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 오동동 부림시장 일대가 몰라보게 바뀌었다. 창동 오동동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난 건 다 창동 오동동 살리기 사업 덕분이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마산은 쇠락해가는 도심 상권을 살리는 것과 새로운 야구장을 건립하는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구 원도심 재개발도 더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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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그런 것은 꼭 통합이 되지 않아도 가능한 사업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수출자유지역의 쇠락, 한일합섬의 이전 등 마산 재정에 기여했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사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창동 오동동 일대 살리기 사업은 겉으로 드러난 변화와 효과 이면에 끊임없는 잡음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자생력을 키우기보다는 돈으로 유지하는 사업이 얼마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의 여부. 상가가 활성화되면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는 건 상인이나 시민들이 아니라 건물주라는 불편한 현실, 그리고 장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공공 행사를 거부하는 일부 상인회의 이기적인 행동들도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런 저런 문제를 떠나 최근 창동, 오동동 부림시장 일대에서 겪은 몇 가지의 일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한복전문점 골목에 있는 수입코너에서 았었던 일이다. 필요한 화장품을 찾았더니 물건을 보여주며 2만 7천원을 불렀다.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을 1만 8천원에 샀는데 2만 7천원은 터무니없는 가격이다. 훨~ 2만 7천원요~? 그러면서 돌아서니 할머니가 붙잡는다. 그러면서 그보다 질이 한 단계 낮은 게 있는데 2만 3천원에 가져가란다. 돌아서가는 등에다 물건에도 다 등급이 있는데 그냥 싸게만 먹으려고 하면 안 되지 그런다.
똑같은 물건을 옆 가게에서 1만 7천원에 샀다. 그 제품은 인터넷에서 8천원 정도면 구입을 할 수 있다. 배송비를 본인이 부담해야하고 가게세를 감안하더라도 2만 7천원은 엄청난 폭리다. 할머니가 말한 등급은 질의 등급이 아니라 밝고 어두운 정도의 등급을 말한다. 아직도 이런 식으로 장사를 하나 싶었지만 그 정도에서 불편한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최근에 또다시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얼마 전 속옷 두 가지를 2만 오천원에 구입을 했는데 질이 괜찮아서 다시 구입을 하러 가게에 들렀다. 똑같은 물건을 들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1만 오천원을 부른다. 며칠 전 여기서 꼭 같은 제품을 두 개 2만 오천원에 샀다, 하나에 1만 3천에 주시라 했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그리고 카드를 주니 대뜸 카드는 안 된다고 한다. 순간 기분이 상했다. 두 개 2만 오천원에 산 것을 하나에 1만 3천을 주면 나쁠 것도 없는 계산이지 않은가! 그러면 사지 않겠다고 하니 장사가 어떻게 손해보고 팔 수 있겠냐며 돌아서 나오는 등 뒤에다 목청을 높이며 언잖은 소리를 해댄다. 과연 카드로 결제를 하면 손해를 보는 것일까?
골목길을 따라오다 생필품을 파는 수입품 코너에 들러 물통이며 슬러퍼 등을 고른 후 계산을 하기 위해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자 주인이 하는 이야기가 작은 물건은 카드 계산이 안 된단다. 속옷 가게에서 상했던 기분이 다시 되살아났다. 꼭 필요한 물건이라 근처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계산을 하기는 했지만 무슨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다.
다른 속옷 가게에 들러 물건을 고르고는 아예 알아서 현금을 주었다. 또다른 가게에서 만원짜리 물건을 하나 골라서는 카드도 가능하냐고 눈치를 보며 물었더니 아주 큰 목소리로 당연하지 무슨 말씀이냐고 한다. 어찌나 반갑던지~이야기가 통할 것 같아 주인 아줌마한테 이런저런 속이 상했던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목소리를 높인다.
다들 백화점에만 가고 재래시장이 장사가 안된다고들 하지만 상인 탓도 크다는 이야기를 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당연히 카드를 받아야하고, 물건 값도 백화점보다는 싸야하고, 친절해야 손님이 오지 않겠냐고 시장 살리기를 한다고들 하지만 상인들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동 오동동 홍보 팸투어도 참여하고 이곳에서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에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한복을 입고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만약 외지에서 온 손님이 이런 경험을 했다면 창동 오동동에 대한 이미지가 어떨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번지르한 겉모습이 아니다.
창원시는 창동 오동동 살리기 사업에 꼭 선행해야 할 일들이 있다. 껍데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바꾸는 일이다. 첫째 카드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 요즘 현금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아직도 현금만 요구하는가! 둘째 바가지 요금 근절이다. 재래시장의 기본은 넉넉한 인심이다. 바가지 쓰고 기분좋을 사람 아무도 없다. 셋째 친절이다 이건 뭐 상식 중에 상식이니까.
상인 스스로 정화가 불가능하다면 불친절, 바가지요금, 카드거부 등에 대한 신고센터를 운영해서 근절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기본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살린다고 돈을 쏟아붓는 건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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