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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황철곤. 박완수 그리고 박원순 시장님

by 달그리메 2012. 2. 2.

마산 창원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이 되고 시장을 뽑을 때 저는 주저없이 박완수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 특별히 박완수라는 인물을 좋아하거나 잘 알거나 그래서는 아닙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황철곤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철곤이 마산 시장을 하면서 마산시를 얼마나 말아먹었는지 새삼 이야기를 하기에는 입이 아픈 일입니다. 황철곤을 시장으로 받들면서 마산시와 시민들은 완전 골병이 들었습니다. 마산을 말아먹은 대가로 얼마를 챙겼는지 짐작도 못하겠습니다만 어마어마할 거라는 이야기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마산 사람들은 황철곤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습니다. 심지어 이명박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마산 시민들은 황철곤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박완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비난과 비판을 할 때도 설마 황철곤만 하려고 그런 심정들이었습니다. 

마산 시민의 염원대로 황철곤은 구속되고 박완수가 마창진 통합 시장이 되었습니다. 마산 사람들은 워낙 심한 데 치이다보니 실제로 겪어본 창원 사람들의 박완수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적당히 무심하고 무감했습니다. 별 사람 있나 그래도 황철곤이보다 낫지 뭐~~~그랬습니다. 

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창원시청 공무원이자 블로거 임마님

지난 월요일 아침은 몹시도 날이 추웠습니다. 그럼에도 이른 시간에 주섬주섬 챙기고 나와 창원 시청 앞으로 갔습니다. 창원시청 공무원이면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임마님의 1인 시위를 격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인 시위를 시작했던 8시 30분~ 동료들은 다들 출근시간을 맞추느라 분주했습니다.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임마님 역시 그 무리들 속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들과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따뜻하고 편한 자리를 마다하고 차가운 거리로 나와 홀로 서 있는 임마님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슬픔과 아픔 같은 것이 울컥 느껴졌습니다. 그는 왜 저렇게 외롭고 힘든 길을 선택했을까?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임마님의 용기가 그저 대단하기만 했습니다. 

먹고 사는 일 앞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작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닌줄 알면서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잘못된 것에 눈감아야 하는 비겁함을 스스로에게 변명하면서 살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임마님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창원시에 근무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창원시의 졸속 개편을 지적하는 내용 등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정책에 대해서 문제를 짚어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비판하는 글만 올린 게 아니라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랑하는 글도 많이 올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칭찬보다는 비판이 박완수 시장 눈에 거슬렀던 모양입니다. 인사 이동과 맞물려 8주간의 '시정역량강화교육' 명령을 받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자리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 지경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으로 피눈물을 삼키면서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자리가 안전하고 따뜻할수록 더욱 나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임마님은 안전하고 따뜻한 자리를 걸고 거리에 나섰습니다.

저는 이 일을 접하면서 그동안 황철곤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 박완수 시장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박완수 시장이 얼마나 머리가 좋은 사람인지 동시에 얼마나 머리가 나쁜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 비위 맞춰주고 손 비비면서 만만한 가족들에게 권위와 폭력을 휘두르는 가장입니다. 박완수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인 발판이 되는 시민들에게는 언제나 선량하고 민주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창원시는 시민의 소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평소 시정에 관한 생활 불편사항이나 시정발전 제안 · 시정요구 등 다양한 시민의 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코너입니다. 접수된 시민의 소리는 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 및 관련법령에 의거 게시일로 부터 7일(공휴일제외, 법령해석. 시책, 제도개선사항-14일) 이내에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겉과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오세훈 시장이 시행을 했다가 실패를 한 '시정역량강화교육'이라는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입해 놓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공무원들을 보복성 강제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밖으로는 순한 양처럼 굴면서 가족들에게는 하이에나처럼 구는 것입니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라면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아시다시피 인터넷을 통해 시장 취임식을 했습니다. 뿐만아니라 sns를 시민들과의 중요한 소통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짐작컨대 그 정도의 마인드라면 블로그나 소통에 대한 개념의 이해가 박완수 시장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달랐을 겁니다.

창원시처럼 경직된 분위기에서 공무원들이 과연 제대로 소신껏 일을 할 수가 있을까요? 너도나도 시장의 비위에 맞는 이야기만 하고 눈치만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무기력해지면 변화나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박완수 시장이 휘두르는 권위와 독재로 인한 피해는 결과적으로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박원순이 서울 시장이 되고 안철수 신드롬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머리가 좋아서 시민들에게 자신을 위장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꼼수를 부려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박완수 시장은 참 머리가 나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결과적으로 이번 일을 통해서 박완수 시장이 가진 한계를 스스로 대외적으로 알린 셈이 됩니다.

서울이 좋다고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창원이 훨씬 더 좋다고 자부를 하고 살았는데 박완수 시장과 박원순 시장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서울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황철곤이 나쁜줄 알았는데 복병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임마님 같은 분의 용기있는 행동이 무의미하게 끝나지 않도록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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