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고 세월이 많이 흐른 후 우연히 모교를 찾아가게 된 것이 지난 봄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교정은 세월이 흐른만큼 더 많이 아름다워져 있었습니다.이번 여름 휴가 길에 일부러 다시 들러 여름 풍경을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봄날 찾은 모교 운동장은 그대로 누워서 잠들어도 좋을만큼 푹신푹신했습니다. 잔디와 함께 민들레 제비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융단 같았습니다. 아마도 푸른 초원같은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한 기억이 납니다. 흔히들 볼 수 있는 흙이나 인조잔디가 깔려진 운동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푸근함과 따뜻함이 가득 넘쳐났습니다.
운동장 말고도 인상적인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입니다. 이 나무 그늘에 앉아서 우리는 미사를 보았고 체육대회를 하게 되면 신나게 응원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운동장에 서 계셨고 우리는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서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을 내려다 보면서 조회를 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하는 미사가 지겹지 않은 까닭도 바로 이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 때문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른만큼 나뭇잎은 무성해졌고 그늘도 그만큼 풍성해졌습니다. 운동장에 서서 물끄러미 플라타너스 그늘을 올려다 봤습니다. 그때는 내리쬐는 햇볕속에 서서 고통스럽게 조회를 하지 않아서 좋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누림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새삼 돌아다보니 플라타너스 그늘이 얼마나 고마웠던가 싶어졌습니다.
누군가 나무를 심으면서 아마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습니다. 긴 세월이 흐른 후에 이 나무 그늘에 앉아서 아이들이 누릴 휴식과 편안함과 즐거움을 말입니다. 어쩌면 그런 배려와 사랑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주인은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주인이면서 주인 대접을 제대로 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곳이 학교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친구들은 학교를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처럼 말입니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에서 사랑과 배려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스승이 된 셈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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