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생들을 대상으로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경남에 있는 곳곳을 찾아다니는 저에게 사람들은 드러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찾아다니는 믾은 곳 중에서 손꼽을만한 곳이 어디냐구요. 나름 다 좋지요. 제각각 의미도 있구요. 그런데 굳이 괜찮은 몇 곳을 꼽으라면 저는 그 중에 하나로 함안박물관을 꼽습니다. 뮬론 어디까지나 이건 개취(개인적인 취향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답을 하면 사람들은 좀 의아해합니다. 좋은 곳도 많을텐데 하필 왜 함안박물관이지? 그런 반응입니다. 박물관하면 우선 재미가 별로 없는 곳이라고들 생각합니다. 거기에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근처에 있는 국립김해박물관처럼 볼거리가 많은 곳도 아닌 함안박물관이라니~~
대만 국립박물관을 갔을 때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박물관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을 보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짐작 이상이었거던요. 입장료가 우리 돈으로 만 원 정도 한 것 같은데 박물관 하나로도 이렇게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랐던 건 함께 간 일행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오십 전 후의 아줌마들이었는데 그렇게 비싼 입장료를 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는 박물관 관람은 접어두고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겁니다.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안은 한 발자욱도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기념품 판매대만 구경을 하다 나오면서 왜 이런 코스를 넣었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했습니다..
마을마다 박물관을 만들어 그 지방의 역사를 기록해 놓는 여느 나라의 경우에 비해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박물관에 덜 익숙한 편입니다. 학생들은 그나마 접할 기회가 있기라도 하지만 그런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일반적인 어른들에게 박물관은 따분하고 재미없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가볼만한 곳으로 함안박물관을 손에 꼽았으니 그 이유를 설명해 드려야겠네요. 함안박물관은 무엇보다 첫 느낌이 참 좋습니다. 탁 트인 광장 앞에 들어서면 부드러운 황토색 불꽃무늬토기 모형의 건물이 찾는 이들을 아주 편하게 맞아줍니다.
요즈음은 대표 유물을 내세워 박물관 건물을 아주 건사하게 잘 짓기도 합니다. 김해박물관 건물은 검고 칙칙한 느낌이지만 그게 철을 녹이는 용광로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요. 함안박물관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불꽃무늬토기 모형의 건물은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박물관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줄 만큼 아주 친숙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안겨줍니다.
함안박물관의 또 하나 볼거리는 성산산성에서 발견한 700년 전 씨앗으로 피어낸 연꽃입니다. 들머리에 들어셔면 한 편으로 조그만한 연못이 있는데 그 곳에 피어있는 연꽃이 바로 아라홍련입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단절이 아니라 점으로 이어진 선과 같은 것이라면 이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것이 바로 아라홍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제된 전시품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과거를 지금 현재 눈으로 보게되는 셈이니까요.
아라홍련은 눈으로 보면 여느 홍련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700년 전이라는 단서가 붙으면서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러는 순간 특별한 꽃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박물관에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요, 함안박물관을 빛내주는 아라홍련은 7~8월 동안 피고지고를 계속합니다.
함안박물관의 좋은 점은 단순함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박물관하면 마치 만물상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지요. 오래된 물건들이 너무 많다보니 정신이 없기도 하구요. 그러다보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관심도 줄어들게 됩니다.
함안박물관에는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이 길지 않은 동선으로 지루하지 않게 배치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빛이 나는 주인공들이 요소요소에 있습니다. 박물관에 가서 무엇을 중심으로 봐야 될지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살펴봐야 할 몇가지를 소개합니다. 이 정도만 눈에 담아도 함안박물관을 찾은 보람을 충분히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함안박물관 들머리에 서 있는 조형물이 바로 미늘쇠입니다 미늘쇠의 용도는 장식품 같은 것입니다. 물론 미늘쇠를 가질 수 있었던 사람은 권력자였겠지요. 그렇다면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장식을 했을까요? 허리에 차기도 그렇고 머리에 꽂기도 그렇고 도대체 아리송합니다.
의례나 제사 때 사용을 했다고 하는데 해설사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정확한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기록이 없다는 것은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이야기도 되겠지요. 가족들과 함께 함안박물관을 찾게 된다면 이 용도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지 않나요.
몸체를 중심으로 올망졸망 붙어 있는 것들은 자세히 보면 새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새를 무척 신성하게 여겼습니다.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고, 인간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일종의 샤머니즘을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상상도 하게 됩니다.
인간은 부와 권력과 명예를 쫓는 욕망의 화신들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시공을 초월한 모든 인간이 가진 본능입니다. 가장 상위의 존재라고 자처하지만 실재로는 가장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한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권력을 누렸는지, 그러면서도 한없이 나약한 존재임을 이런 유물을 통해서도 문득 느끼게 됩니다.
함안박물관은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아라가야 유물들이 주로 전시가 되어있는데 가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철입니다. 가야와 관련이 된 박물관에 가면 철로 만든 유물들이 많습니다.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무덤에 비해 장신구인 금공품보다는 무기류가 많다는 것입니다.
철로 만든 다양한 말갖춤새들이 전시가 되어 있는데 말갑옷이 원형 그대로 발견이 된 곳이 말이산고분입니다. 말갖춤새는 제어용, 방어용, 장식용 등 쓰임세가 다양했습니다. 철로 갑옷까지 맞춰입었던 그 당시 말은 호사를 누린걸까요? 개고생을 한 걸까요?
또 한 가지 볼만한 것은 굽다리등잔입니다. 굽다리접시는 여는 박물관애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릇입니다. 굽다리등잔과 비슷하게 생긴 굽다리접시는 제례용 그릇이라고 보면 됩니다. 요즘은 제사를 지낼 때 제기를 놓고 그 위에 음식을 담은 그릇을 놓는데 예전에는 제기 대신에 굽다리접시를 사용했습니다. 이것도 다 아는 이야기지만 죽은 영혼을 만나기 위해서는 땅에서 조금이라도 높이 서야겠지요. 굽다리접시 굽이 점점 높아진 까닭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이 그릇 종류입니다. 너무 많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덜 받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굽다리접시가 제기 역할을 했던 제레용 그릇이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 하나를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아주 신기해 합니다. 그처럼 조금이라도 알고 보면 재미있는 곳이 박물관이지요.
그런데 굽다리등잔은 또 뭘까요? 굽다리가 달렸는데 그 위에는 등잔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전기가 없었던 시절에 등잔 역활을 했을 수도 있고 제례용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짐작을 해봅니다. 물론 이것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쓸 수 있었겠지요,
굽다리등잔은 이번에 함안박물관에 새로 전시를 했습니다. 아래 사진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새로 전시된 굽다리등잔에 달려있는 등잔 수는 모두 몇개일까요?. 전시장 중앙에 전시되어있는데 가서 보면 몇 개인지 알 수 있답니다.^^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지요. 함안박물관의 대표선수는 뭐니뭐니해도 불꽃무늬토기입니다. 박물관 모형을 제대로 살피고 들어왔다면 당연히 이 불꽃무늬토기부터 찾게 될 겁니다. 아이들은 이 불꽃무늬에 아주 열광을 합니다. 함안박물관하면 불꽃무늬가 생각난다 할 정도이니까요.
불꽃무늬토기도 굽다리 접시입니다. 그런데 다리 가운데 불꽃 모양을 넣었습니다. 불꽃무늬는 아라가야를 상징하는 일종의 캐릭터나 심볼 같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도 상징성이나 대표성을 나타내는 캐릭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시절도 마찬가지였나봅니다. 지금도 해마다 함안에서는 불꽃놀이를 하고 있는데 이 불꽃무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박물관에서 마지막으로 눈여겨 볼 게 두 가지 정도 더 있습니다. 하나는 아라홍련의 씨앗이 발견된 성산산성에서 출토 된 목간입니다. 하찰 목간의 용도는 짐이나 화물을 보낼 때 사용하는 꼬리표 였다니 참 재미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는 조선시대 함안 지역 물정을 자세히 기록해 놓은 함주지라는 책입니다. 그 당시 기록은 대부분은 국가에서 주도한데 비해 함주지는 지역에서 기록했다는 것으로 의미가 큽니다. 지역에서 직접 작성한 만큼 내용도 훨씬 더 알차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게 별반 다르지 않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달라졌습니다. 지금에야 이런 기록물들이 넘쳐나지만 그 당시의 사정으로 본다면 아주 귀한 작업이었고 책입니다. 함안박물관에 가면 그런 것도 한 번 살펴보면 좋습니다.
함안 박물관의 재미는 박물관 안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들머리에는 아담한 고인들 공원이 있습니다. 원래 이 곳이 제자리는 아니고 옮겨와 조성한 것입니다. 고인돌하면 세계에서 으뜸이 우리나라지요. 전세계 고인돌 70% 가량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무덤도 그렇지만 고인돌의 모양도 아주 다양합니다. 지역마다 형식이 다르고 신분마다 규모가 다릅니다. 무덤을 통해서 요즘 사람들은 옛날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짐작하게 됩니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공평하지만 죽음을 가운데 두고 삶과 죽음 이후의 모습은 부와 권력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었음을 고인돌에서도 느끼게 됩니다.
박물관을 다 돌아보셨다면 마지막으로 말이산고분군을 소개합니다. 특별히 유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들이 고분군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편하게 돌아볼 수 있는지 얼마나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말이산고분군은 그런 면에서 참 훌륭한 곳입니다. 박물관을 중심으로 고분을 따라 둘레길을 만들어놨습니다. 이 길이 봄 가을에는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봄이면 길을 따라 두런두런 들꽃이 피어있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이 좋습니다. 감나무도 많습니다. 운이 좋으면 감을 따는 주인을 만나 감을 싼 값에 푸짐하게 살 수도 있습니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가족들끼리 걸어도 좋은 길입니다.
가족들끼리 주말이나 휴일에 나들이를 가고 싶은데 어디를 갈까? 마땅하게 떠오르지 않아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요. 놀이공원은 식상하고 가족과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도 많지 않고 그러다보니 나가서 피자 한 판 시켜 먹고 돌아올 적도 있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함안박물관을 추천합니다. 박물관 앞 광장은 드없이 넓어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안성맞춤입니다. 한여름 한겨울만 피한다면 나무 그늘도 적당하게 있습니다. 박물관이 근엄하고 딱딱한 공간이 아니라 이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되도록 쉽게 소개를 하려고 나름 애를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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