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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김주완 주례 데뷔~남존여비를 강조하다

by 달그리메 2011. 2. 21.

참 오랫만에 결혼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일요일에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보니 친척들 결혼식에 가본지도 까마득합니다. 낙사모를 인연으로 신랑되는 분을 알아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경블공 회장님이신 김주완 국장님의 첫 주례 입문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시간을 냈습니다

 

              적당하게 미소를 머금고 주례를 서고 있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요즘은 주례의 조건이나 주례사도 아주 프리합니다. 나이나 성별 구분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주례사도 근엄하고 무겁기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내용도 많고, 어떤 경우는 아예 주례없이 두사람이 적어온 글을 낭독하는 것으로 주례사를 대신하는 것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주례를 아무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 결혼을 해야 하구요. 둘째, 이혼을 하지 말아야 하구요. 셋째 아들이 있어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 결혼생활의 쓴맛 단맛도 보지 못한 사람이 신혼 부부를 앞에 두고 결혼이 어쩌구 저쩌구 그러면 좀 거시기 하겠지요.

마찬가지로 백년해로도 못한 사람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하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두번이나 이혼 경험이 있는 가수 조영남이 재혼을 하는 이경실의 주례를 서면서 절대 나처럼 두번씩이나 이혼은 하지 말라고 하던 주례사가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만.

아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의 조건이 되었던 시절에는 아들을 낳은 사람이 주례를 설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오히려 딸을 더 선호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주례 조건도 시대의 변화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외모로 보기에도 연륜이 전혀 짧아 보이지 않은 준비된 주례입니다.


김주완 국장님도 사실 예전의 조건에 보면 주례를 서기에는 연륜이 좀 짧은 나이입니다. 그렇지만 결혼해서 아들 낳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기에 주례 자격으로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결혼식장을 가면서 주례사도 그렇고, 주례를 처음 서는 모습도 내심 궁금했습니다. 혹시 신선한 이벤트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같은 것도 좀 있었습니다. 처음 생각으로는 명 주례사를 담은 동영상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주완 국장님이 쪽팔린다고 극구 만류를 하는 바람에 대신에 글로 정리해서 올립니다.

 

 

                            나 지금 주례선다~고 트위터에 날리고 있는 중 ? 


"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이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는 반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바로 끝납니다.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한 일은 반드시 오래 아주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게 되어있습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 않아서 드는 후회가 더 집요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망설이는 미혼 남녀들이여 빨리 짝을 찾으십시오" 고 충고를 하면서 주례사를 시작했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겠느냐고 신랑신부에게 묻고 있습니다.


주례사가 본론으로 이어집니다. 첫째. 부부가 함께 책을 읽고  철학과 가치를 공유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작도 책 이야기를 하더니만 이어서 또 책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저는 찔끔했습니다. 아이구야 국장님이 요즘 책 서평을 블로그에 종종 올리더만 완전 책에 심취를 하고 계신가 싶었습니다.

음~제가 찔끔한 이유가 좀 있습니다. 그게 참 좋은 말이긴 하지만요, 좋은 만큼 쉽지가 않더라구요. 함께 책을 읽고 철학을 공유하기는 고사하고 살다보면 말이 안 통해서 귀가 막힐 때가 얼마나 많은데요.^^

둘째, 행복을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행복하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겠다는 것은 순전히 거짓말이라구요. 이 부분에서 저도 완전 공감했습니다. 첫번째 고차원적인 그래서 약간은 어려워 보이는 주례사를 두번째에서 만회를 하는 듯 했습니다.

지금 누리지 못하면 영원히 누릴 수 없습니다. 보통 여자들이 40~50대에 접어들면 내가 안 먹고 안 입고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이럴 수가 하면서 허무해하고 그럽니다.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누구 탓이 아니라 자신의 탓인데 말입니다. 삶에 있어 중요한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이라는 건 정말 옳은 이야기입니다. 세번째에서 완전 빵 터졌습니다. "결혼을 하면 남존여비의 철학을 지키라고 했습니다." 순간 저는 속으로 으이구~ 오늘 주례사님이 왜 이러실까 힘을 너무 많이 주셨나??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역전 홈런임을 알았습니다. 남존여비가 뭐냐구요? '남자는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 존재다' 랍니다.(하객들~ 하하하^^)그러면 절로 가정이 화평해진다네요.
남자들이 점점 더 결혼하기 어려워지는 작금의 세태를 아주 적절하게 표현 한 한방이었습니다. 

 

                                주례사를 하고 있는 근엄한 모습입니다.


주례사는 너무 길면 지겹고 너무 짧으면 가볍습니다. 길이도 적당하고 무거움과 가벼움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룬 내용도 좋았습니다. 성공적인 주례 입문이었습니다. 이러다 재미 붙여서 전문 주례사로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제가 김주완 국장님께 물어봤습니다. 주례사를 얼마동안 준비를 했냐구요? 그랬더니 식장에 오는 택시 안에서 급조를 했다며 대충 적어놓은 메모지를 보여줬습니다. 신랑신부가 들으면 좀 무성의하다고 서운해 하실지는 모르지만 주례사에 담긴 내용은 작성한 시간과는 상관없이 훌륭했습니다.

질문을 한가지 더했습니다. 혹시 주례사 내용이 본인의 희망사항이 아니냐구요? 그랬더니 자신이 살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특히 두번째 이야기 현재를 즐겨라 지금 행복해야 한다 그 내용은 가장 잘 실천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축 같은 건 아예 하지 않는다네요.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첫번째 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알쏭달쏭하긴 합니다.^^

사실 주례사대로만 살면, 혹은 살아지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그것이 때로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출발점에서는 무수히 많은 다짐을 하고 약속을 하고 그럽니다.

부부가 맺어지는 건 인연의 힘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런데 요즘은 인연을 조건에 끼어맞추려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억지로 맞추다보면 인연이 어긋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살면서 즐거운 날도 괴로운 날도 많을 새 신랑 신부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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