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드높이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던 날 꺼이꺼이 소리내어 울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긴 조문 행렬 속에 서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 후로도 종종 봉하마을을 찾아 헌화했고 대통령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노빠라고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정작 나는 노사모 회원도 아니고 내가 노빠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나만의 충정심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히려 노빠들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노사모를 광적인 종교집단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노무현의 시대가 끝이 나고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라는 썩어문드러진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야 했다.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데는 촛불을 든 국민들의 힘이 가장 컸지만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문빠들이다. 촛불을 든 사람들 중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은 이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문빠들은 지금 목숨 걸고 문재인 지키기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비판의 날을 세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비이성적인 집단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문빠들의 행위를 두고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고 개탄을 금치못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는 정신병자들이라고 서슴치 않고 이야기를 한다. 극진보주의를 자처하는 이들 중에는 이런 문빠들의 꼴이 싫다고 반 문재인 선언을 하기도 했다.
내가 노사모의 진정성을 진심으르 이해하게 된 것은 올해 개봉을 한 '노무현입니다'라는 영화를 통해서이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의 편협함을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반성했다. 내가 발견한 것은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광기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뜨거운 열망의 집단이 바로 노사모라는 사실이었다. 노빠들은 노무현을 사랑하기 보다 노무현을 통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노무현을 중심으로 모인 것이다.
나는 지금도 뚜렷이 기억한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피부로 느껴지던 변화의 분위기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고 편하게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 것은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아픈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주어진 자유로움을 실감하지 못했고 오랜 통제에 길들여졌던 중장년층은 느슨해진 분위기를 두려워했다. 국가 기장이 무너진다고도 했다. 그래서 박정희 전두환 시절로 돌아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 문빠들은 노빠들에 비해 훨씬 단단해졌다. 한 번의 경험이 만들어 낸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세상이 달라졌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보다 언론에 덜 휘둘릴 수 있게 되었고 언론들이 생산해내는 기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 공격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전쟁 판으로 비유하자면 방어와 공격 조건이 조금은 더 나아진 셈이다.
그동안 많은 것을 누렸던 소위 말하는 적폐 세력들은 문빠들을 거칠게 몰아부칠 것이 뻔하다. 박사모와 문빠가 뭐가 다르냐며 공격을 한다. 박사모와 문빠가 뭐가 다르냐고? 박사모가 맹목적이라면 문빠는 적어도 맹목적이지는 않다. 문빠들에게는 어럽게 어렵게 여기까지 끌고 온 판을 뒤엎고 싶지 않는 간절함이 있다. 내가 새삼 이제와서 대놓고 문빠임을 자처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앞으로 갈길이 멀다. 그동안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많은 것을 누렸던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은 호시탐탐 재기를 꿈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빠들을 보호막으로 생각해서는 결코 이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몰상식한 인간으로 욕을 먹는 문빠들의 충정을 채찍으로 삼아 부디 이 정권을 훌륭하게 이끌기 진심으로 바란다. 그럴수만 있다면 문빠에게 던지는 모든 욕은 기꺼이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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