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는 확실히 <해를 품은 달>입니다. 퓨전 로맨틱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가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시청률이 40%를 넘나들 정도라니 어디를 가도 화제거리가 될 만 합니다. 저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해품달> 때문에 정말 난감한 일이 있었습니다.
새학기에 6학년이 되는 여학생들끼리 <해품달>을 두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예전에는 중고등학생 정도가 되어야 사춘기니 뭐니 했지만 지금은 5~6학년만 되어도 사춘기가 다 지나갔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성장 속도가 빠릅니다. 여학생들이 임금 역을 맡은 김수현 이야기를 하는데, 거의 입에 거품을 무는 수준이었습니다.
해품달
"왕이 나같이 생기기가 그리 쉬운 줄 아느냐 그 대사치는 장면에서 죽는 줄 알았다.
자뻑을 해도 어쩜 그리 멋있냐?"
"나는 왕비하고 진짜 합방하는 줄 알고 간이 조마조마하더라.
훤이 그렇게 배신을 때리면 안 되지~~"
듣고 있자니 요즘 아이들 우와~~ 싶었습니다.
와중에 누나를 따라 온 초등학교 3학년짜리 남자애가 느닷없이 이야기에 끼어들었습니다.
"누나! 근데 합방이 뭐야?"
6학년 여학생이 어떻게 대답을 했을까요?~~~^^
"야 쬐끔한 게 넌 몰라도 돼~
좀 더 크면 알게 돼~ "
'이런 제기랄랄라~~~ '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수습이 되지 않았습니다.
초딩 3학년 남학생이 누나들을 자꾸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합방이 뭐냐고~~~~"
"야~ 모르면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
"윽! 이런~~"
기다렸다는듯이 초딩 3학년 남학생은 질문의 화살을 저에게로 돌렸습니다.
"선생님 합방이 뭐에요? "
전혀 방어를 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나에게 졸지에 공격을 하다니 너무하다.
해품달
"그래 그 합방이라는 것이......"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가며 궁리를 해도 마땅하게 이야기를 조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때 번쩍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인터넷이었습니다.
"00아 너 인터넷 할 줄 알지? "
"인터넷에 들어가서 '합방' 이렇게 치고 검색을 해봐라
그러면 아주 자세히 설명이 나와 있어 요즘 인터넷 아주 친절하거든."
'휴~ 다행이다 아무튼 참 좋은 세상이야 '
마음을 놓고 있는데 검색을 하던 초딩 3학년 남학생의 목소리가 날았습니다.
"선생님 둘 이상의 나라를 하나로 합치는 거라는데요 "
"뭐시라고?
또 다른 뜻은 없나? "
"1번은 나라를 합치는 거라고 되어있고 2번은 그냥 하나로 합치다로 되어있는데요 "
"그게 말이야~ 합방은 한일합방도 있고, 그냥 합방도 있는데..."
횡설수설~~~왔다갔다 그러는 제게 남자 아이가 한 방을 날렸습니다.
"선생님이 그것도 몰라요? "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제가 무능해서 그런지 초딩 3학년 아이를 앉혀놓고 합방이 어쩌구 저쩌구 설명을 하려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완전 쩝쩝~~^^::이었습니다.
<해품달>로 국민 유행어가 되어버린 단어 '합방'
<해품달> 덕분에 MBC는 대박이 났다고 하더니만
저는 졸지에 합방도 모르는 무식한 선생님이 되어야 했다는 슬프고도 웃긴 이야기였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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