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우연히 푸른내서주민회에서 주관하는 김두관 도지사 초청강연회 안내 펼침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김두관 도지사는 저 같은 평범한 도민을 알 까닭이 없겠지만 그래도 김두관 도지사와는 글로 인연이 있다(물론 일방적이긴 하지만) 저는 그리 생각을 합니다.
지난 선거 때 블로거 간담회를 하고 난 후 "김두관 후보의 고백, 나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런 제목으로 김두관 도지사에 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김두관 도지사에 관한 글을 몇 번 더 썼던 기억이 납니다.
선거 때도 김두관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썼고, 경남 팸투어를 하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경남의 명품은 김두관 도지사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비싼 세금을 들여 경남을 알리는 팸투어를 하면서 특정 정치인을 칭찬하는 글을 쓰는 게 옳느냐며 일부 단체의 항의가 있었지만 저는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 도의원 김두관 발목잡기에 나섰다"는 글을 올렸는데 지역 일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썼던 글인데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여서 새삼 김두관 도지사의 지명도를 실감했습니다.
블로거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그런 저런 글들을 올린 까닭으로 주변으로부터 혹시 김빠가 아니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뭐 그런 건 아니구요. 그건 아마도 김두관 도지사가 지닌 친화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를 두고 일종의 이미지 경쟁이라고도 하는데 푸근한 인상 덕분에 김두관 도지사는 그런 면에서는 먹고 들어가는 게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론이 좀 길어지긴 했는데, 아무튼 그런 인연으로 궂은 날씨에도 도지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 일찌감치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강의 내용이 좋으면 블로그에 올릴 생각으로 강의를 하는 1시간 동안 손가락이 뻐근할 정도로 열심히 받아적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받아적어 놓은 글을 뒤적거려보니 많은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민주주의와 주민참여"라는 주제와는 별시리 연관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토막토막 하다보니 좀 산만하다 싶기도 했구요. 표현을 하자면 주인공은 없고 조연들만 와글와글 한 뭐 그런 형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앙 집권도가 너무 강하다. 그러다보니 예산과 권한을 중앙정부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계의 흐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주민과 밀착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정치를 실현하는 것에도 걸림돌이 된다. 중앙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게 하는 게 필요하다"며 주민자치와 같은 좀 더 밀착된 정치의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여우가 호랑이의 권세를 믿고 어깨 힘준다는 호가호위를 예로 들어가며 김두관 선거 운동해주고 이름 팔아먹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고, 나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던 그의 정치적인 소신처럼 한나라 시조인 유방의 예를 들어가면서 진정한 능력은 좋은 사람을 알아볼 줄 알고 제대로 부릴 줄 아는 것이라며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행자부 장관 시절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뚝심으로 밀어부친 주민 투표제가 정작 마산 창원 진해 통합되는 과정에서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며 주민투표 없이 이루어진 통합 절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나라당 도의원의 이번 예산 삭감 담합에 대해서는 의외로 두루뭉실하게 표현을 했습니다. 그동안 여권 도지사가 오래 집권을 하다보니 여당 세력이 강한 경남에서 야권 도지사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는 정도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의회 출석률100%를 자랑하는 김두관 도지사는 알고 보니 자칭 의회주의자였습니다.
푸른내서 주민회가 마련한 강연회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바쁜 일정으로 딱히 강연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을 했습니다. 권위적이지 않고 주민들과 직접 만나서 얼굴 맞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인드는 높이 살 만하다 싶었으니까요. 그런 한편으로 좀 더 치열하고 파워 있는 뭔가를 기대했던 것에 비해서는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마을 주민회에서 마련한 강연회에 사람이 많이도 모였구나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랐던 건 궂은 날씨에 무슨 넥타이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였는지요.
물론 강연이 궁금해서 오신 분들도 있으시겠고, 가까이서 도지사 얼굴 보려고 오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그런데 그 중에는 눈도장 찍고 낯내려고 나타난 사람들도 없지않아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지역에서 유명한 분들이 제법 눈에 띄었구요.
만약 주민회 초청 강연의 강사가 도지사가 아니고 다른 분이었다면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그만큼 사람이 모여들지는 않았겠지요. 그 모습을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래도 권력이 최고구나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김두관 도지사 정말 인기 짱이다~^^
서둘러 내려오니 내서읍 사무소 직원들이 8시 반이 지났는데 퇴근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도지사 때문에 공무원들이 퇴근도 못하고 고생이 많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더군요. 도지사에 대한 자발적인 예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경직된 관행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강연장을 채운 사람들의 호화찬란한 면면에 비긴다면 썩 훌륭한 강연은 아니었지만(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주민회에서 마련한 강연회는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 봐서는 말입니다. 그 날의 강연회 풍경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외화내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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