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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강화도~ 그리 멀지 않던데요

by 달그리메 2010. 10. 2.

그냥 별 계획없이 무작정 나섰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니 마치 가까운 곳을 다녀온 것 같은데 강화도를 갔습니다. 창원에서 본다면 강화도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닙니다. 조금은 준비를 하고 계획을 해야 할 것 같은 거리임에도 편한 마음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얼마나 준비없이 나섰냐하면 강화도를 가기 위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조차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내서 IC를 벗어나 가장 가까운 칠서 휴게소에 들러서 어떻게 갈 것인가를 정했으니 먼길을 정말 가볍게 나서긴 나선 거지요.

내서는 창원에서 보자면 교통의 요지입니다. 내서 IC를 통과하면 부산 방향, 진주 방향, 대구 방향을 바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현동 쪽으로 가면 거제도 가는 길도 빠릅니다. 이리 저리 다니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런 면에서도 내서는 참 살기 좋은 곳입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영동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쭉 가다보면 인천이 나옵니다. 길이 밀리지 않으면 5시간 안에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참 살기좋은 곳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 교통 어느 것 하나 외국에 뒤지는 게 없습니다. 5시간이 먼 거리가 아니냐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그 정도쯤이야 마음먹기에 따라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요. 도로비나 기름값도 생각만큼 많이 들지 않습니다.

강화도는 섬의 규모에 비해서 유적지가 참 많았습니다. 서울 근처에 있는 섬이라서 그런지 이런 저런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돌아보려면 1박 2일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여정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많은 욕심을 내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몸도 마음도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강화도하면 아득한 옛날에 임금님의 첫사랑이라는 드라마로 유명한 철종이 생각납니다. 철종이 사랑했던 여자가 양순이었다는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게 전등사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전등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은 이름은 익히 알고 있지만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전등사는 기대만큼 인상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만입니다. 모든 절이 인상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절하면 남쪽 지방이 압권이지요.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불국사, 선암사, 쌍계사 등등.


전등사를 둘러보면서 가당찮은 자부심이 불쑥 솟았습니다. 좋은 절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방에 많이 있다는 것만으로 말입니다. 참 우습지요. 그런 유치한 구석이 있는 게 사람의 마음인 모양입니다. 하하^^ 


전등사를 둘러보고 다음으로 찾은 곳이 마니산입니다. 강화도의 산들은 나즈막하니 마치 뒷동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니산은 성화를 채화하는 곳으로 유명한 참성단이 있는 곳입니다.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제대로 산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이 거의 없습니다. 유명할수록 그렇습니다. 지리산도 흙을 밟지 않고 꼭대기 근처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말해 뭐하겠습니까. 
 
마니산은 높지 않은 만큼 계곡도 그리 깊지 않았습니다. 흘러내리는 물길 옆으로 놓인 길이 굉장히 인위적이었습니다. 잘 다듬어놓아 걷기는 편했지만  왠지 자연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화려찬란하게 꾸며 놓은 마니산 길을 걷다보니 흙길이 새삼 그리워졌습니다.

 

                      석모도로 가는 배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차를 싣고 다니는 배 안을 도로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이 석모도였습니다. 강화도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석모도가 있습니다. 섬 안에 섬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섬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섬에 대한 설레임 같은 것이 항상 마음 한자리에 있습니다. 석모도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듯 니엇니엇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그렇듯이 기대하지 않으면 의외로 큰 것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석모도에 있는 보문사는 전등사를 보면서 거두어들였던 기대를 다시 끄집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보문사가 무척 아름다웠던 것은 때마침 지고 있는 저녁 노을도 한 몫을 한 덕분이었습니다.

                     
 

                                         6시가 되자 타종식을 했습니다. 
                           선암사나 쌍계사 타종식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런 것을 두고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보문사 입구입니다
 

             보문사는 멀리 보이는 바다와 울창한 숲이 무척 인상적인 절이었습니다.


 

                                               노을에 젖은 보문사의 모습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사랑 타령이냐구요? 좋은 곳에 함께 가고 싶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싶고 그런 게 사랑이랍니다. 좋은 곳을 보면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여행하는 즐거움은 사랑하는 즐거움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회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사실 회가 특별히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맛은 어쩌면 입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행을 하면서 남쪽의 볼거리 먹을거리의 풍성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남의 것을 통해서 내 것의 귀함과 부족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것도 다 여행을 하면서 얻게 되는 소중한 경험들입니다.

 
 

                                          석모도 일몰 광경입니다.


강화도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무엇 무엇을 보았다 이런 걸 늘어놓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여행의 묘미는 시간과 거리와 장소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나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의 몸을 매이게 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강화도를 찾게 되면 그때는 돌아보지 못한 유적지를 꼼꼼하게 둘러봐도 좋겠다는 아쉬움을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미련은 아름다운 기억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언제 떠나도 좋은 게 여행입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을에 떠나는 여행이 제 맛입니다. 부지런히 떠나셔도 좋을 가을이 왔습니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가을이 쓱 지나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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