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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김정길, 뭐니뭐니해도 먹고 사는 게 우선이다

by 달그리메 2011. 6. 28.

지난 금요일 부산 민주 공원에서 내년 대선 후보로 나선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함께 블로거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블로거 간담회는 기자 인터뷰와는 달리 서로 경계하거나 탐색하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런 때문인지 긴 시간 함께 하면서 정치인답지 않게 소탈하고 솔직한 김정길 전 장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마와 함께 태풍 메아리가 지나가면서 내린 비로 4대강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여러 질문 가운데 4대강 사업에 관한 김정길 전 장관의 답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봐도 좋겠다 싶습니다.

김정길 전 장관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을 때 첫 마디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 사는 일이다." 였습니다. 제대로 먹고 입고 생활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보살피지 않고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붓는 게 말이 되냐고 했습니다.

 

 

젊고 자유로워 보이는 김정길 전 장관의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될까요? 관심있는 분들이야 다 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22조 7천 억원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22조 7천억이 얼마나 큰 돈인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정도라 하니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딱 그만큼 들어가면야 그나마 고맙다고 해야겠지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4대강 사업에 들어간다는 22조 7천 억원은 집으로 치자면 허허벌판에다 건물을 세우는 데까지 드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집 안에 들어가 살기 위해서는 인테리어도 해야 하고 가구도 들여야 하고 마당도 만들고 담도 쌓고 길도 만들고 이런 저런 손질을 하려면 다시 돈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4대강 사업에 22조 7천 억원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전문가들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공사 끝나고 두고봐라 그 보다 몇 배 더 들어갈 것이라고들 했습니다. 100조까지 들어가는 공사라고도 했습니다. 물 부족 국가에서 단순히 물 관리를 위한 치수 사업이라면 그 정도에서 공사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4대강 사업 계획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6미터 깊이로 강바닥을 파내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길을 반듯하게 맞추어서 거기에다 배를 띄운다 주변에다 공원을 만든다 생태학습관을 짓는다 그럽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일부 업자들은 배가 부를지 모르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다들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마련한 자금이 4대강 공사 밑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은 비싼 등록금 때문에 거리로 나서고,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의 자살률이 늘어만 갑니다. 뿐만 아닙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젊은 부부들은 아이 낳기를 꺼려합니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게 버거워서 아예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듭니다.


이런 지경에 놓여 있음에도 앞으로 4대강 사업 공사가 완전하게 마무리되기 위해 더 들어가야 할 돈을 생각하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앞이 깜깜할 지경입니다. 복지 예산을 얼마나 더 삭감해서 4대강 사업을 완성하려나 싶은 거지요.

 

민주 공원 옥상에 앉아서 부담없이 블로거 간담회를 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얼마 전에 찾아간 한 독거 노인의 비참한 생활상을 떠올리며 김정길 전 장관이 울컥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나라에서 주는 약간의 돈으로 하루하루를 막걸리로 연명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차마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형상이었다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그런 노인들이 그런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MB정권이 들어설 수 있었던 기반은 서민의 편에 섰던 노무현에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의 힘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이상 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의 배를 불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어려움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이해하는 척해도 끼니를 굶는 설움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이명박이 시장에 가서 시장 사람들과 어울리며 기념 사진을 찍고, 시골에 가서 트랙터를 직접 몰면서 어설프게 폼을 잡아도 코메디 같은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지금 우리가 바라는 건 이런 세상이 좀 바뀌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폭우가 쏟아져 4대강이 다 떠내려가 내년 선거까지 완공이 되지 못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기서 중단이 되어도 더 이상 나아가지 않으면 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김정길 전 장관은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행복한 집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생존권은 보장이 되어야 사람이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거지요.

지금 우리는 행복한 집에서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예 그렇습니다~ 하고 답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최소한 국가가 국민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는 대통령을 둔 우리는 지금 불행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먹고 사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김정길 후보의 이야기가 각별하게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며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눈시울 붉힐 줄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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