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계획없이 무작정 나섰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니 마치 가까운 곳을 다녀온 것 같은데 강화도를 갔습니다. 창원에서 본다면 강화도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닙니다. 조금은 준비를 하고 계획을 해야 할 것 같은 거리임에도 편한 마음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얼마나 준비없이 나섰냐하면 강화도를 가기 위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조차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내서 IC를 벗어나 가장 가까운 칠서 휴게소에 들러서 어떻게 갈 것인가를 정했으니 먼길을 정말 가볍게 나서긴 나선 거지요.

내서는 창원에서 보자면 교통의 요지입니다. 내서 IC를 통과하면 부산 방향, 진주 방향, 대구 방향을 바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현동 쪽으로 가면 거제도 가는 길도 빠릅니다. 이리 저리 다니면서 느끼는 거지만 그런 면에서도 내서는 참 살기 좋은 곳입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영동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쭉 가다보면 인천이 나옵니다. 길이 밀리지 않으면 5시간 안에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참 살기좋은 곳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잘 곳, 교통 어느 것 하나 외국에 뒤지는 게 없습니다. 5시간이 먼 거리가 아니냐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그 정도쯤이야 마음먹기에 따라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요. 도로비나 기름값도 생각만큼 많이 들지 않습니다.

강화도는 섬의 규모에 비해서 유적지가 참 많았습니다. 서울 근처에 있는 섬이라서 그런지 이런 저런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합니다. 찬찬히 돌아보려면 1박 2일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여정이라는 말도 있듯이 여행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많은 욕심을 내지 않으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몸도 마음도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강화도하면 아득한 옛날에 임금님의 첫사랑이라는 드라마로 유명한 철종이 생각납니다. 철종이 사랑했던 여자가 양순이었다는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떠오르는 게 전등사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전등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은 이름은 익히 알고 있지만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전등사는 기대만큼 인상에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만입니다. 모든 절이 인상적이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절하면 남쪽 지방이 압권이지요.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불국사, 선암사, 쌍계사 등등.


전등사를 둘러보면서 가당찮은 자부심이 불쑥 솟았습니다. 좋은 절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방에 많이 있다는 것만으로 말입니다. 참 우습지요. 그런 유치한 구석이 있는 게 사람의 마음인 모양입니다. 하하^^ 


전등사를 둘러보고 다음으로 찾은 곳이 마니산입니다. 강화도의 산들은 나즈막하니 마치 뒷동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니산은 성화를 채화하는 곳으로 유명한 참성단이 있는 곳입니다.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제대로 산 맛을 느낄 수 있는 산이 거의 없습니다. 유명할수록 그렇습니다. 지리산도 흙을 밟지 않고 꼭대기 근처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말해 뭐하겠습니까. 
 
마니산은 높지 않은 만큼 계곡도 그리 깊지 않았습니다. 흘러내리는 물길 옆으로 놓인 길이 굉장히 인위적이었습니다. 잘 다듬어놓아 걷기는 편했지만  왠지 자연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화려찬란하게 꾸며 놓은 마니산 길을 걷다보니 흙길이 새삼 그리워졌습니다.

 

                      석모도로 가는 배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차를 싣고 다니는 배 안을 도로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음으로 발길을 옮긴 곳이 석모도였습니다. 강화도에서 1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석모도가 있습니다. 섬 안에 섬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섬에서 나고 자라서 그런지 섬에 대한 설레임 같은 것이 항상 마음 한자리에 있습니다. 석모도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듯 니엇니엇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이 그렇듯이 기대하지 않으면 의외로 큰 것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석모도에 있는 보문사는 전등사를 보면서 거두어들였던 기대를 다시 끄집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멀리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보문사가 무척 아름다웠던 것은 때마침 지고 있는 저녁 노을도 한 몫을 한 덕분이었습니다.

                     
 

                                         6시가 되자 타종식을 했습니다. 
                           선암사나 쌍계사 타종식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런 것을 두고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보문사 입구입니다
 

             보문사는 멀리 보이는 바다와 울창한 숲이 무척 인상적인 절이었습니다.


 

                                               노을에 젖은 보문사의 모습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사랑 타령이냐구요? 좋은 곳에 함께 가고 싶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싶고 그런 게 사랑이랍니다. 좋은 곳을 보면서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여행하는 즐거움은 사랑하는 즐거움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회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사실 회가 특별히 맛있었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맛은 어쩌면 입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여행을 하면서 남쪽의 볼거리 먹을거리의 풍성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남의 것을 통해서 내 것의 귀함과 부족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것도 다 여행을 하면서 얻게 되는 소중한 경험들입니다.

 
 

                                          석모도 일몰 광경입니다.


강화도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무엇 무엇을 보았다 이런 걸 늘어놓고 싶었던 건 아닙니다. 여행의 묘미는 시간과 거리와 장소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떠나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언제나 우리의 몸을 매이게 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강화도를 찾게 되면 그때는 돌아보지 못한 유적지를 꼼꼼하게 둘러봐도 좋겠다는 아쉬움을 남겨두고 돌아왔습니다. 미련은 아름다운 기억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언제 떠나도 좋은 게 여행입니다만 그중에서도 가을에 떠나는 여행이 제 맛입니다. 부지런히 떠나셔도 좋을 가을이 왔습니다.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가을이 쓱 지나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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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워싱턴미수니 2010.10.03 0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루코스로 다녀오셨나보네요.
    사실...장소가 아름답고 유명해서가 아니라
    여행자의 마음과 눈을 통해 본 그 새로운 세상과 풍경이
    아름다운 거지요. 여기서 나온 강화도는 인위적이라 하셔도
    아름답네요. 노을 젖은 사찰의 모습도 그렇고...
    한국가면 남해안을 따라 돌아보고 싶지요.
    박경리 선생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치들을 보고 싶은데
    제 눈으로 그게 보일지..하동쪽으로 한번 기회닿으면 가고 싶어요.
    혹시 가시면 사진 한컷! 꼭 올려주세요.

    • 달그리메 2010.10.03 0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많이 다닌 사람 눈에 더 많이 보이고 느껴지는 법이지요.
      경치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아름답게 보인다는 말이 좋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나라에서도 으뜸으로 쳐주는 곳입니다.
      박경리님의 '토지'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구요.

      언젠가는 미순님도 그 좋은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오겠지요.
      저도 부지런히 다니고 좋은 사진 올릴게요.
      날씨가 시원해져서 다니기에 딱 좋은 계절입니다.

  2. 동백나무 2010.10.03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딸을 강화도에 있는 학교로 보낼때 처음 갈때는 8시간이 걸렸는데,
    그것도 세월이 흘렀다고 시간이 많이도 짧아졌군요.
    강화도는 왠지 모를 그리움과 편함이 있습니다.
    몇년을 다녀도 석모도는 못 가 봤는데,
    딸이 보문사가 좋다고 이야기를 하던데,
    가 봐야겠네요...

    • 달그리메 2010.10.03 17: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딸을 강화도에 유배를 시켜놓으시다니~ 하하^^
      참 대단하십니다 여러모로~
      다음에 강화도에 가게 되면 석모도에 한번 가 보셔요.
      참 좋더군요.

      글고~ 이건 그냥 밑도 끝도 없는 건의 사항이긴 한데~
      동백나무님 이름을 이번 기회에 동백낭구에서 동백나무로 바꾸시는 것도 좋을 듯 하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기도 하고 낭구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그렇던데요.
      그냥 한번 해본 이야기 입니다^^

  3. 크리스탈 2010.10.04 0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등학교 4학년 사회 교과서는 모두 다 강화도 얘기라
    그전에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딸이 중1인데도 아직 못가봤어요.

    올해엔 한번 도전해볼까요... ㅎㅎㅎㅎ

    • 달그리메 2010.10.04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요~
      아무래도 남쪽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볼 때는 강화도는 먼 유배지 처럼 아득하게 느껴지지요.
      한번 걸음을 하고 나면 그 아득함이 무너질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 글을 그런 의미에서 올려봤답니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한다면~
      중딩 남학생한테 낙엽하면 생각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노린재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나도 모르게 크리스탈님을 생각했다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