를 하고 산두 마을로 들어가니 입구에 서 있는 정자나무는 물에 젖어 가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산두 마을은 산두 마을대로 임호 마을은 임호 마을대로 따로 설명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참 다행스럽게도 산두 마을은 정자나무 그늘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잘 만들어진 정자가 의젓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더없이 평온하고 낭만적이었습니다. 내린 비로 불어난 시냇물이 제법 힘차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비가 많이 오든 말든 더 이상 매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정자 "우리는 앞으로 그렇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예순 일곱 이장님이 나와서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앞으로 산두 마을에 살면 빈 방도 내어주고 양식도 공짜로 주신답니다. 완전히 복터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모여들기 시작하자 예순 일곱 이장님이 방송으로 독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아아~ 산두 마을 주민 여러분 지금 막 손님들이 도착했습니다. 빨리 마을 정자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반복~~) " 순식간에 마을은 그야말로 전원일기 드라마 세트장 같았습니다.

 

정자에 걸터앉은 마을 사람들은 한 눈에 봐도 젊은 분이 드물었습니다. 지금 농촌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세상을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실 마을 어르신들 눈에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너무 아득하고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건 아닐까? 무표졍한 눈길과 마주칠 때마다 문득 그런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마을 설명회는 세가지 주제로 나누어 진행을 했습니다. 버스 만들기, 마을 만들기, 마을 만들기 성공 사례, 버스 만들기 부분은 김훤주 대표가 했고, 마을 만들기 성공 사례는 연대도와 동피랑을 만든 푸른 통영 21 윤미숙 사무국장 그리고  제가 맡은 부분은 마을 만들기 입니다.

 

쉽게 자료를 만든 건 참 잘한 일 같았습니다. 하나 하나 풀어서 설명을 하니 고개를 끄덕거려주시는 어르신들이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옆사람과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듣지 않은 분도 계셨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짐작이 안 되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분, 자료를 접어 놓고 아예 쳐다도 안 보는 분도 있었습니다. 한쪽 구석에 꼬깃꼬깃 구겨져서 나뒹구는 자료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다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산두 마을 사업 설명회를 마치고 임호 마을로 이동을 했습니다. 임호 마을에는 정자가 따로 없기 때문에 마을 회관에서 진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방안을 들어서자 산두 마을보다 사람은 더 적었고 연세는 더 많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여주는 호응도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임호 마을에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주신 분들은 임호 출신 면장님의 어머니 이모님 고모님 등등 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까지 자리에 남아서 설명회를 듣고 있던 이장님이 마을 사람들에게 설명을 거들어 주셨습니다. "이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면 된다, 마을은 손해 볼 것이 없다, 인터넷에 소개가 되면 사람들이 겁나게 몰려올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는 면장님께 제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면장님 인터넷에 소개가 되어도 겁나게 많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지나친 기대는 지나친 비관만큼이나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면장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속내를 압니다. " 열심히 한 번 해 보자, 동네를 봐서도 좋은 일이다." 뭐 그런 뜻을 그렇게 표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고마운 면장님이십니다.

 

마을 만들기 성공 사례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 통영에서 온 윤미숙씨는 마을을 둘러보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 마을 만들기를 한다길래 그냥 와 봤다, 솔직히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통영 연대도 보다 낫다 한 번 해볼만하다" 그럽니다. 그러면서 통영 사람들과 함께 한 번 놀러와야겠다고 합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앞으로 이 마을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지 걱정도 반이고 기대도 반이고 그렇습니다.

 

한편으로는 잔뜩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할까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가능성이 있는 마을을 찾은 이상 노력과 열정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간 것만 못하다'는 말도 있지만, 실패나 고통이 따르더라도 나아간 것 만큼 얻은 것이 있는 게 삶이라고 저는 그리 믿고 있습니다. 

 

다음 일정은 마을 사람들을 면사무소에 모아놓고 통영 연대도와 동피랑 성공 전 후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줄 예정입니다. 슬라이드를 보면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슬라이드 상영 후 주민들의 반응은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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