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영화가 '트루맛 쇼'였습니다. 영화가 대박이 나면 상영하는 영화관이 늘지 않을까 그러면 마산에서도 볼 수 있겠지 싶은 마음을 바꾸어 부산으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아무래도 우물쭈물하다가는 보지 못하겠다 싶어서요.

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의 소감은 한결같이 "충격적이었다. 이 정도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면서 비분강개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다지 충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건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집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을 하는 것이나, 맛집 방송을 위해 일회용 메뉴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맛을 담보로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방송국의 작태에 대해서는 두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침묵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저급한 입맛을 가진 대중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부 유명 맛 칼럼니스트들의 오만함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방송국과 일부 지식인에게 삼분의 이의 책임을 지운다 하더라도 엉터리 맛집을 양산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준 대중들에게도 삼분의 일의 책임을 돌리고 싶습니다. 대중은 언제나 옳고 더불어 힘이 없는 존재라는 이론에 비춘다면 이건 말이 안된다고 여기실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맛집을 소비하는 대중을 두고 이런 경우 무죄라는데 완전하게 공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 맛집하기가 제일 쉬웠어요. 매콤 달콤하게 자극적으로 양념을 하고 마지막 엑기스로 화학조미료를 적당하게 첨가하면 유명 맛집으로 탄생을 하거든요." 영화 속에는 그런 대사가 나옵니다. 시청자들을 상대로 사기치기가 너무 수월했어요 제게는 그 말이 그렇게 들렸습니다.

대중의 입맛을 그렇게 만든 건 미원 미풍 또는 다시다라는 화학 조미료를 만들어 사람들의 입맛을 마비시켜놓고 그 대가로 돈을 끌어모은 대기업이 한 몫을 했다고들 합니다. 그러고 보면 대기업이 들어서 평정시켜놓은 대중들의 입맛을 방송국이 교묘하게 이용을 한 셈입니다. 

사기를 친 놈이 나쁘냐? 사기를 당한 사람이 어리석으냐를 두고 본다면 당연히 사기를 친 놈이 나쁘지요. 왜냐하면 사기는 엄연히 범법행위니까요. 어리석은 대중은 사기를 당한 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대중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만큼 그렇게 어리석기만 한 걸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중들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익히 알고 있지만 요즘들어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 라는 프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대중들이 방송국 PD들을 완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것도 바로 대중들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유명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 그렇게 예리하게 날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따지고 비판하는데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소통되는 대중들의 의견은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 대중들이 유독 맛집 프로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으셨는지요.

트루맛 쇼를 보면 고용된 단골 패널들이 돌아가면서 수도 없이 많은 맛집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런 것을 지적하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게 참 이상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사기를 친 놈은 가만히 두고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왜 바보처럼 사기를 당했냐고 몰아부치는 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문가들은 맵고 짜고 달콤한 혀끝을 자극하는 음식들에만 길들여진 대중의 입맛도 문제라는 지적을 한결같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맛집의 문제점을 비판하지 못하고 비리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구요.

어제 신문을 보니 트루맛쇼 관객 1천 7백명 돌파 그렇게 나오더라구요. 1만 7천명도 아니고 17만명도 아니고 말입니다. 저는 이 영화가 워낭소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볼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제대로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이 잘못된 방송 관행을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내심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만 관심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이 되는데 말입니다.


트루맛쇼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텔레비전을 켜니 여기저기서 여전히 맛집을 방송에 내 보내고 있더군요. 물론 그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도 좋은 음식이나 식당도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해물탕에 두부 한 모를 넣고는 해물과 두부의 조화가 절묘하다며 몸을 바르르 떨며 엄지 손가락을 내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답이 없는 세상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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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빈배 2011.06.22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트루맛쇼 한 번 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