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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야기

창동 오동동에 얽힌 사연을 찾는다네요

by 달그리메 2011. 9. 7.

저는 거제도 장승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년만에 그 곳을 떠나왔습니다. 가족들이 몽땅 이사를 했으니 떠났다는 말이 온전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봄, 나고 자라는 동안 그 세월을 고스란히 함께 한 친구들과 '추억더듬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추억더듬기 여행'이라는 제목은 만나서 즉석에서 우리가 그렇게 붙였습니다.

이제는 제각각 삶터가 달라 얼굴을 보지 못한 지가 거의 20년이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정말 느닷없이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함께 장승포에 가자구요. 만나는 장소를 모교 국민학교 정문 앞으로 정했습니다. 세월 때문에 혹시 알아보지 못하면 좀 뚱뚱해지고 좀 쭈굴쭈굴해진 아줌마들이 서 있으면 서로 아는 체를 하자는 우스개를 하면서 말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추억더듬기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장승포는 그리 크지 않은 포구입니다. 나고 자랄 때는 거제도에서 가장 번성한 곳이었지만 그 후로 대우조선이 옥포에 들어서면서 중심지는 옥포와 고현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만약 자가용을 가지고 가면 밥을 한 끼 먹는다 해도 서너 시간이면 둘러보고 남을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곳에서 꼬박 1박 2일을 머물렀습니다. 이를 잡듯이 촘촘하게 추억더듬기를 하면서 말입니다.

세월이 그냥 흘러가나요~ 세월이라는 놈은 모든 것을 다 바꿔놓고 지나갑니다. 우리가 그곳을 떠난 지가 벌써 몇 십 년이 흘렀는데요. 더 이상 번성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참 많이 변했더군요. 여름이면 함께 물놀이를 하던 바닷가며, 머리에 이고 빨래를 다녔던 빨래터며, 달맞이 해맞이를 하던 언덕배기며... 세월 속에 제 모습은 잃었지만 알싸한 추억만은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포구를 둘러싸고 있는 동네 구석구석를 돌며 그곳에서 살았던 친구들의 기억도 끄집어냈습니다. 때로는 먹을 것을 내어주던, 혹은 고생스럽게 살았던 그네들의 부모님도 이야깃거리가 되었지요.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추억더듬기 여행은 고향에 대한 향수에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를 더 보태게 된 셈입니다. 아마 먼 훗날에도 그 여행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창동 오동동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왜 고향 이야기만 잔뜩 하느냐구요? 다 까닭이 있습니다. 이번에 경남도민일보가 창동 오동동 살리기 사업을 주관 한다고 합니다. 어제 그 준비 모임에 가서 이런 저런 설명을 들었습니다. 

예전처럼 전문가들이 나서서 하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살았던 지역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서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런 저런 기억들을 모아서 자료로 남기고, 그러면서 창동 오동동을 함께 살리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문득 추억더듬기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장승포와 마산은 한 때는 잘 나갔던 곳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는 점과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이 닮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삐까뻔쩍하지만 무미건조한 신도시와는 달리 곳곳에 추억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창동골목 풍경입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국에 살고 있는 마산에 살았던 사람들이 추억더듬기 여행이라는 것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먹고 사느라 기억 저편에 묻어두고 살았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이런 테마 여행을 하는 거지요.

좀 불편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시간도 넉넉하게 1박 2일 정도로 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온전히 추억더듬기를 해보는 겁니다. 학창시절에 종종 들렀던 음식점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도 많구요. 변함없이 문을 열고 있는 가게들도 많습니다. 

옛날 식당들을 찾아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좋구요.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실컷 수다를 떠는 즐거움도 클 것 같습니다. 더불어 나고 자랐던 곳을 그대로 지킬 수 있다면 더 없는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물론 먼 곳에 사는 분만이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 안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산에 살고 계셔도 흩어져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서 이런 여행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살갗에 와 닿은 바람결이 더없이 부드러운 가을입니다. 누구나 훌쩍 떠나고 싶은 설레임이 생겨나는 계절이기도 하구요. 이 가을에 늘 하는 단풍구경도 좋겠지만 창동 오동동으로 떠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추억더듬기 여행 어떤가요? 완전 강추합니다. 

즐거웠던 이야기를 글로 옮겨 놓을 수 있는 사이트도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 
사랑방이라 생각하고 심심할 때 들어가서 댓글도 남기고 수다도 떨고 하시면 좋습니다. 그러다 잊고 살았던 친구들 소식도 알게 되면 더욱 반갑구요. 연락을 해서 시간이 맞아지면 창동 오동동에서 차 한잔 마셔도 좋구요. 살아가는 보람이나 즐거움이 뭐 별 건가요. 그렇게 살아지면 되는 거지요.^^

 

<창동 오동동 이야기>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전국에 계신 마산분들이 많이 들락거리면 좋겠습니다.


www.masan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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