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요즘 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라도 안하면 그야말로 진정한 구세대라고 그러더군요. 개인적인 소통에서부터 사회 문제는 물론, 이번 보궐 선거에서 보여준 것처럼 정치적인 영향력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sns를 빼놓고는 아무 것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은 sns로 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고 309일 만에 크레인에서 내려온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두고 노동자들의 승리이자 김진숙의 인간 승리라고 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과거에도 이러한 저항이 끊임없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성공을 거둘 수 없었던 것은 sns라는 네트워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김진숙 승리의 바탕에는 트위터라는 소통 수단이 있었기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sns 강의를 통해 들으면서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보자면 아직도 sns가 어색하고 낯선 사람들도 많습니다. 블로그는 너무 어렵고, 트위터는 막연하고, 페이스북은 왠지 끼리끼리 패거리 문화 같기도 하고 그래서 sns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언저리에서 서성거리거나 구경꾼들처럼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거지요. 저 역시 블로그를 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발을 담그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sns 강의를 하고 있는 홍미애 강사님
페이스북을 만들었긴 하지만 가뭄에 콩나듯이 아주 가끔씩 신청해오는 친구를 수락하는 정도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참고로 밝히자면 제 페이스북 친구는 12명입니다. 그런데 친구로 신청을 해오는 사람들의 페이스북 친구 숫자는 정말 어마어마 하더라구요. 제가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그처럼 페이스북의 규모에 압도당한 까닭도 있습니다.
양이냐? 질이냐?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둘 것인가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보자면 저는 대체로 양보다는 질에 더 마음을 두는 편입니다. 창원시 페이스북 친구 모임인 페이비 회원이 2천명을 돌파했다더라,
그 사람들이 모여 페이비 축제를 열고, 하루가 멀다 하고 벙개를 하고, 페이비 덕분에 호호국수집이 대박이 났다더라 뭐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도 그런 것들이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지 않는 제게는 너무 막연하게 들렸습니다.
물론 규모가 커진 페이스북 친구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일도 많다는 것을 압니다. 빠르고 광범위한 소통의 특징을 활용해서 이슈 파이팅을 만들어 소수나 약자의 편에 서서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것들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단체로 성장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경남도민일보에서 하고 있는 sns 강좌 두 번째 시간 '지역에서 sns로 소통하기'라는 강의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기존 고정관념을 뒤집어엎는 신선한 생각의 전환 혹은 발상을 내놓았습니다.
"페이스북 최대한 작게 뭉쳐라"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그동안 얼마 만에 회원이 얼마가 늘어났다느니 페이스북 친구가 몇 명이라느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숫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런 숫자에 많이 매여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단 규모가 커질수록 하나로 뭉칠 때는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지만 평소에는 방만해지고 응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보자면 소수의 힘은 커지고 다수의 힘은 무기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명도가 있거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주인이 되지만 그 외 대다수는 소수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이 쉽지 않은 한계도 있습니다. 오로지 숫자나 규모에 의지해서 컨텐츠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단순한 화제거리에 의존하거나 그것들을 확산하는 일에 치중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자연히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게 되거나 상업성을 많이 띠게 될 수도 있게 됩니다.
이번 강의에서 '문화가치원' 홍미애 원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페이스북이 진일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좋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소수 정예의 페이스북 그룹이 만들어지면 단단한 팀웍으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극대화시켜 공익적인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옮겨보겠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는 최대 30명이면 족하다. 지금의 규모를 좀 더 잘게 쪼개야 한다. 각자 따로 놀자는 것이 아니라 벌집 형식으로 큰 집 안에 다시 여럿의 작은 집을 만들어 연결하는 방식이다. 생각이나 뜻이 비슷한 소그룹을 많이 만들어서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운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할 때는 뭉치면 되고 평소에는 뜻이 같은 사람들이 움직이면 된다."
홍미애님은 대전에서 훌륭한 페이스북 친구들을 모아서 이미 창작공간 벌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훌륭한 사람은 좋은 학교를 나왔거나 그런 배경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능력을 환원하거나 서로 나누고 싶어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소규모 벌집 형식의 페이스북 그룹이 제 개인적인 취향에 가까워서 그런지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홍미애님은 블로그 운영은 물론이고, 대전 트워터들의 구심점을 만들기도 했으며, sns를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을 기획하고 있는 그야말로 sns를 이용한 진정한 사회운동가라고 할 수 있을만큼 sns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즐겁고 가치지향적인 일이라 sns를 한다
spreading과 networking을 넘어 우리의 다음 목표는 가치있는 movement "
이런 페이스북이라면 저도 기꺼이 동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만큼 의미있는 강의였습니다. 홍미애님이 sns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는 아름답고 훌륭했습니다. 즐거움과 보람을 누리면서 동시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페이스북의 대중화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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