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이 공동으로 마련한 진해시 야권 후보들과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이런저런 정치인들과 간담회를 해봤지만 이번처럼 재미있고 손 떨리는 광경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진해는 전형적인 여권 강세 지역입니다.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이 되고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기로 하고 추진하는 모양입니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1:1 대결 구도가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자구책이라도 필요할 만큼 진해 사람들의 절박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간담회 장소에 나타난 후보는 여섯 명이었습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면서 진해시민의 선거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후보가 세 명이나 더 있다는 것입니다. 단일화 논의를 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야권 후보가 무려 아홉 명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후보단일화가 사공이 많아서 제대로 순항을 할지 염려스러운 바가 없지 않았는데 그런 우려는 오래지 않아 간담회 도중에 일어났습니다. 무소속 임재범 후보의 지나친 발언에 다른 후보측 방청객의 항의가 있자 임재범 후보는 격분해 급기야 고성를 지르는 험악한 분위기로 변했습니다. 시작을 하긴 했지만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현실적으로 드러나 보인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진해 단일화 경선 후보 블로거 간담회 모습
진해 야권 후보 간담회 이야기는 여기서 일단 그만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블로거들이 하는 간담회의 의미와 역할입니다. 그날 간담회 장소에서 일어났던 소동이나 오고갔던 질문과 답변 내용이 중심이 아니라 그날 있었던 간담회를 바탕으로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기 떄문입니다.
제 블로그에 가끔 들어오는 어떤 분이 저한테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블로그에 들어가면 간담회에 관련된 글들을 종종 보는데 블로거 간담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떤 블로거들이 참여를 하는지 그리고 의도나 효과에 대해서도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혹시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있을지도 몰라서 조금 설명을 하는 게 좋겠다 싶습니다.
블로거 간담회를 주도하는 구성원들은 경남도민일보 메타블로그 갱블에 연결되어 있는 블로거들인데 그 중에서도 주로 경블공(경남블로그공동체) 회원들입니다. 블로그라는 것이 제각각 색깔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공동 주제를 가지고 사심없이 공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블공 같은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드물다고 합니다.
블로거 간담회는 블로거들이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고 상대방이 먼저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겠다 싶으면 먼저 요청을 하기도 하고. 간담회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홍보 효과가 있겠다 싶으면 먼저 원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요청을 하든 스스로 원하든 공통점이 있습니다. 간담회의 주인공이 정치인의 경우 대부분 야권 소속이라는 것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공정성을 위해서 여야 후보에게 똑같이 간담회를 요청합니다만 그럼에도 응하는 쪽은 대부분 야당 후보들입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여당 후보를 인터뷰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까닭에는 블로거들이 대부분 진보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 많이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야권이나 진보에게는 아군이고 여권이나 보수들 입장에서는 적군이라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은데, 블로거들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당근 잘못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창원 을 진보진영 후보 간담회를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간담회를 하고 난 후 진보신당의 아집과 통합진보당의 무원칙을 문제 삼는 글들을 블로거들이 쏟아내자 본인들도 당황했고 그 파장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블로거 간담회를 너무 자신들의 기준으로만 생각했다는 후회를 뼈저리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원을 단일화 경선 후보 블로거 간담회 모습
창원 갑 문성현 통합진보당 후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 때와 맞추어 펴낸 책을 소개도 할 겸 자청해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만, 그 자리에서 오고갔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운동판의 학벌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리는 바람에 좋은 쪽으로 홍보를 기대했던 본인으로서는 좀 난감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과는 상관없이 또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20대 젊은 분들이 경블공 회원들이 너무 과격한 것 같다며 진보 진영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간담회를 하지 않는 여권 보수 후보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니냐며 비판보다는 진보의 좋은 점을 좀 더 부각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공정하게 알리고 비판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쪽도 저쪽도 블로거 간담회에 대한 왜곡이기도 하고 또 사실과 다른 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개인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기는 어렵겠지만, 객관적인 팩트를 사실에 두고 공감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블로거 간담회 후기를 쓰는 기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여권 야권 진보 보수에 대한 구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블로거들의 글이 다 공정하고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편향된 기사를 쏟아내거나 한 번 보도가 되고 나면 되물릴 수 없는 언론 기사와는 달리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비판할 수 있고 수정할 수 있는 블로그의 기능은 그런 오류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이번 진해 단일화 경선후보 간담회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간담회를 하는 후보들조차 간담회가 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담회에 나와서 왜 이렇게 곤욕스러운 시간을 가져야 하는가 귀찮게 여기는 표정이 역력히 읽히는 후보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애초부터 아예 거절을 하거나 피해 버리는 후보들도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정치인들은 굳이 블로거 간담회를 왜하지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블로그보다 훨씬 친화력이 강하고 접근하기 수월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의 역할과 블로거 간담회가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고 생각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언론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왜곡되고 편향되어 국민들에게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에게 좀 더 많은, 좀 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할 의무를 후보들은 가지고 있고, 유권자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알 권리가 있습니다.
블로그를 틈새 언론이라고 표현을 하면 맞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사자들의 유불리를 떠나 후보들과 유권자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블로거들이 이런 간담회를 통해서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화제가 되고 있는 지역구를 찾아 블로거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해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을 수 있다면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블로거 간담회를 하는 보람을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해 야권 후보 간담회는 그 여정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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