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공짜로 영화표 두 장이 생겼습니다. 같이 갈 사람이 없을까 몇군데 전화를 돌렸더니 이런 저런 사연으로 다 거절을 하더군요. 쩝쩝!! 그렇다고 굳이 혼자 못갈 것도 없습니다. 무슨 영화를 볼까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저는 폭력물이나 호러 이런 영화는 딱 질색입니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 이런 것도 별로 따지지 않습니다. 그냥 즐겁게 웃다 나오는 코미디 영화가 제일 좋습니다.
그런 취향에 걸맞는 영화를 담방에 찾았습니다. 페스티발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섹시 코미디 영화로 18금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코미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딱 제 스타일이니까요.
평점이 10만점에 9점 우아~ 코미디 영화에 작품성까지 있으면 굉장하겠구나 싶었습니다. 더 이상 갈등없이 페스티발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평일 낮 극장 안은 한산했습니다. 18금 섹시 코미디 영화답게 연인들이 쌍쌍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18금 영화를 보러 그것도 대낮에 혼자 와서 앉아있기는 좀 머쓱했지만 뭐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할 나이는 지났으니깐요^^
영화평을 한마디로 하자면 말 그대로 '코미디'였습니다. 코미디라는 말이 즐겁다 재미있다라는 뜻도 있지만 어이없다는 뜻으로도 사용이 되기도 하지요. 저는 두가지 다 였습니다. 즐겁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4쌍의 남녀입니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이고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등장하는 인물이 다 주연이고 조연이고 그렇습니다. 영화는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일명 변태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제목을 변태들의 한바탕 축제라고 붙인 까닭도 그래서입니다.
이쯤 글을 읽고 나면 삼류 에로물도 아니고 대형 스크린 속에서 벌이는 변태들의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형상화되었을까?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은 참 궁금할 것 같습니다. 영화 내용은 대충 그렇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바느질로 밥 벌어먹고 사는 신사임당같이 단아한 여자 순심(심혜진)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말하자면 변태입니다.
이 단아해보이기 짝이 없는 여자는 길다란 말꼬리같은 채찍만 보면 눈이 희번덕 돌아가고 입가에 묘한 미소를 흘립니다. 말꼬리 채찍을 통해서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잠자던 야성을 발견하게 된 거지요.
심혜진의 파트너로 나오는 배우가 성동일입니다. 순심의 야성과 기봉(성동일)의 맹한 눈빛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룹니다. 은밀한 공간에서 벌이는 이 두사람의 작태가 아주 가관입니다. 분위기가 점점 묘해지는 관계로 여기까지만 중계를 하겠습니다. 대신에 참고 화면을 사용하겠습니다.
두사람이 만나서 주로 이런 짓을 합니다^^ |
중년부부인듯한 한쌍이 제 옆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순심이와 기봉 두사람이 채찍을 휘두르고 벼라 별 짓을 다하는 화면을 지켜보다 못해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뭐시기 아빠를 연거푸 부르다 아줌마도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든 말든 영화는 계속되었습니다. 두사람 말고 또 한사람의 변태가 등장합니다. 학교에서는 더없이 점잖은 선생님이요, 집에서는 착실한 교인을 아내로 둔 평범한 가장입니다. 근데 이 분이 여자 속옷에 완전 환장을 합니다. 혼자 있을 때는 백화점에서 구입한 야한 여자 속옷을 입고 삽니다.
변태 쌤의 은밀한 모습입니다^^ |
재밌는 건 심혜진과 이 분은 학부모 사입니다. 이 변태 선생님은 심혜진 딸의 담임이지요. 두사람은 풍기문란죄로 파출소에서 아주 민망한 모습으로 조우를 하게 되는데 둘 다 기절 초풍을 합니다. 그럴만도 하지요. 그런데 누구보다 서로의 마음을 빨리 이해합니다.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알둣이 말입니다.
또 한쌍의 바퀴벌레가 나옵니다. 엄지원 심하균입니다. 함께 살면서 남자가 보든 말든 온갖 해괴한 짓거리를 하는 여자는 그렇지 않은 순진한 저같은 사람 눈에는 완전 변태로 보입니다. 남자의 관심을 끌기위해 다늙은 여자가 여교생 교복을 입고 설치는 꼴도 그렇습니다.
피그말리온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류승범이 인조 여자를 껴안고 사랑하는 것도 정상적인 입장에서 보면 완전 변태입니다. 감독은 최대한 이상한 짓거리를 화면에 담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별다른 기승전결도 없는 스토리를 가지고 토라진 연인들을 어거지로 화해시키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났습니다.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메세지가 더 분명했을 테데 무슨 애정 영화도 아니고~ 한번 변태는 영원한 변태여야 멋있는데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따끈따끈한 반응을 보면 물론 개인의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그 영화의 수준이나 재미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을 하자면 "도대체 뭐야?" 이런 반응들이었지요. 누가 인터넷에다 그렇게 별을 많이 갖다붙여놨냐는 볼멘 소리가 들렸습니다. 물론 저도 별보고 갔지만요.
완전히 낚였다는 사람도 있고, 이 영화가 뜨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이야기도 귀에 들렸습니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중간에 뛰쳐나간 분도 있구요. 감독님 입장에서는 간이 철렁 내려앉을 평들이 이어졌습니다.
근데 저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신에 영화를 만든 감독이 도대체 관객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그게 궁금했습니다. 변태는 무죄다? 설마요~ 변태가 유죄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그럴 리는 없구요.
인간이라는 한 우주 속에는 얌전하다 착하다 나쁘다 날라리다 점잖다 잔인하다 부드럽다 따듯하다 기타 등등의 모든 것들이 공존해 있습니다. 순수한 한가지 성향으로는 만들어질 수가 없는 게 인간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 참 순수해' 이 말은 순 엉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겉으로 보여지는 모양새로 인간을 평가합니다. 어떤 기질 하나가 성하면 저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성적인 환상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에 기준을 해서 변태인지 아닌지도 사실은 모호합니다.
변태가 나쁘다는 것도 순전히 자신의 기준 혹은 사회적인 관념에 의해서 그렇게 보여지거나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가학적인 쾌락을 즐기는 새디즘 같은 것은 다르게 구분을 해야 겠지만 어쩌면 그것조차 구분이 안될 수도 있겠지만요
'나는 이런 인간이다 그게 뭐가 잘못이냐'고 당당하게 고해성사를 하는 순심이 같은 여자가 진짜 멋있잖아요. 끝까지 뒤에서 호박씨까고 내숭떠는 여자들보다는요. 근데 감독님은 이 영화를 통해서 진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아니면 모든 사람은 변태이거나 혹은 모든 사람은 변태가 아니거나 그걸 말하고 싶었을까요?
감독님의 의도가 크고 깊었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전달해내는 데는 아마도 실패를 했지 싶습니다. 영화란 무릇 뜻이 아무리 좋아도 즐겁고 재미있어야 하거든요. 근데 페스티발은 제목과 정반대로 즐겁지도 재밌지도 않는 불편하고 어정쩡한 영화였습니다.
이 글을 보고 뭔 영화인가 궁금하다 싶으신 분도 있으실지 모르겠는데요. 아마도 이미 극장에서 막을 내렸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보기보다 문화적인 안목과 수준이 높거든요. 그래서 스포일러도 눈치보지 않고 했습니다. 아무튼 인생은 한바탕 축제입니다~영화 제목처럼 즐겁게 삽시다요~^^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종병기 활, 나는 반전주의자다 (2) | 2011.08.21 |
---|---|
니르바나로 가는 길 ~ 좋은 연극 한편 소개합니다 (0) | 2011.06.30 |
'아프리카의 눈물' 극장판이 아쉬웠던 이유 (4) | 2011.04.05 |
'조용한 남자'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9) | 2011.02.26 |
3D 영화는 돈을 벌기 위한 속임수더라 (6) | 2011.02.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