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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박종훈 교육감, 8년요? 누구맘대로!!

by 달그리메 2014. 6. 23.

6.4지방 선거는 여당도 야당도 승자가 없이 끝이 났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수확은 뭐니뭐니해도 진보 교육감의 대거 입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남에도 드디어 박종훈 교육감이 당선되었습니다. 그동안 목마르게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의 염원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만큼 당선의 기쁨보다 더 큰 책임이 박종훈 교육감에게 주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선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6월 20일자 경남도민일보 일면에 "박 교육감 공약유보 고입시험 페지 미뤄"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박종훈 교육감이 가장 큰 공약으로 내세웠던 고입시험 폐지를 미루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두고 박종훈 교육감 측의 설명은 얼마남지 않은 고입시험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를 응원했던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고입시험 폐지는 상대 후보와 가장 차별화되었던  공약이 아니었냐! 지금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공약을 한거냐, 그런 공약을 이렇게 쉽게 깨다니 시작부터 이러니 앞으로 어떻게 공약을 실천해 나갈건지 걱정스럽다, 실망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에 대한 약속이 중요하지 않냐, 이런 의견이 압도적입니다. 또 한 편에서는 교육이란 모름지기 백년지대계인만큼 조금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바꿔나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분분한 의견에 생각 하나를 더 얹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니구요, 경남도민일보 기사가 나오기 며칠 전에 인수위원회 구성원으로 참여를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종훈 교육감의 첫 마디가 "8년을 내다보자" 였다는 겁니다. 4년으로는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지키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좀 천천히 하자는 것입니다. 그 분은 시작도 하기 전에 8년이라는 말부터 꺼집어내는 걸 보면서 참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겨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시작이 "8년" 이었습니다. 재선에 성공을 해서 8년이 주어지면 자신이 꿈꾸는 경남 교육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4년 동안의 시간으로는 지금의 교육 제도와 환경을 바꿀 시간이 부족하니 적어도 8년 정도의 시간은 주어져야 제대로 일을 하지 않겠느냐 뭐 그런 의미가 담긴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하기 나름이고,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저는 이 "8년을 보자"라는 말을 들으면서 참 어이없고 우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묘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심중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8년 운운하는 박종훈 교육감이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놓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어보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받은 느낌을 쉽게 풀어보면 그렇습니다. 박종훈 교육감의 8년 발언은 선거 기간동안 자신이 내세운 공약은 4년 안에는 실행하기 어려운 공약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입니다. 한편으로는 공약한 많은 것들이 4년 안에 지켜지지 않으면 시간이 짧아서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로 자기 자신을 변명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벽부터 치고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을 달래가며 내가 공약한 것들을 다 이루기 위해서는 한 번 더 교육감을 해야 가능하니 다음 선거에서도 자신을 밀어줘야 한다는 일종의 무언의 협박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벌써부터 다음 선거를 계산하고 선거 운동을 있다는 느낌도 들구요.

 

 

그런데 말입니다. 흔히 말하기를 내일 일을 누가 알 수가 있나요!! 다음에 보자는 인간치고 무서운 사람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내일은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말이야 바로 하자면 진보 교육관을 가진 사람이 꼭 박종훈 교육감 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요. 더 좋은 사람이 얼마든지 나올 수도 있는 일이지요.

 

박종훈 교육감에게 주어진 4년은 그가 정말 제대로 된 교육감인지를 검증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박종훈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이 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박종훈이라는 개인의 교육관도 나름 역할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오랫동안 보수 교육감에 의해 변하지 못한 경남 교육을 쇄신하고 싶다는 열화와 같은 성원이 그를 교육감으로 만들어준 측면이 많습니다. 

 

열심히 해놓고 그때 가서 또 다시 제게 4년의 기회를 더 주신다면 못다한 것들을 이루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도리고 순서지요. 잘만 하면 8년이면 어떻고 12년이면 어떻겠습니까! 사람들은 지금부터 4년 동안의 박종훈을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이고 말입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 8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자신이 꿈꾸는 올바른 경남 교육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요. 8년의 시간과 교육의 완성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 박종훈 교육감은 도대체 교육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정도입니다.

 

벌써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그렇듯이 교육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그런 게 교육입니다. 그래서 정말 교육이 어려운 것이지요. 체벌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도 체벌은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큰 틀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교육 현장에는 예상지 못한 변수들이 참 많습니다. 모든 학부모들이 진보 교육감이 주장하는 교육관에 다 공감을 하는 것도 아니구요.

 

지금 박종훈 교육감이 해야 할 일은 담보할 수 없는 8년 동안 교육을 완성 시키는 목표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실행하는 것입니다. 진보 교육감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줘서 앞으로도 계속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이어나갈 수 있도록 바탕을 닦는 게 무엇보다 박종훈 교육감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초심부터 8년 운운하는 박종훈 교육감에게 드는 염려를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걸고 있는 기대와 마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읽고 그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해 주십사 진심으로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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