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비서관들과의 블로거 간담회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잃은 것과 얻은 것에 대한 질문에 이어서 블로그와 언론에 관한 질문을 했습니다.
김경수 김정호 비서관님께서 블로거 간담회를 참 진지하게 잘 해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듯이 노무현 대통령만큼 인터넷과 가까웠던 대통령이 없었습니다. 봉하 마을에 내려가서도 소통의 통로가 된 것이 인터넷이었고, 마지막으로 홈페이지를 폐쇄하면서 세상과 등을 돌렸습니다.
권력과 언론은 따로 떼놓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은 권력의 신하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임금이 아무리 정치를 잘해도 밑에 있는 신하들이 잘 받들고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임금 혼자서는 선정을 베풀기가 힘이 듭니다.
노 대통령만큼 언론과 친하지 못한 대통령도 일찍이 없었습니다. 언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지 못함으로써 참으로 잃은 게 많았습니다. 훗날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게 만든 결과가 되었으니 언론과의 악연이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전부를 잃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서울로 소환되던 날 블로그에다 그런 글을 올렸습니다. " 참 대한민국 언론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전직 대통령의 소환을 두고 헬기까지 동원을 해서 생중계를 하는 이런 개 같은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냐! 스스로 나서서 제 쪽을 팔아먹고 사는 게 대한민국 언론이다." 혼자서 그렇게 열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노정연씨가 뉴욕의 호화 아파트에서 잘 먹고 잘 살더라는 기사가 일제히 터졌습니다. 언론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정연씨가 호화 아파트에서 살고 있구나~ 노무현 대통령도 별 수가 없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언론이 가지고 있는 힘입니다. 언론의 무지막지한 펀치에 노무현 대통령은 더 이상 대응할 힘을 잃어버렸습니다.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노정연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실제로는 호화 아파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사실을 밝힌 것이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 블로거였습니다. 뉴욕에 있는 노정연씨가 살고있다는 아파트가 서민 아파트라는 사실이 블로그를 통해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고 언론에 대해서 분개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블로그보다는 언론이 가진 힘이 더 쎕니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것은 그날 블로거 간담회에서 답변을 해주셨던 김경수 비서관의 블로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에서도 알 수가 있습니다. 김경수 비서관님은 블로그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살아 생전 언론과의 인터뷰는 무조건 사절했다.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파워 블로거들과의 인터뷰는 꼭 한번 하고 싶어하셨다."
그러고 보니 노 대통령이 살아 생전 하지 못했던 것을 비서관님들이 대신한 셈이 됩니다.노무현 대통령이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김훤주 기자의 시사 블로그를 많이 칭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김경수 비서관님의 다음 이야기에서 블로그의 한계도 찾을 수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크다. 내용이 좋은 블로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좋은 블로그를 찾아들어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블로그들의 좋은 정보나 글이 널리 알려져서 소통되고 그래서 기존의 언론만큼 힘을 가지는 일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것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블로그가 가진 장점 또한 많습니다. 우선 블로거들이 쏟아내는 글 속에는 언론사의 글에 비해 사심이나 계산이 없습니다. 악의나 배후가 없는 것도 맞습니다. 조중동이라는 거대 언론사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있는 대한민국에서 최소한이나마 언론을 견제하고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블로그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블로그에 관심을 가진 그 시점은 블로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못했습니다. 물론 트위터도 없었습니다. 그날 함께 간담회를 했던 커서님이 질문을 하셨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만약 트위터를 했다면 아마도 상황이 달라졌지 않았겠냐는 이야기에 저도 공감을 했습니다.
조중동보다 블로그가 낫다는 말은 블로그를 칭찬하는 말이 아니라 조중동을 뭉개는 이야기입니다. 블로그가 조중동보다 낫지는 않더라도 조중동이 블로그 만큼이라도 되었더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은 어땠을까? 그것도 다 부질없는 생각인데 말입니다.
조중동보다는 블로그가 낫다고 하면 조중동 사장님들은 뭐라고 할까요? 아마도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소리하지말라고 코웃음을 날리시겠지요.^^ 그러든지 말든지요. 분명한 것은 언론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 목숨도 날려버릴 수 있을만큼 막강한 권력을 지닌 나라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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