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재·보궐 선거가 끝이 났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엎치락 뒤치락 박빙의 대결 구도를 유지했던 것과는 달리 뚜껑을 열고보니 박원순 후보 쪽에 힘을 실어준 사람들이 예상 외로 많았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야당의 승리라고 하기에도, 여당의 선방이라고 하기에도 둘 다 애매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서울을 무게 중심에 두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보자면 박원순 후보의 당선은 사실상 야당의 승리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방에서는 민주당 2석과 무소속 1석을 제외하고 한나라당이 휩쓸었습니다. 그래서 야당의 승리라고만은 할 수 없을 같습니다.

시장으로 출근을 한 박원순 서울 시장 - 사진(서울신문)

저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전문적인 평을 떠나 지역에 사는 한사람으로서 있는 그대로 표현을 하자면 좀 쪽이 팔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선거에 사람들이 보인 큰 관심은 무엇보다 서민들이 살기가 힘듦을 그대로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산다고 해서 정도가 덜하고 지방에 산다고 해서 더하고 그런 건 아닙니다. 가진 사람들이야 서울에 살든 지방에 살든 상관이 없겠지만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어디에 산들 고달픈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런 세상살이의 힘듦에 더해 지방 사람들은 이중으로 고통받고 소외당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적으로 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교육에 대한 서울 중심은 참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학비를 들여 4년 동안 대학을 다녀도 서울 사람들은 지방 학교나 학생은 학교 취급도 사람 대접도 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방 대학 졸업생 열에 아홉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중심으로 인해 생기는 파생적인 사회 문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많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 사람들은 야당을 선택했고 지방 사람들은 여당을 선택했습니다. 좀 더 나은 세상,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은 다르지 않을진데 서울 사람들과 지방 사람들이 정 반대의 선택을 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무소속과 한나라당의 5전 5패 기록을 깨고 이번에 함양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이번에 보궐 선거가 있었던 함양에 박근혜 정몽준 한명숙 문성근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내려와 유세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여당 정치인들이 시골 사람들에게 힘주어 강조했던 말이 한나라당을 백그라운드에 두지 않으면 진짜 정치하기 힘들다 말하자면 국물도 없다 그런 식의 논리를 주입시켰습니다. 

지난 지방 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왔던 이달곤과 김두관을 두고 한나라당 후보 이달곤이 경남지사가 되어야 예산 지원도 많이 받고 그래야 경남 살림살이 형편이 나아지지 않겠냐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나라당에서는 그렇게 선거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두관이 도시사가 되고 난 후에 예산 액이 훨씬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두관 도지사와 이번에 함양에서 무소속으로 나왔던 윤학송 후보의 생각은 그런 면에서 같았습니다.


" 예산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이 없다. 얼마나 가능성 있는 사업을 제안하느냐의 문제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부분도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얼마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접근하느냐 문제다. "

부산 동구에서는 야 4당이 힘을 합해서 잘 살는 동네 만들어보겠다고 이번에는 한번 믿고 바꿔보라고 했지만 한나라당이 당선됐다.

지역 사람들은 삶이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도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 가에 대한 관점이 서울 사람들하고는 다릅니다. 서울 사람들은 그야말로 정면 승부를 합니다. 도저히 이래서는 안되지 그래 한번 바꿔보자~라면 지방 사람들은 소심합니다. 그래도 한나라당인데 잘못 보이면 정말 국물도 없는 거 아닌가~ 뭐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서울 사람들은 여우같고 지방 사람들은 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은 우직하고 여우는 간사한 이미지를 지녔지만 영리한 여우 같은 서울 사람들 미련 곰탱이 같은 지방 사람들...

지방 사람들의 소심함을 한나라당은 유감없이 이용합니다. 인간에게는 그런 심리가 있습니다. 손에 확실히 잡을 수 있는 대상에게는 공을 들이는 법이 없습니다. 대신에 손에 잡힐 듯 말 듯하면 안달이 나서 힘과 정성을 다 쏟아붓습니다. 한나라당한테 잘 보여야 잘 살 수 있다고 속을 다 드러내는 순진한 지역 사람들보다는 속내를 알듯 말듯 드러내지 않는 서울 사람들이 몇 수 위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번 부산 동구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20년 동안 인구가 반토막이 나고 아이들 키우기가 어려워지고 노인들의 삶이 팍팍한 곳으로 전락을 해도 결국은 또 한나라당을 찍었습니다. 20년 동안 한나라당을 믿어준 대가 치고는 참 초라하지만 그래도 차마 한나라당을 놓지 못했습니다.

지역 사람들이 그렇게 한나라당을 믿어주고 밀어줌에도 서울과 지역의 격차는 왜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것일까요? 지역 사람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맹종이 오히려 지역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이번 선거를 통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지역이 변하고 싶다면, 제대로 대접받고 싶다면 지역 사람들의 이런 생각들이 좀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Posted by 달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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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1.10.31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요.
    피해자가 가해자 편드는 세상...한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