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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거가대교 통행료보다 더 비싼 유등축제 통행료

by 달그리메 2011. 10. 17.

얼마 전 진주 유등축제에 다녀와서 이런저런 느낀 점을 '내가 진주 유등축제에 감동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다른 분들은 유등축제의 화려한 모습을 담거나 칭찬하는 글을 많이 올리는데, 저는 반대로 불만을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서 적었습니다. 

남강 위에 떠 있는 등을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내세울만한 축제라고 하기에는 주제도 없이 이것저것 온갖 것을 한꺼번에 모아두어서 산만하고 눈만 자극하는 가벼움이 있더라. 축제 구경을 하고 밤늦게 돌아가는 인근 부산 창원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대중교통 배려가 전혀 없더라. 그리고 남강변과 촉석루를 이어주는 다리를 건너는 값이 너무 비싸더라 였습니다.

다리를 건너야 유등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다리 위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눈만 자극하는 축제가 아니라, 느끼고 마음을 움직이는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문제는 아무래도 주최측의 전면적인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구요. 오늘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다리 건너는 값에 대해서입니다. 이 문제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질수록 어렵지 않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세상에 돈 천원, 솔직히 별로 힘이 없습니다. 천원 들고 가게 들어가면 과자조차 하나 집어들고 나오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렇지만 돈의 가치를 꼭 그렇게만 따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시민이나 도민을 상대로 시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해는 하나였던 다리가 이번에 가서 보니 세 개로 늘어났더군요. 축제 구경가서 다리를 건너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다리를 건너는 재미로도 그렇지만, 남강변과 반대편 촉석루를 이어주는 다리이기 때문에 다리를 건너야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축제를 위해서 만들어진 다리가 없다면 사람들은 모두 차가 다니는 길을 건너서 촉석루로 가야 합니다.

딸과 함께 분수대 앞에서 표를 끊어 다리 하나를 건너 촉석루로 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충 촉석루를 돌아보고 내려와 건너편으로 가려고 하니 또 다시 다리를 건너야 했습니다. 


다시 표를 끊고 다리를 건넜습니다. 다리 끝에 도착을 해서 옆으로 보니 촉석루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표를 끊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다리 하나에 길을 두개 만들어 놓고 이쪽에서도 돈을 받고 저 쪽에서도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다리는 세 개지만 여섯 개의 매표소가 있었습니다.

혼자 놀러와서 1~2천원 쓰는 건 별 부담이 없다고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4인 가족이 구경을 와서 다리 세 개를 건너면 1만 2천원을 주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축제장에 놀러오면 분위기에 기분이 업 되어서 그런저런 돈에 좀 무디어집니다. 그런데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서 다리 건너는데 드는 1만 2천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이런 다리 하나를 건너는데 드는 돈 천 원을 예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거가대교 통행료가 비싸다고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거가대교 통행료는 차 크기에 따라 다른데 5인이 탈 수 있는 소형차는 1만원입니다. 4인 가족이 거가대교를 건너도 1만 2천원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유등축제 다리 세 개 길이가 얼마나 될까요? 물론 단순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알고보면 거가대교 통행료보다 훨씬 더 비싼 게 진주 유등축제 다리 건너는 값입니다.

유등축제를 보러오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리 세 개를 만들어놓고 거두어 들어는 돈이 족히 수 억은 될 것 같았습니다.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해서 내년에는 다리를 몇 개나 더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합천에서 열렸던 대장경축전에 갔더니 아주 합리적으로 입장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단체나 개인이 표를 한 번 끊으면 축제 기간 동안은 어느 곳에 가더라도 몇 번을 가더라도 다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표를 끊고도 편도 1회만 이용할 수 있는 진주 유등축제 다리 건너는 값 구조와는 무척 비교가 되더군요.

합천의 대장경축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리를 건널 수 있는 가격을 적정한 수준으로 정해서 한 번 사면 몇 번을 건너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자유이용권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구요. 그것이 진행상 어려우면 다리 건너는 값을 더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주말처럼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 때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는 번거러움이 없을 것이고, 다리 건너는 돈을 바가지썼다는 기분도 들지 않을 것입니다.


진주 유등축제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니 세계에서도 놀란 축제라고 아주 극찬을 하고 있더군요. 물론 세계 축제를 돌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외화내빈이 아니라 좀 더 알차고 내실있는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 이런 의견들도 작으나마 일조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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