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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딴에 이야기

버스타고 함양속으로~마을 스케치를 하다

by 달그리메 2012. 8. 23.

" 버스타고 함양 속으로" ~ 두번째 이야기

마을 스케를 하다

 

처음 시작은 이런 심정이었습니다.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 지 대충 머리속에 큰 윤곽은 생각을 해 두었지만 막상 새하얀 도화지를 앞에 두고 약간은 떨리고 긴장된 손놀림으로 어색하게 첫 선을 긋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7월 27일 오전 8시 쯤 마산에서 출발해서 함양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했을 때는 9시 40분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산청휴게소에 들러 아침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입니다. 예전 같으면 함양이라면 참 산골 오지였는데 이제는 세월이 좋아 어디라도 수월하게 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마을 답사를 하기 전에 먼저 군내 버스를 타고 전체적인 마을 스케치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함양 군내 버스터미널에서 추성 방면으로 가는 10시 출발 지리산 고속 버스표를 구입했습니다. 

 

함양 지리산 고속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함양 군을 운행하는 군내버스 입니다.

 

군내버스 이름이 무슨 '지리산고속'이냐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함양~ 서울간 운행하는 버스 회사 이름을 타 지역 사람들에게 쉽게 알리기 위해서 지리산을 넣어서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사정이 그렇더라도 함양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정을 하는 게 맞을 것 같았습니다.

 

차비가 1인에 3900원이었습니다. 3인을 끊었더니 11,700원입니다. 걸리는 시간은 장날 승하차 손님이 많고 적음에 따라 1시간~1시간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내서에서 창원 끝에 있는 대방동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1.100원만 있으면 갈 수 있습니다. 그것도 카드로 찍으면 1000원이면 됩니다. 세 사람이면 3000원. 11700원에서 3.000원을 빼면 무려 8700원이라는 거금이 차이가 납니다.

 

서울보다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도시보다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똑 같은 세금을 내고도 불이익을 받고 사는 게 참 많습니다. 버스 요금 또한 그랬습니다. 버스 노선 안에 들어 있는 마을을 구석 구석 경유하게 되면서 드는 비용을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군 지원만으로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세 사람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찍은 버스 안 풍경입니다.

 

버스타고 함양 속으로" 프로젝트는 네 사람이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성향도 제각각 다릅니다. 자칭 '드림팀'라고 이름을 붙여봤습니다만(^^), 어쩄든 이름 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훌륭하게 일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네 사람이 제각각 역할 분담을 했습니다. 버스에 탄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사진을 찍고, 한 사람은 지나가면서 느낌을 적고, 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버스를 타고 갈 때의 느낌과 가자용을 타고 갈 때의 느낌을 서로 비교해볼 수 있도록 자가용을 타고  버스를 따라오기로 했습니다. 

 

10시 출발한 버스는 한들 마을과 학동 마을 그리고 도로변에 있는 관변 마을을 지나 벚나무 길이 이어지는 함양 입구를 빠져나갔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 길을 버스로도 자가용으로도 여러번 다녀봤음에도 이 날은 마치 난생 처음 나서는 길처럼 설레임과 색다름이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면서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그러고보면 사물이나 대상은 제 스스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변화무쌍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양 지리산 고속버스'는 함양 군을 곰탁곰탁 부지런히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마을 만들기' 후보에 엄천강 건너편 마을은 이미 지리산 둘레길이 만들어져서 빼기로 했습니다.

 

드문 드문 마을 입구에 손님을 내려놓고 버스는 쉼없이 달립니다. 산청과 유림가는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자 시원한 바람이 열어놓은 차창문으로 한 가득 들어왔습니다. 차가운 끈적거림이 느껴지는 에어콘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상쾌합니다. 이 또한 버스 여행의 즐거움이라 생각하니 새삼 흐뭇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예전에 자가용으로 이 길을 달릴 때는 창문을 닫고 익숙한 에어콘 바람에 젖어 눈으로만 풍경을 즐겼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즐거움이라는 것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사람들이 하고 있는 여행이나 관광은 많은 부분을 눈에만 매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버스를 타고 달리는 시골 길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매촌마을 쪽으로 들어서자 길가에 있는 고철 업체와 레미콘 공장이 눈에 거슬립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는 어디든 있을 수 있는 모습임에도 그날 따라 신경이 쓰였던 것은 아마도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참을 더 달리자 이번에는 열어놓은 창문으로 농약 냄새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밀려들어옵니다. 야~ 이러면 곤란한데~ 버스 타고 함양을 돌아봤더니 별 거 없더라~ 이런 상황이 돼버리면 어쩌나 슬그머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버스 안에서 내려다보는 함양 풍경은 자가용을 타고 가면서 보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게 뭔지는 직접 타 보시면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오래지 않아 깨끗이 날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탕국수와 피리조림이 유명한 유림면을 돌아나와 엄천 강변을 달리는 차창밖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하늘과 강물과 산과 들이 한 눈에 담겼습니다. 와 이런 게 바로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구나~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것은 전혀 근거 없는 칭찬은 아닙니다. 지난 달에 담양에 있는 메타스쿼이아 길을 버스를 타고 돌아봤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가면서 거의 감동의 물결이었던 예전의 기억을 안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보는 메타스쿼이아 길은 전혀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자가용을 타고 아래서 위로 보는 웅장한 모습은 전혀 없고 네모진 버스 유리창에 담기는 모습이 전부여서 아주 실망을 했습니다. 그처럼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코스가 따로 있다는 것인데 안성맞춤 중의 한 곳이 바로 함양입니다.

 

함양에는 마을 이름이 특징이 있습니다. 정식 이름 말고 마을의 유래나 의미를 풀어놓은 재미있는 이름이 따로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높은징이에서 바라본 견불 모습입니다. 견불은 착한 사람눈에는 안 보인다고 하네요~^^ 믿거나 말거나요

 

엄천강을 따라 어우러진 조용한 시골 풍경이 60번 지방도를 따라 이어집니다. 건시와 반건시 곶감를 판매하면서 지리산 버섯 농장이 있는 손곡 마을을 지나 지리산 댐을 만들자 말자로 시끄러운 용유담 근처에 이르러서는 절경이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문하 문상 마을의 소나무도 무척 인상적이었고, 입구에 물레방아가 서 있는 백연마을과 높은징이라는 별호가 붙어 있는 고정마을을 따라 가는 도로변에는 옥수수 복숭아 포도를 파는 상인들이 많았습니다. 

 

전형적인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사유권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자연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대립이 현수막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모두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벽송사와 서암정사로 유명해진 금계 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손에 꼽이는 곳입니다. 돌이 유명해서 석재 공장이 있는 마천면을 돌아나와서 종점인 추성 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칠선계곡 주변은 이미 시골 마을 냄새가 사라지고 관광지가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관심있게 지켜보던 운전 기사님이 종점에서 다시 합류를 한 일행들 쪽으로 왔습니다. 정신없이 기록을 하느라 몰랐는데, 계속 버스를 따라붙는 자가용을 이상하게 생각한 기사님이 중간에서 내려 까닭을 물었다고 하네요.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서 보면 무슨 일인가 싶을만도 했을 겁니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친절하게 거들어주시는  운전 기사님도 "버스타고 함양속으로" 를 잘 만들어내는데 큰 몫을 할 중요한 분들입니다.

 

송전 마을 모습입니다. 아주 으리으리 합니다.

 

추성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으로 찾아간 곳이 산촌 생태 마을로 유명한 송전 마을입니다.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기도 하고 주변에 용유담이 있어 좋은 조건은 고루 갖춘 마을이었습니다.

 

고사리 취나물 오미자 고로쇠 곶감 등을 모두 직거래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물량이 모자라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산림청으로 부터 10억의 예산이 예정되어 있을만큼 생태마을로 자리매김한 부촌입니다. 숙박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을 대표를 맡고 있는 김기완 씨는 공비주둔지였던 마을의 역사와 마을 집집마다의 사정, 그리고 변강쇠와 옹녀에 얽힌 스토리텔링까지도 줄줄 꿰고 있었는데, 문화 해설사나 담당 공무원보다 훨씬 더 훌륭했습니다. 저 정도의 열정을 가진 분이 마을에 있다면 못할 일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송근 마을 근처에 있는 용유담입니다. 자연 조건도 이 정도이면 아주 훌흉합니다.

 

첫 마을 스케치 답사는 대충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식구들이 모여서 하루 동안 보고 듣고 기록했던 자료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기대와 걱정이 비슷했습니다. 우선 버스를 타고 여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런 반면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은 이미 자생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관광지가 만들어져 있고 지리산 둘레길을 지나는 마을은 아름아름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새삼 마을 만들기를 할 만한 곳이 남아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찾아 갔던 함양군 담당 공무원이 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꺼리가 될만한 것은 다 만들어 놨다. 자기들이 생각하기에도 정말 좋은 곳인데 알리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 의도와 뜻은 좋지만..." 그러면서 가웃뚱거리는 표정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우리는 지금 마을을 찾아 새로운 마을 만들기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이고 해내야 할 일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마을을 찾아내게 될지~ 찾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와 부대끼게 될지~ 고군분투 "버스타고 함양속으로"프로젝트 세번째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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