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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마산을 말아먹은 황철곤, 마산을 살린 수정마을 사람들

by 달그리메 2011. 6. 26.

마산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정마을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 마산시와 STX를 상대로 수정 마을 주민들의 싸움은 4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지루하고도 힘겨운 싸움이었지만 고생이 헛되지 않게 끝이 났습니다.

자축연이 열린다는 수정마을에 갔더니 양복을 차려입고 어깨띠를 두른 동네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잔치 준비를 하느라 마을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려움을 겪어낸 마을 사람들의 감회가 짐작이 되었습니다.  

제가 수정마을 잔치에 가서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던 과정을 담은 "수정마을 4년간의 외침"이라는 제목의 영상물이었습니다. 분노, 노력, 길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만들어졌는데 오늘의 결과에 이르기까지 수정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많은 분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옛말에 사람이 잘못 들면 집안 말아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산이 딱 그 꼴이라는 이 들었습니다. 황철곤이라는 시장이 들어서 마산을 완전 말아먹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영상물 속에서 그 가증스러움을 보니 새삼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마을주민들과 그동안 힘을 합했던 분들이 강당에 모여서 영상물을 보고 있습니다.

 

조용했던 수정마을이 전쟁터로 변한 건, 택지 조성을 목적으로 매립을 하고 있던 수정만 시공권이 STX 중공업으로 넘어가고 용도 변경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 조업을 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런데 이 때 마산시는 조선 공장 유치를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을 약속하는 약정서를 STX와 체결했습니다. 물론 용도 변경은 주민들의 의견조차 물어보지 않은 채 몰래 추진되었습니다.

당시 마산 시장이었던 황철곤의 골 때리는 행보는 여기서 본격적으로 시작이 됩니다. 조선소 건립 철회를 요구하는 수정마을 사람들에게 마을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유보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당연히 그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의 생존권을 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마산시는 고용 효과 창출, 인구 증가 효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명분을 앞세웁니다. 더 나아가서 경제 우선 정책은 시대적 대세이고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마산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조선소는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며 반대 주민을 경제 역적으로 몰아부치기도 했습니다.

황철곤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민투표에 비상식적으로 개입을 합니다. 무슨 국회의원 선거도 아니고 찬반을 묻는 마을 투표에 금권 선거라는 말이 무성하게 떠돌았습니다, 심지어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의 수는 빼버리고 91.2%라는 통계를 내 압도적인 찬성으로 마침내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고 발표를 하기에 이릅니다.

수정마을에 조선소를 들이기 위한 황철곤의 계획에 조금이라도 걸치적거리는 발언을 한 공무원이 어떤 식으로 불이익을 당했는지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피해를 입은 개인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일일이 다 늘어놓을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황철곤의 눈물나는 노력에도 수정마을에 조선소가 들어서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2010년 9월 수정만 문제 감사에서 행정 절차상 비리가 드러나고, 더 이상 조선소를 막을 길이 없게 된 주민들이 내세운 이주 책임 보상이 법적 효력이 있음이 확인됨에 따라 STX가 어마어마한 이주 보상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손을 들게 됩니다. 

 

 

마을 주민들이 도움을 주었던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은 관심을 가진 언론이나 블로그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다 알려졌습니다. 그보다 저는 더 궁금한 것이 그렇다면 황철곤은 왜 그렇게 STX 편에 서서 입에 거품을 물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정말 쓰러져가는 마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이 불타올라서 그랬을까요? 사실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황철곤이 한 장은 받아먹었을 거라고들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1장을 두고 1억이라고 했다가 세상물정 모른다고 퉁사리를 먹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족히 100억은 받아먹었을 거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쌓아둔 현찰 8억이 들통이 났으니 전두환 정도는 아니어도 꼴랑 시장 자리 하나 하면서 자손대대로 물려줄 돈은 숨겨두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는 공공연하게 떠도니까요. STX로부터 받아먹은 돈도 지금 어느 땅 속에서 썩어나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나돕니다.

STX도 잘했다 할 수 없지만 저는 무엇보다 황철곤에게 이번 일의 책임을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산시 공무원들을 두고 뭐라뭐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책임을 맡고 있는 수장의 사람됨이 이 지경인데 그 밑에 공무원을 탓해서 뭐 하겠나 싶으니까요.

 

 

큰 힘이 되었던 트라피스트 수녀원의 수녀님들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시장을 상대로 수정마을 주민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렇구나~ 정도지 수정마을 사람들의 노고를 다 짐작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이런 일을 수정마을 사람들만 당하라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황철곤 같은 사람을 시장으로 앉혀놓으면 모든 시민들이 그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잘 산다는 의미가 도대체 뭘까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쓰러져가는 마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정마을에 조선소가 들어서야 한다는 게 황철곤이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이었습니다. 바다를 매립하고 산을 깎아서 길을 내고 공장을 많이 세울수록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단순무식하고 무서운 생각인지요.

그런 무지함도 시민을 위하는 충정에서 나왔다면 참을 만합니다. 황철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습니다. 무엇보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았던 수정 마을 사람들을 하루 아침에 서로 반목질시하게 만들고 돌이킬 수 없는 골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가장 치졸하고 뻔뻔한 범죄행위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선거법 위반 등으로 구속되어 있는 황철곤 같은 사람을 다시는 시장으로 뽑는 그런 어리석음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수정마을에서 절실하게 했습니다. 황철곤이 말아먹은 마산을 힘없는 수정마을 사람들이 뭉쳐서 살렸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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