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창원시청 정문 앞에서 하고 있는 주남저수지 60리 물억새길 조성 반대 단식 농성장에 다녀왔습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에서 블로거들에게 도움을 청해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모인 자리에서 임희자 사무국장이 블로거들에게 처음 말문을 연 이야기가 이랬습니다.
" 언론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어떻게든 알려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블로거 간담회를 부탁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은 저도 그 자리에 가서 사업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주남저수지 60리 물억새길 조성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관심이 있거나 일부 관계자들이 아닌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번 사업이 어떤 내용인지는 물론이고, 사업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지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창원시청 부지 문제로 인한 갈등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의 갈등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읍니다. 주민투표를 통해서 시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통합 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놓고 시작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마창진을 다시 찢어놓자 말자 이런 정신없는 와중에 창원시는 또 제멋대로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부치기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뻔히 보면서도 말입니다. 말로는 시민들을 위한다 어쩐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뭘 원하는지 한번이라도 물어보기나 하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나 봐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담당 공무원들과 몇몇의 관계자들만이 나서서 마창친환경운동연합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부 공무원의 기획안이 대다수 시민이 원하는 것처럼 일을 진행해서는 안됨에도 이렇게 매번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마창진통합도 마찬가지지만 물론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완벽한 득과 완벽한 실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득과 실에 대한 이해 관계는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득과 실에 대한 평가는 입체적이고 다면적일 수 있습니다.그러나 큰 틀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방향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삼아야 하고, 공정한 과정과 절차에 따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블로거들에게 주남저수지 물억새 60리길 조성사업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 임희자 환경연합 사무국장
이번 일은 좁게 보면 창원시의 일이지만 좀 넓게 보면 경남의 일이기도 하고, 더 넓게 보면 대한민국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남 저수지는 큰기러기와 큰부리기러기 의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의 서식지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존이 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주남저수지 물억새 60리 길을 조성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이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와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 생태 환경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주변에 조성된 공원은 여가 활동에 도움을 주고 관광객을 끌어모아 지역경제를 살린다."
지방자치제의 경쟁적인 개발이 발전을 이끌기도 하지만, 또다른 측면에서 귀한 것을 잃게 하기도 하고 획일화된 가치나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제주 올레길이 성공을 하면서 각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만들어 내는 무슨무슨 길들이 사람들의 발길로 인해 얼마나 훼손되는지 특색없는 관광 자원을 양산하는지에 대한 성찰 같은 것은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따라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유산 조차도 공권력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개념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주남저수지라는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를 사람들 중심이 되는 길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일방적인 공권력으로도 밀어부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단식 농성중인 신금숙의장과 박종훈의장~신금숙의장은 단식 6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지금 창원시청 앞에서는 목숨을 걸고 주남저수지를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식에 합류하면서 낸 박종훈 공동의장의 성명서에는 그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람이 곡기를 끊는 것은 곧 죽음입니다. 단식을 작성한 것은 죽기를 각오한 것입니다.
주남을 살리는 것이 생명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이렇게 죽기를 각오하고 자리에 앉습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청사에 들어갔다 마침 퇴근을 하는 공무원들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이랬습니다.
" 그 사람들 아직도 그러고 있나?"
" 오늘 밤센다 그러던데"
" 진짜가?"
" 우와~ 지독하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그들은 밖으로 나갔습니다. 주남을 지키지 위해서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과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창원시장님~ 누가 더 지독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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