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생들을 대상으로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경남에 있는 곳곳을 찾아다니다보니 믾은 곳 중에서 손꼽을만한 곳이 어디냐고 믇기도 한다. 나름 다 특징이 있고 매력이 있지만 굳이 괜찮은 몇 곳을 꼽으라면 그 중에 하나로 함안박물관을 꼽는다.
박물관하면 재미없고 따분한 곳이라고들 생각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그나마 접할 기회가 있기라도 하지만 그런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어른들에게 박물관은 좀 더 낯선 곳이다. 그럼에도 가볼만한 곳으로 함안박물관을 꼽은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함안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인근에 있는 창원에서 보자면 시간이나 마음을 크게 내지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해 한나절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넉넉한 공간이며 천천히 산책을 할 수 있는 나즈막한 고분군도 함안박물관의 좋은 점이다.
박물관 건물도 인상적이다. 아라가야의 대표 유물로 꼽을 수 있는 불꽃무늬토기로 외벽을 장식해 상징성과 미적인 효과를 동시에 잘 표현했다. 요즈음은 대표 유물을 내세워 박물관 건물을 아주 건사하게 잘 짓기도 하는데, 김해박물관 건물은 철을 녹이는 용광로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함안박물관의 또 하나 볼거리는 성산산성에서 발견한 700년 전 씨앗을 발아해 피어낸 연꽃이다. 들머리에 들어셔면 한 편으로 조그만한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곳에 피어있는 연꽃이 바로 아라홍련이다. 모르면 여느 연꽃과 바를바가 없지만 그 역사를 알고 보면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7~8월이면 연연한 꽃잎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함안박물관이 빛나는 건 말이산고분군 덕분이다. 박물관에는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600년 가야 역사 속에서 2등 자리를 줄곧 지킬 수 있었을 만큼 강성한 나라가 아라가야 였다. 1등이 아닌 2등 자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많은 가야가 흥망성쇠를 거듭한 역사를 보자면 대단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함안박물관 들머리에 서 있는 조형물이 미늘쇠다. 미늘쇠는 권력자들이 행사 때 위세용으로 사용했던 장식품으로 짐작한다. 가야시대의 대표적인 유물로 꼽히는데 몸체를 중심으로 새모양 장식물이 올망졸망 붙어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 새는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고, 인간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여겼다고 한다.
가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철이다.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아라가야 유물들 중에 으뜸은 말갑옷과 말갖춤이다. 철로 만든 다양한 말갖춤새들이 함안박물관에 전시가 되어 있는데 말갑옷의 원형이 발견이 된 곳이 말이산고분이다. 처음에는 고구려의 것이라고 짐작을 하기도 했지만 여러곳에서 발견되면서 아라가야의 것이라고 판정이 되었고 이는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말갑옷이 세상에 알려진 일화도 재미있다. 신문배달을 하던 중학생이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견을 해 신고를 했는데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하면 중학생이 어떻게?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뒤에는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어른이 있었다. 지나가다가 혹시 쇠조각을 발견하게 되면 특별한 것이니 알려달라는 당부를 기억하고 있던 중학생의 신고 덕분에 하마터면 땅속에 영원히 묻힐뻔한 소중한 유물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함안박물관에는 다양한 토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불꽃무늬토기는 그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사슴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의 토기는 일품이다. 그 외에도 집모양, 배모양, 등잔이 달려있는 토기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토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먹고 살만해야 꾸미거나 여가를 즐기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시공을 초월해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다양한 토기를 통해 융성했던 아라가야를 짐작하게 된다.
박물관 옆에는 말아산고분군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는 말이산고분군의 무덤이 다른 고분군에 비해 유난히 큰 이유을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순장에 대한 이야기도 이곳에서 살펴볼 수가 있다. 말이산고분군전시관의 가장 큰 볼거리는 멋지게 꾸며놓은 미디어아트아트관이다. 아라가야의 모습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도록 형상해 해 놓았는데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환상적이다,
말이산고분군은 둘레길은 사계절 특징이 있다. 봄이면 길을 따라 두런두런 들꽃이 피어있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이며 주변에 선 메타스퉤이어, 감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한층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체를 걸어도 좋지만 걷고 싶은 만큼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샛길로 나올 수도 있다. 박물관에서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어 아이들과 체험학습 장소로도 그만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찾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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