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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노무현이 사랑했던 화포천, 아쉬웠던 이유

by 달그리메 2011. 6. 13.

봉하마을에서 이어지는 화포천은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와 권양숙 여사와 함께 종종 걸었던 길로도 유명합니다. 그 곳이 대통령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만들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찾아가보니 김해시에서 공을 들여서 아주 잘 다듬고 가꾸어 놓았더군요.

화포천은 대통령길로 다듬어지기 이전에도 늪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답기로 소문나 있던 곳입니다. 가까이에 유명한 우포늪이 있지만 온갖 식물들이 자생하는 늪이나 천은 스스로 정화하는 힘도 대단하지만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봉하마을 화포천도 마찬가집니다.

살아생전 화포천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애정이 각별했습니다. 봉하마을에 내려와서 반년이 넘는 동안 화포천에 쌓인 쓰레기를 몸소 치웠다고 합니다. 김경수 사무국장의 표현을 빌자면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화포천 구석구석에 쌓인 쓰레기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서 무척 고생했다더군요. 그런 고생 끝에 지금의 화포천이 제자리를 잡은 거지요.

생각해 보면 그런 대통령이 또 없습니다. 임기가 끝나고도 권력을 내려놓지 못하고 낄 데 안낄 데 나서서 콩이야 팥이야 간섭을 해대는 전직 대통령의 구질구질함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새삼 우리가 한 때 그런 좋은 대통령을 가졌었구나 싶습니다.


그런 화포천이 이제 대통령길이 되면서 찾는 이도 많아졌습니다. 늪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별 기대없이 찾았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됩니다. 화포천 덕분에 사람들에게 늪을 더 많이 알리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화포천 들머리에 미류나무가 시원하게 서 있습니다. 정확하게 미류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미류나무인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그 나무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 미류나무가 없었다면 눈으로 즐기는 맛이 훨씬 덜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는 지칭개 애기똥풀 등등 이름을 다 알지 못하는 들꽃들이 무리를 지어 지천으로 피어 있었습니다. 푸르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어우려져 한폭의 수채화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탄성이 절로 났습니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을 견디어낸 듯한 두 그루의 나무가 마치 절집 입구에 서 있는 일주문 같아 보였습니다.

 
 
 


너무나 잘 다듬어진 화포천 길을 걸으면서 걷기에 편리하고 좋기는한데 그 좋음이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추상화를 보면서 감동을 느끼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풍경화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4대강 사업을 두고도 사람들의 취향은 저마다 다릅니다. 모래톱 위로 새들이 날아오고 굽이굽이 물길을 따라 흐르는 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모래톱을 없앤 자리에 보트를 띄우고 주변에 공원이나 산책로가 들어서는 것을 환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포천을 걸으면서 한편으로 든 불편함은 너무 공무원스럽게 잘 가꾸어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듯하게 정리정돈된 것을 두고 보기에 깨끗하고 걷기에 편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무원스럽다는 것은 너무 잘 다듬어서 오히려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겠지요.

화포천은 습지를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인간이 즐기거나 느끼기 좋게 개조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아니라 습지를 중심에다 두고 배려했더라면 좀 더 아름다운 모습이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든거지요.  


길도 반듯반듯 물길도 반듯반듯 그랬습니다. 반듯하게 손질한 물길 위에다 조금 있으면 배도 띄운다고 하네요. 물론 보트는 아니구요. 그냥 나룻배같은 것인데 사람들에게 좀 더 그럴듯하게 보여지기 위해서 그러겠지요.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말입니다.

 
 


사진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이 많이 들수록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인간이 인간적일때 아름답듯이 자연도 자연스러울 때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요.^^

 
 


마지막 돌아나오는 길가에 쭉 이어져 나무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냥 보기 좋게 하기 위해 그런가 싶었는데 습지 전문가 김훤주 기자님이 나무를 길 밖으로 심어야지 안으로 심으면 길을 걷는 사람이 늪을 제대로 볼 수가 없을 거라는 지적을 하더라구요.

김훤주 기자님이 이 점을 지적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김해 시의원이 답글을 단 것을 보니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심은 보호수라고 그러더군요. 댓글을 읽다보니 참 공무원다운 발상이다 싶었습니다. 

김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남저수지를 가보면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키높이 정도의 갈대를 심어 보기도 좋고 새들도 보호하고 그럽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런 우스운 일은 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김해시가 나서서 화포천을 관리하는 것은 좋지만 이왕 하는 거 좀 제대로 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돌아와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이야기를 들으니 더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를 심은 곳은 습해서 나무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심은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크기가 처음 심은 그대로라고 그럽니다. 습한 곳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을 보호수로 해야 옳은 거지요. 그렇다면 공무원들은 그런 것을 정말 잘 몰랐을까요? 
 

 
 


봉하마을에서 화포천을 따라 길이 죽 이어져 있습니다. 화포천을 돌아나오는 길에 보리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축사료로 쓰일 풀을 수확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라 그런지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봉하마을에서는 친환경 쌀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거지요. 노무현 대통령이 가꾸고 싶었던 화포천도 사실은 지금의 모습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말끔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한 화포천에 대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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