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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연합고사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by 달그리메 2011. 12. 15.

지금 경남에서는 연합고사 부활로 아주 시끄럽습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갑의 입장에 있는 교육감이 눈 막고 귀 막고 아주 밀어부칠 모양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교육판에서는 여전히 수요자인 학부모나 학생들은 을의 처지입니다.

연합고사라는 해묶은 제도를 시행하겠다면서 들이미는 가장 큰 명분은 성적 향상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경남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낮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연합고사라는 제도를 부활해서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겠다 이런 이야기인 모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합고사를 시행하면 사교육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고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한 경쟁의 장으로 아이들을 몰아부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얼마 전에 이 문제를 두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풀어 볼까 합니다. 

경남 여성연대 대표 등이 연합고사 부활에 반대한다는 요지를 전했지만 시행의지를 확고하게 나타낸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할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어떤 자극에 의해서 움직이는 동물적인 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시험이라는 제도가 없다면 사회가 이만큼 발전하지 못했으리라는 이론이 그래서 어느 정도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물어봤더니 시험을 치지 않아도 된다면 공부 같은 건 열심히 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대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시험이라는 제도가 있기에 원하든 원치않든 공부를 하게 되고 그런 것이 바탕이 되어 자신도 사회도 더불어 발전을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이번 연합고사 부활을 밀어부치는데 가장 근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연합고사 부활로 경쟁을 시켜 실제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한번 살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창원 지역은 지금 대략 내신 70% 안에 들면 인문계 학교로 진학을 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실업계나 외곽 지역으로 진학을 하게 됩니다. 

연합고사가 부활한다면 비율이 어떻게 정해질지 잘 모르겠지만 내신과 연합고사 점수를 합산해서 결정을 하게 되겠지요. 그러니까 어찌되었던 간에 결국 70% 정도는 인문계로 진학을 하게 될 것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다른 곳으로 진학을 하게 될 것 입니다. 

전체 학생들 중에서 상위권에 드는 10~20% 학생들은 연합고사가 부활하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원래 열심히 잘 하니까요. 대신에 연합고사를 치게 되면 점수가 등수화가 되니까 등수 관리를 위해서 좀 더 기를 쓰면서 공부는 하겠지요. 그렇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잘하기 때문에 향상될 수 있는 점수는 한정적입니다.

마찬가지로 40% 이내에 드는 중상위권 학생들도 상위권에 들기 위해서 좀 더 노력을 할 것 입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10~40% 정도 안에 드는 학생들은 연합고사 부활로 인해 진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정작 문제는 상위권 10~20% 안에 드는 학생들처럼 이런들 저런들 별 영향을 받지 않을 하위권 10~20% 뺀 40~90% 안에 드는 절반의 학생들은 그야말로 생지옥이 될 것입니다. 연합고사 성적에 의해서 자신의 진로가 결정이 되니까요. 학교 시험을 잘 쳐서 내신을 관리한다고해도 연합고사 시험을 잘 못치게 되면 뒤로 밀려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중학교 3년 내내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 심정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당연히 뒤처지는 과목을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얼마나 들볶겠습니까. 아마도 초등학교부터 선행학습을 시킨다 어쩐다 하면서 중학교 3년이 아니라 초등학교 6년도 조용할 날이 없을 겁니다. 연합고사 부활은 중학교 3년이 문제가 아니라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방향을 바뀌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비평준화 지역인 거제에 가보면 성적으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동네 미장원을 가도 시장을 가도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학원 이야기 아이들 성적 이야기를 빼면 대화거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아이 낳아서 키우는 죄인이라는 말까지 하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고등학교 서열이 심각한데 만약 연합고사가 부활된다면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될 것입니다.

그것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냉혹한 세상이 아니겠냐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이런 고통을 담보로 해서 겉으로 얻게 되는 성적 향샹이라는 결과물이 개인이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면에서 살펴보자면 더욱 갑갑한 노릇입니다.


99%의 노력과 1%의 머리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유전 인자는 어느 정도는 타고난 측면이 많습니다. 연합고사를 쳐서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겠다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40~90% 안에 드는 아이들이 사교육 받아가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올린 평균 5~10점(물론 그 이상도 이하일 수도 있겠지만요) 정도의 성적이 개인의 삶과 사회 기여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 따져보면 그렇다는 거지요.

차라리 그 정도의 노력과 공을 그 아이들이 맞는 적성이나 취미에 쏟는다면 그로 인해 얻게 되는 효과가 훨씬 더 개인과 사회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은 장사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부를 잘해야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놓고 오로지 경쟁을 뚫고 그 속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교육 정책은 뒤집어서 말하면 경쟁에서 낙오한 아이들을 삶의 낙오자로 만드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잘하는 아이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낙오자를 만들지 않는 것은 교육에서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한 교육의 근본을 바탕으로 제대로 집어보자면 지금 고영진 교육감이 밀어부치고자 하는 연합고사 부활이 얼마나 비교육적인 일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교육이 뭔지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교육의 수장으로 버티고 있는 바람에 경남에 살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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