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손쉬운 SNS가 나오면서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조금 주춤해지긴 했지만 그것들과는 별개로 블로그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장점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런 저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블로그를 하는 매력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간담회를 하면서 얻게되는 경험도 보람이 있지만 간담회는 누리는 것에 비해 글을 써야 하는 부담이 크다면, 블로거 팸투어는 누리는 것 또한 아주 많습니다. 이번 창원시와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에서 주관한 창동예술촌 팸투어는 어느 때보다 볼거리 누릴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팸투어였습니다.
창동예술촌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이 된 창동예술촌 팸투어는 창동예술촌에 입주해 있는 예술가들을 좀 더 다양하고 깊이있게 소개하기 위해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회회팀, 도예 조각팀, 공예팀, 잡탕팀으로 나누어 관심있는 분야 별로 참가한 블로거들의 신청을 받았습니다.
블로거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쪽은 회화팀이었습니다. 진행상 몇 명은 다른 팀으로 이동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공예팀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악세사리 같은 오밀조밀한 것들이 많아서 반 강제적으로 여성 블로거들이 맡는 쪽으로 정했습니다.
부용청주상회는 분류를 하자면 공예쪽이라기 보다는 추억을 느낄만한 물건을 파는 가게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곳은 여자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지요.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이 그냥 보기에는 한 시대를 건너뛴듯한 고풍스러운 느낌이 도드라졌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이 묻어났습니다. 분위기가 참 독특했습니다.
진열된 물건도 그렇지만 주인의 분위기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보통의 가게 주인이라면 조금은 장사를 하는 티가 나기 마련인데~말하자면 적당하게 상냥하고 친절하고~그런데 부용청주상회 주인은 오히려 까칠하고 깐깐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깐깐함이 진열되어 있는 고급스러운 상품들과 무관해보이지 않은 듯 했습니다. 알고보니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미대 출신이라고 하는데 작품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부용청주상회에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 가운데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우산이었습니다. 우산에다 주인이 직접 그림을 그려넣었다고 하는데 파스텔톤 색감도 딱 내 스타일이고 분위기도 완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오는 날 쓰고 돌아다니면 아주 그럴듯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림이 없는 우산은 5만원이고 그림을 그려넣은 우산의 가격은 그야말로 주인 마음대로 입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한 번 들고 나갔다하면 다시 들고 들어오는 법이 별로 없어서 언제나 값싼 우산만 들고다니는 제 처지로 보자면 가지는 것 보다는 그냥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충분한 거지요.
제각각 사람들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물건이 다르겠지만 부용청주상회에 가면 구입하는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추억이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주인이 만든 훌륭한 작품들도 많습니다. 너무 구경만 하는 것이 미안하다 싶으면 주인이 직접 만들어 파는 커피 한 잔 드셔도 좋습니다.
'물글라스'는 유리로 작품도 만들고 상품도 만드는 곳입니다. 유리는 생활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입니다. 너무 흔하면 그것에 대해서 별 생각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처럼 유리에 대해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남이섬에 갔을 때 그곳에서 소주병으로 접시도 만들고 컵받침도 만들어서 팔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참 재미있고 기발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지작 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유리가 과연 어떻게 예술 작품으로 변신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찾았던 창동예술촌 '물그라스'는 예술과 일상이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유리를 가지고 저런 작품을 만들수도 있구나 싶을만큼 진열되어 있는 작품들이 뿜어내고 있는 느낌이나 섬세한 기교에 놀랐습니다.
반면에 진열장에 가지런히 진열에 되어있는 악세사리는 평범해보였습니다. 저 정도 쯤이야 싶어서 할인가 1만 5천원을 주고 직접 목걸이 만들기에 도전을 했습니다. 나름 온 정성을 쏟아 만들었는데 주위에서 예쁘다고 칭찬들을 했지만 집에 돌아와서 냉정하게 보니 조잡하기 그지 없더군요 그래서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물글라스'에 가시면 꼭 한 번 유리공예 체험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체험을 통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감각이나 재능을 어렵지 않게 테스트하실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초크아트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쉽게 체험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생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을 두고 재능을 가진 특정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대중속에서 대중들과 함께 숨쉬고 호흡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감상하면서 감동을 느끼는 예술과 직접 참여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예술이 창동예술촌에는 골고루 섞여 있었습니다.
창동예술촌에 입주해 있는 바디페인팅 아티스트 배달래씨는 창동예술촌을 찾는 이들이 많아져서 반갑지만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냥 기웃 기웃 하는 정도여서 좀 아쉽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술가들은 주인이고 예술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손님이고 이런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밖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서 작품도 좀 더 자세히 보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작가에게 물어도 보고, 양해를 구해서 가까이서 사진도 찍어보고 그러면 훨씬 즐겁지 않겠냐고 합니다.
혹시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례가 되지 않을까 예술가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예술'이라는 것이 참 오랫동안 대중들 위에서 군림을 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들을 늘 주눅들게 만드는 뭔가가 '예술'이라는 단어 안에는 포함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창동 예술촌에 입주해 있는 예술가들은 그 벽을 허물고 싶어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인이 되고 싶어 합니다. 창동예술촌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는 겁니다. 내가 직접 체험해보고 느껴보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그러면 됩니다. 그냥 씨~익 스쳐지나가면서 눈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재미와 보람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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