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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부러진 화살, 저작권 문제 어떻게 생각하나요?

by 달그리메 2012. 1. 27.

예상했던대로 입소문에 힘입어 부러진 화살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봉 8일만에 백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얼마만큼 흥행이 지속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인터넷에서는 조금씩 방향이나 관점을 달리한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장애 학생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발한 도가니가 흥행에 성공을 거두면서 사회적으로 미친 파장이나 영향이 작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번 부러진 화살 역시 제 2의 도가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흥행에 더 가속을 붙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를 한다면 그것이 바로 대중문화의 힘이고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은 외형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고발한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안으로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도가니는 장애인이라는 약점을 악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운 비인간적인 행위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 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러진 화살은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조금씩 다릅니다. 영화를 이끄는 핵심 줄기라고 할 수 있는 당사자들 간의 진실 공방도 영화 밖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진실 공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흥행이 성공해 사람들이 사건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고무적인 분위기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진실 하나를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바로 부러진 화살 저작권 문제입니다.

도가니 하면 가장 먼저 떠으로는 것 중에 하나가 공지영이라는 작가입니다. 공지영의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인화학교 문제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영화감독이나 제작사도 돈을 벌었겠지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작가 공지영도 그동안의 명성에 더해서 더 많이 이름이 알려졌고 돈도 벌었습니다.

도가니와 마찬가지로 부러진 화살도 원작이 있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형이라는 작가가 공판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담은 기록을 바탕으로 만든 책입니다. 그럼에도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든 알려지지 않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는 영화를 만든 쪽에서는 그 누구도 서형 작가의 저작권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러진 화살은 도가니처럼 작가의 감성이나 관점이 많이 들어간 소설과는 달리 사건 기록을 중심에 둔 다큐멘터리 형식입니다. 이것이 원작을 인정해주지 않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부러진 화살이라는 책을 통해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지만 내용은 실제 주인공의 증언과 공판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을 합니다. 지난해 12월 14일 창원에서 열린 시사회 때 영화가 끝나고 정지영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원작에 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느냐 하는 물음에 정지영 감독은 "아니다 영화를 만든 동기는 됐지만 내용은 전혀 아니다. 책을 읽어 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원작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지영 감독(왼쪽)

자리를 옮겨 뒤풀이 자리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부러진 화살의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니냐? 그랬더니 마찬가지로 법정 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는 답변을 간략하게 하고 다른 이야기를 길게 이어갔습니다.

물론 저작권 문제가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할 경우 법정 공방도 할 수 있습니다. 시시비비는 법에서 정확하게 판결을 내려줄 것 입니다. 그런데 사실 부러진 화살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렇지만 힘없는 무명의 작가 편에서 정확하게 판결을 내려줄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법을 떠나서 우선 드는 생각은 그렇습니다.
부러진 화살은 진실을 왜곡하는 검찰을 고발하는 내용입니다. 김명호 교수의 대사 중에 그런 게 나옵니다. '법은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이 말을 역으로 해석을 해보면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법보다는 순리대로만 살아질 수 있다면 법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순리를 지키는 것은 법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법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지금 영화사측이나 영화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원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적인 해석을 떠나 순리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배우 문성근이 부러진 화살 책을 읽고 감독 정지영에 전해주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제목도 책 제목 그대로 부러진 화살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모티브도 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원작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 문제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약 내가 부러진 화살을 쓴 작가라면 어떤 기분일까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당신네들 말이 맞네~" 그렇게 넘기기에는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영화사 측에다 똑같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한 번 권해보고 싶습니다. 그래 니 말이 백번 맞다 그렇게 쉽게 인정을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자신의 경우라면 억울하다고 생각을 하겠지요.


법이 잘못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영화를 만들어놓고 정작 본인들은 인간적인 순리나 도리를 외면한다면 이 영화의 진정성이 과연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이 역시 법대로 하자는 이야기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부러진화살
카테고리 정치/사회 > 법학
지은이 서형 (후마니타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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