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과 블로거 간담회를 하고 난 후에 '이제 지역주의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다'[http://dalgrime.tistory.com/entry/천정배-이제-지역주의는-설-땅이-없을-것이다]그런 제목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역주의가 남아 있다. 대선 후보는 아무래도 영호남에서 두루 인정을 받는 사람이 나와야 승산이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한 천정배 위원의 답변을 중심으로 지역주의 폐해에 대해서 글을 적었습니다. 그날 천정배 위원의 답변은 참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었습니다.
이제 전라도 당이라는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더 이상 지역주의는 설 땅이 없다. 지역주의 바탕 세력은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다. 낡은 지역주의 낡은 관념과 결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가 없다."
달라지는 분위기를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없지 않다는 글도 제가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예로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예결특위 15명 중 12명이 한나라당 소속 의원 - 한나라당 의원 독점 하나'라는 기사를 잠깐 언급했습니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한나라당 소속 경남도의원들의 작태를 보면 정말 이제는 더 이상 지역주의가 설 땅이 없을 것이라는 천정배 위원의 말이 무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남에서는 여전히 한나라당 기세가 등등합니다. 거두절미하고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한나라당 경남도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김두관 발목잡기에 나섰습니다.
김두관 도지사가 내세운 김두관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낙동강 취수원 사업, 통일 마라톤, 평화 미술제, 독립영화제, 북한 나무 심기 사업 등등 김두관 도지사의 의지와 색깔을 짐작케 하는 사업 예산에 대해 줄줄이 태클을 걸고 있습니다.
도지사가 하는 일에 모든 사람들이 다 동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대강 사업이나 통일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도의원들의 적절한 견제가 도지사의 권력 남용이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떤 이는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두관이 도지사로 당선되었지만 반대한 사람들도 찬성한 사람만큼 있다. 그런만큼 찬성한 사람들과 반대한 사람들을 두루 배려하는 정책을 펴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들으면서 객관성있고 타당한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의 모양새는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두관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의 이유를 나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밖에서 보기에는 합당하다기보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작당을 해서 머릿수로 김두관 물먹이자 그렇게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나라당 도의원의 이런 행동은 이번만이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예산을 두고도 도민들 입장은 생각도 않고 오직 한나라당 당론에 충실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공짜로 밥 먹이는 일까지도 당론을 따른 사람들이 한나라당 경남도의원들이었습니다.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그런 건 아닌 줄로 압니다.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 때문에 진주시민을 희생시켜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 진주시민이 한나라당 공천보다 우선이다. 그것이 나의 철학"이라고 밝힌 한나라당 윤용근 의원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당론보다는 진주시민이 우선이라고 밝힌 소신파
윤용근 한나라당 도의원 (사진-경남도민일보)
저는 도의원 자리라는 게 편하게 말하자면 도민들의 의견을 대신해서 심부름하는 그런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도의원이면 당연히 당론에 앞서 도민의 편에 설 줄 아는 소신을 가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을 업고 도의원 뱃지를 달면 본인이 무슨 대단한 정치인이나 권력자라도 된 줄 착각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달곤과의 싸움에서 다들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김두관이 도지사로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이 경남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낙동강 사업권을 회수해 갔을 때 블로그를 통해서 김두관 힘실어주기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하고 응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도의원들이 나서서 도민들에게 박수를 보냈던 많은 사람들의 뜻을 깡그리 밟아 뭉개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단지 한나라당 도의원들의 담합이 문제가 아니라 김두관 도지사를 뽑았던 도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도지사 잘 뽑아놓고 도의원들 대충 뽑아서 도지사 손목 발목 다 묶어놨다그러면 박수 보내준 사람들 한테 정말 쪽팔리는 일이다 싶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경남에서는 한나라당을 업고 나오면 다음에도 또 당선될 수 있다는 정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책없는 지역주의가 한나라당 의원들을 근거없는 자신감에 차게 만들어 이번 같은 결과를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이쯤 되고 보니 도민들 눈치 안보고 당 눈치만 보는 한나라당 도의원들 나무랄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돈 갖다바치고 한나라당 공천받아 나오면 앞뒤도 재지 않고 도의원 뱃지 달아준 도민들도 책임이 많습니다. 도지사는 물론이고 도의원 뽑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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