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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천정배, 이제 지역주의는 설 땅이 없을 것이다

by 달그리메 2011. 7. 28.

지난 월요일 노무현 공식 지지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위해 부산 민주공원을 찾은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과 블로거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김정길, 정동영 위원에 이어 세번째였는데 공교롭게도 다 민주당 소속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의 첫 이미지는 그의 이력으로 미루어 짐작했던 것만큼 파워풀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간담회를 하는 동안 민주당 내부의 강력한 개혁을 통해 정권교체를 확신하는 힘과 소신이 느껴지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지지선언 10주년 기념 행사를 부산 민주공원에서 했습니다.


뿌리깊은 지역감정.

천정배 위원은 호남 출신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가 지역주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좀 진부한 이야기처럼도 여겨지지만 그래도 잔재로 남아 있거나 여전히 정치권에서 작용을 하는 것이 영호남 지역주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지역주의라는 뿌리는 참으로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근대 정치사를 두고 볼 때 가장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였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학연, 지연, 혈연 등등 인맥의 연결 고리가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작용을 했지만 굵은 가닥으로 보자면 영남과 호남의 갈등만큼 골이 깊은 것이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역주의는 영구 집권을 위해 박정희가 일부러 조장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에는 정치판에서뿐만 아니라 영호남 사람들의 삶과 정서에도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호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지역주의에 관련된 기억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라도 사람들을 마치 빨갱이 취급을 했던 경상도 어른들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런 분위기 탓에 다른 사람들한테 아버지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아버지를 경상도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이 결혼을 하면 이상하게 여기기도 했으니까요.

그러한 것들이 정치판으로부터 주입된 감정 이입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역주의로 생겨난 이유없는 적대감은 서로를 반목 질시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조장된 감정을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을 위해 유감없이 이용해 먹는다는 생각을 아예 할 수 없는 시절이었습니다.

더 이상 지역주의는 설 땅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호남의 지지만으로 정권을 잡기는 힘들다. 호남 출신이 아니라 영남 출신으로 영남과 호남의 지지를 고루 얻는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나온 것도 여전히 지역주의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천정배 위원의 답변은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이제 전라도 당이라는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더 이상 지역주의는 설 땅이 없다. 지역주의 바탕 세력은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이다. 낡은 지역주의 낡은 관념과 결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가 없다. 정체성을 확실히 견지하고, 하면 된다."

천정배 위원의 답변대로라면 더없이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도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영호남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은 피부로도 실감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벽을 허무는 데 일등공신은 역시 노무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그게 과연 얼마나 많이 허물어졌나 하는 회의를 여전히 하게 됩니다. 어제 경남도민일보 인터넷 신문을 보니 "예결특위 15명 중 12명이 한나라당 소속 - 도의회 한나라당 독점 하나" 그런 기사가 실렸더군요. 영남에서는 여전히 그 판입니다. 민주개혁연대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한나라당은 영남당이고 민주당은 호남당이라는 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나라당을 달고 나오면 사람도 안보고 찍는다는 꼴통 보수가 영남에는 여전히 많습니다. 민주당을 달고 나오면 눈감아도 당선된다는 호남도 갑갑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천정배 위원의 '이제는 지역주의가 설 땅이 없다'는 답변을 들으면서 저는 양면을 생각했습니다. 물론 시대적인 흐름과 요구도 맞물려 있지만 호남 출신이어도 그만한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영남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금의 위기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역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 혹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답이 없다는 절박함도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그런 자신감과 그런 절박함이 모이면 새로운 무엇인가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게 하는 답변으로 들렸습니다.

 

민주공원 식당에서 도시락을 앞에 놓고 블로거 간담회를 하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서로 경쟁 협력해야 살아남는다

지금은 사실 영남이 어떻고 호남이 어떻고 그런 구질구질한 지역주의에 매여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영남과 호남이 아니라 수도권과 지역의 대결구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결이라는 말이 썩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워낙 일방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누리고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기득권층의 편에 서서 힘을 실어주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MB정권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정치권은 지금 MB정권과 반 MB정권의 대결구도라고 하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 구도 속에서 영호남 지역주의는 별 의미가 없다. 다같이 힘을 합해야 살아남는다. 저는 천정배 위원의 답변을 그리 알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다음 대선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많은 선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지금의 수도권 중심에서 벗어나 지역 균형 발전을 할 수 있느냐 마느냐, 독점 탐욕 보수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민주주의 역사를 쓰느냐 마느냐, 기득권 세력을 위하는 정책이 아니라 서민의 편에 서는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국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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