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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

윤학송, 이런 군수 후보라면 나도 찍고 싶더라

by 달그리메 2011. 10. 14.
함양 군수 보궐선거 윤학송 후보와의 블로거 간담회 이야기가 나왔을 때 좀 의아했습니다. 그동안 정치인들과의 블로거 간담회를 여러번 하긴 했지만 솔직히 무슨 군수 후보하고 간담회를 하냐 싶었습니다. 군수직을 낮춰봐서 그런 건 당연히 아니구요. 군수 선거라면 유권자들이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거나 농사를 짓거나 해서 인터넷에 관심이 적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면서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하다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윤학송 후보는 김두관 경남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으로 진보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군수 하면 지역 특성상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여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현 도지사 비서실장을 했던 진보적인 성향의 후보를 지역민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경블공 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알게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충 감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온전하게 사람을 이해하고 알게 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1시간 반 정도 간담회를 하는 동안 윤학송 후보 정도라면 나도 한 표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개인적으로는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윤학송 후보는 이미지가 깐깐하고 청렴해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원칙과 소신도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진 깐깐하고 청렴하다거나 원칙과 소신이 분명하다거나 그런 것들이 정치판에서는 별로 유리하게 작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정치인하면 말 그대로 좀 정치적이어야 합니다. 호탕하고 융통성 있고 낯가림도 없고 친근감도 느껴지고 그래야 유리합니다. 정치인도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은 힘이고 능력이 될 수 있으니까요. 서울 시장 선거에 나선 나경원 후보는 예쁜 얼굴로 단단히 득을 보는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런데 저는 윤학송 후보가 가지고 있는 선비같은 이미지가 이번 함양 보궐 선거에서는 더욱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의 낙선 후에도 여전히 무소속으로 나선 윤학송 후보의 소신도 그랬지만 지방차치단체장은 그야말로 생활 정치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당에 매이거나 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해야 하는 정치인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면장이나 군수는 다 공무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면민이나 군민들을 위해서 제대로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 당 눈치보고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들 눈치보고 그런 자리로 변질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좀 깐깐해보이지만 미소가 부드러웠습니다.

군수들의 보궐 선거는 대부분은 돈 하고 관련이 있습니다. 함양군도 마찬가지로 전직 군수 두 사람이 이권 개입으로 중도 탈락을 하는 수모를 경험한 곳입니다. 그런 곳이니 만큼 윤학송 후보의 깐깐하고 소신있는 이미지가 오히려 더 부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 특성이 있는 곳이기에 제가 그에 관련된 질문을 했습니다. "군수 자리에 있다보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런 저런 유혹이 많을 것인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물음에 대한 윤학송 후보의 대답이 참신하고 혁신적이었습니다.

"기부문화 정책을 정착시키고 싶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런 돈은 장애인 단체나 그 외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연결을 하겠다. 그러면 도움을 받은 단체도 좋고, 주는 사람도 보람이 있을 것이고, 공무원들도 부담이 줄어서 좋다. 세 사람이 다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이야기를 듣고나서 기부문화 정책에 대해서 또다른 우려를 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기부를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뭔가를 요구하기 위해 기부를 해도 아무런 대가가 없다는 것을 일반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은 거지요.

그러면 진심으로 기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할 것이고 기부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지 않게 될테니까요. 말하자면 공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창구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방선거라는 게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정책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윤학송 후보의 이야기 속에서도 짐작은 했지만 알고보니 함양은 학연 지연의 힘이 아주 쎈 곳이라고 했습니다. 술자리에 앉으면 먼저 어느 학교 몇 기입니다 식으로 인사를 한다니까요. 함양에서는 인맥이 정치인을 만든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선비의 고장이라고 자부를 하고 계시는 함양 군민이라면 더 이상 학연 지연에 매여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제대로 보는 것이 결국 함양을 위한 일이고 함양이 잘되면 함양 사람들이 살기 좋아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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