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가 시를 쓰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부담없이 짧게 금방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글쓰기 분야 중에 가장 어려운 게 시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꿈꾸는 것이 시인이라고 하더군요. 시인이 되지 못하면 그다음 소설가가 되고 싶어한다고 했습니다. 소설가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코스가 평론가라는 이야기를 주워들은 기억이 납니다.

말을 하자면 평론가의 대부분이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꾸었던 사람이라는데 그게 얼마나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시를 쓰는 일은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타고난 감성과 재능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요. 시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사설이 좀 길었습니다.

올 가을은 유난히도 단풍이 눈부셨습니다. 그 화사함도 바람 한번 불고 비 한번 내리고 나니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지만요. 그러고 보면 모든 게 참 빠르게 흘러가거나 사라지거나 그러는가 싶습니다.

단풍이 한창일 때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글쓰기를 했습니다. 말은 야외 수업이었지만 실내에서 머리 싸매고 글을 쓰는 것 보다는 밖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신나게 뛰어놀아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마냥 뛰어놀면 보람이 없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시를 한 편씩 쓰게 했습니다.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들은 도통 시 쓸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한 게 상금이었습니다. 가장 잘 쓴 어린이에게는 상금을 주겠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금의 효과는 즉방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로 먼저 시를 쓰겠다고 난리였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놓고 차례를 기다리게 했습니다.

제가 노트 한 권과 볼펜 한자루만 달랑 들고 나온 관계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요. 순서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빨리 쓰지 않는다고 성화를 부리고 시를 쓰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잘 써보려고 시간을 끌고 참 즐겁고 귀여운 풍경이었습니다. 또한 돈의 위력을 이런 곳에서도 새삼 실감을 했습니다. 그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다섯 작품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딱 한편을 뽑아서 상금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시를 쓴 주인공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습니다.


(작품 하나~ 단풍)


초록색 단풍이 진하해서 노란색 단풍으로 되었네 
바람이 불면 빠르게 휘날리는 단풍
이제 가을이 되어가군

(작품 둘~ 가을)

이제는 울긋불긋 물이 들었네...
쉬원한 바람에 솔솔 단풍이 떨어지네
물든 단풍을 보니 가을이 된 것을 알겠구나

(작품 셋~ 단풍울긋불긋 단풍) 

길에도 단풍 산에도 단풍 
울긋불긋 단풍
단풍이 들면 길도 아름답고 산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단풍

(작품 넷~ 단풍)

단풍은 울긋불긋 정말 아름답다
산을 멋있게 칠해준다
바람에 날리면 더욱 아름답다.
단풍은 여름에 못봐서 정말 아쉽다.
그래도 지금은 가을이니 눈에 담아 두어야 겠다.

(작품 다섯~ 초록 옷 노란 옷) 

가을이 되자 엄마나무 말하네
'옷갈아 입자'
초록옷을 벗고 노란 옷으로 갈아입네
노오란 단풍나무 아름다운 나무

심사결과 네번째 작품이 당선이 되었습니다. 산을 멋있게 칠해준다~ 바람에 날리면 더욱 아름답다~ 지금은 가을이니 눈에 담아두어야겠다~ 저는 이런 표현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느낌을 있는 그대로 잘 살린 것 같았지요.

상금 전달식도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당근 상금을 받은 아이는 방방뛰면서 감개무량해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다섯번째 작품의 주인공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왜 탈락을 했는지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을이 되자 엄마나무 말하네~옷갈아 입자~ 이건 순전히 예전에 우리가 자라면서 배운 교과서적인 시입니다.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단어로 말을 만들어낸다거나 관념적인 생각을 그대로 배낀다거나 그런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 같습니다.

00 아~ 니가 쓴 시는 꼭 교과서에 나오는 시 같아서 좀 그렇지 그리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이의 말이 교과서에 나오는 시가 가장 훌륭하지 않냐고 말을 하자면 교과서처럼 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니냐는 거지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교과서적'이라는 말의 이중적인 의미를 초딩 3학년한테 설명하기가 좀 난감했습니다. 설명을 해도 알아들을 귀가 아직 열리지 않은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적'이라는 말 속에 담긴 뜻이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 어느 편이 더 많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아~ 참!! 1등 어린이에게 전달한 상금은 거금 5백원이었습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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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부권 2010.12.03 11: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백원이 뭡니까? 천원은 줘야지요...

  2. π. 2010.12.03 1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3. 2010.12.03 1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워싱턴미수니 2010.12.06 0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상금을 탄다는 사실 자체가 동기부여가 된 거 같네요.ㅎㅎ
    나도 한번 해봐? 오백원이 어딘가 싶어요.ㅎㅎ

    • 달그리메 2010.12.07 1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5백원은 좀 큰 상금이구요~
      평소에는 백원도 주고 2백원도 주고 그런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그 돈을 작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기특하기 짝이 없지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