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블로거 간담회를 했습니다. 한정된 시간에 하고 싶은 질문은 많고,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길어지고 그러다보니 쫓기듯 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비중있게 오고 갔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대북관계와 통일 문제였습니다.

'통일'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별로 재미없어 합니다. 그 때문인지 간담회 후기 중에 통일 문제를 다룬 분이 눈에 띄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통일에 대해 별로 아는 바는 없지만 그래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강연을 듣고나서부터입니다. 그분 강의에 상당히 공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정동영 위원도 이종석 전 장관과 더불어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했다는 공통점 때문인지 남북문제나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동영 위원은 이명박의 정권교체가 가지는 가장 큰 의미를 한 마디로 하자면 '민족 운명의 엇갈림'이라고 표현을 하며 MB정권의 앞뒤 꽉 막힌 대북정책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제는 '있었습니다' 라고 표현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공식적인 행사 끝에 다함께 이 노래를 장엄하게 합창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습니다. 자라나는 신세대는 이 노래를 알지 못할 뿐더러 기성세대조차 통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의 쇠락이 마치 통일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의 대북관계 특히 햇볕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들이 끊이지 않고 오고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칙있는 대북관계'라고 표현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위원의 설전이 관심을 끌기도 했는데, 이처럼 같은 당에 적을 두고 있더라도 입장을 조금씩 달리 하는 게 대북관계에 대한 시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대북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모습입니다.


정동영 위원은 만약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면 만들어졌을 남북한의 청사진을 펼쳐 보였습니다. 지금은 금강산 관광길마저도 막혀버렸지만 노무현 정권 당시 남북이 체결했던 10.4 합의가 현실로 실행되었다면 금강산은 물론 개성관광 백두산관광까지 하고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어지는 정동영 위원의 이야기입니다.

" 남북 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져 2천만 평의 제2 개성공단이 세워질 계획이 있었다, 얼마 전 포탄이 날아온 지점이기도 하고 북한의 군사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황해남도 강령군은 공동 어로 지역으로 지정이 됐던 곳이다. 2008년 8월 북경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공동 응원단이 함께 열차를 타고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하게 한민족의 화합 차원을 넘어 북대륙으로 가는 철도길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가정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수준으로 이루어진 구제적인 합의였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정전이 아니라 종전으로 향하는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 10년 노력을 이명박 정권이 하루 아침에 뒤엎어버렸다."

정동영 위원의 통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이종석 전 장관의 강연에서 들은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이념도 체제도 아닌 이제는 잘 먹고 잘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통일로 가는 초석이 되는 대북관계 개선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아니라 우리의 발전과 생존이 걸려 있는 아주 절실한 문제다."

남북한의 경제적 차이를 두고 우월감에 빠져 통일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면 피해는 결국 우리가 본다는 이야기도 기억이 났습니다. 잘 산다고는 하지만 세계 속에서 보자면 손바닥만한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것도  반쪽으로 나누어진 나라, 경제적인 우위가 대북관계에 자만감을 가질 요인은 못 된다는 거지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옆에 끼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정말 우스운 자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은 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단이 되어 있지만 북한은 당연히 우리나라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경제적인 위기가 심화되어 체제가 붕괴되면 통일을 할 수 있는 우선권 혹은 기득권이 남한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근대에 들어서 만들어진 민족주의 개념으로 보자면 북한과 남한은 한민족입니다. 그러나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상대방에 대해서 절대적인 권리나 의무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나 지금이나 힘있는 사람이, 힘있는 국가가 주도권을 잡게 되는 약육강식은 생존의 법칙입니다.

우리가 남북한 관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에 북한은 점점 더 우리와는 상관없는 나라가 되어갑니다. 이미 중국은 동북공정이다 뭐다 해서 장기적인 포석 아래 야금야금 북한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백두산도 중국을 통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는데 이제 금강산도 그 지경이 될 모양입니다. 우리가 세웠던 개성공단 자리에 중국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머지않아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MB의 어처구니 없는 한반도 냉전정책, 대북 적대정책으로 말미암아 주체적인 화해 무드와 통일에 대한 기반을 조성하며 공을 들였던 시간 10년의 시간이 한 방에 날아가버렸다. 그러면서 미국의 바지가랭이만 잡고 따라가는 무기력한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

한반도의 분단은 과연 누구의 문제인가! 남과 북의 분단은 엄연한 현실이다. 있는 존재를 없다고 부정할 수 없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남북 문제 해결이 시작되어야 한다. 남북 분단을 해결해야 할 사람은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의 손에 내맞기고 냉전 상태의 책임을 북한의 핵이나 무력 도발에다 돌리고 있다."
 

정동영 위원의 이야기에서처럼 통일을 주도하고 평화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럼에도 주변 강대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늘 이용 당하고 휘둘리는 것을 마치 강대국으로부터의 누림이나 혜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심지어는 손을 잡는 것이 우리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MB의 어처구니없는 자만심의 근원이 다 미국의 빽 덕분이라면 참 대책이 없는 사람입니다.

통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해 사람들의 답은 다양합니다. "경제적인 격차가 너무 심해서 통일을 하면 우리 쪽에서 부담해야 할 짐이 너무 많다 통일세도 내야 하고" "우리가 뭐 아쉬워서 북한한테 죽고 들어가야 하나" "지금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책임을 국민들에만 돌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통일에 대한 글쓰기를 하면서 MB 정권의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우리는 지금 중요한 통일 문제에 대해서 손을 놓고 있다는 글을 쓴 고등학생을 불러 담임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MB 정권을 비판하는 과격한 부분은 좀 빼는 게 좋겠다. 대회에 나가서 상이라도 받게 되면 이런 글이 다 기록에 남아 이 다음에 취직을 하게 되거나 그럴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나요. 반공 교육을 받던 5공 시절도 아니고 이것이 통일에 대한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입니다.

간담회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정권교체를 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대북정책을 원래대로 돌려놓은 일이라는 정동영 위원의 말을 두고 보수적인 분들은 나라 말아먹을 일이라고 펄펄 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왜 대북관계를 개선해야 하는지 통일로 가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지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재미없는 글을 주저리 적어 봤습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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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복산 2011.07.19 11: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 없는 글이 아니라 너무 재미있고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정말 그날 분위기를 정확하게 전달하신 것 갔습니다. 어쩌면 그날의 주제는 통일이었을지 모를 정도로 남북문제나 통일문제에 많은 비중을 두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는 태생이 보수적인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던 새대라서 그런지 그날 정동영 의원의 이야기를 솔직히 이야기 하라면 무척 허황된 표현같이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